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제가 본격 침체의 길로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수출 급락과 내수 실종으로 현재의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2차 금융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일 KDI는 '2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내며 "소비위축, 투자위축, 고용악화로 전 세계 경제가 급락세에 접어들었다"며 "주요국 실물경기 부진 장기화로 금융기관 부실 규모가 커져 '2차 금융위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가리지 않는 실물 침체가 본격화해 금융시장이 지난해 중순과 같은 타격을 다시 한 번 더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KDI는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국에 대해 "미국은 신용경색과 주택경기 부진이 심화하는 모습이고 일본은 수출을 중심으로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유로와 중국 경제도 각각 가계 및 기업 심리지표 급락, 경제성장률 급락이 이어지고 있어 전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세계 경기 침체에 따라 한국 경제 역시 본격적으로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고 KDI는 전했다.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12월 사상 최악인 18.6% 감소했고 생산 증가율 급락에 발맞춰 재고 증가율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버팀목으로 여겨지던 수출 역시 지난 달 32.8% 급감하는 등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2001년 IT버블 붕괴 당시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KDI는 진단했다.
KDI는 고용 수준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고 설명했다. 12월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1만2000명 감소해 2003년 10월 이후 5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도 이날 '2월 경제동향(그린북)'을 발표, 한국 경제가 후퇴 국면에 진입했음을 인정했다. 재정부는 "물가오름세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물지표 감소세가 심화해 침체위험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국회 재정위원회에 참석해 "세계경제 침체 등 대외여건 악화로 2009년 성장목표(3% 성장)는 물론, 플러스 성장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마이너스 성장을 정부도 시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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