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믿으련다. 의심하면 한도 끝도 없다. 액면 그대로 믿으려 한다. 그리고 따져본다. 정동영 전 의장이 전주 덕진에서 금배지를 달면 민주당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상상해 본다.
결론부터 말하자. 없다. 도움 줄 게 전혀 없다.
대선 후보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경험을 민주당에 나눠주고자 하는 충정이라면 굳이 출마와 직결시킬 필요가 없다. 원외 고문으로서도 얼마든지 고언을 할 수 있다. 대선 후보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의 겉옷을 벗고 백의종군을 하고자 하는 자세라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땅 짚고 헤엄칠 데가 아니라 돌밭에 씨 뿌릴 데를 찾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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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도움 줄 건 없지만 해를 끼칠 건 있다.
민주당은 아주 어렵게 열린우리당의 때를 벗기고 있다. 무기력한 여당에서 선명한 야당으로 거듭나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정동영 전 의장이 복귀하면 어떻게 될까? 손학규·김근태 씨 등의 복귀를 자극하고 결국은 민주당을 '도로 열린당'으로 몰아간다.
아직도 지역정치의 폐해가 완전히 극복되지 않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영남을,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충청을 지역기반으로 삼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정동영 전 의장이 호남 대표를 자처하면 어떻게 될까? 후3김 시대가 열리면서 지역분할구도의 악폐가 강화된다.
너무 야박한 평가일까? 대선 참패의 책임을 씻으려고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생면부지의 서울 동작에 출마했던 충정을 무시하는 매정한 평가일까?
그렇지가 않다. 똑같은 이유로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대선 후보의 겉옷을 벗어던지고 낮은 데로 임했는데도 국민은 그를 외면했다. 민주당에 도움을 주려고 아스팔트길 놔두고 자갈길을 걸었는데도 국민은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에게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바뀐 건 없다. 국민의 시선과 정서가 바뀌도록 정동영 전 의장이 보여준 게 없다. 그런데도 정동영 전 의장은 뒷걸음질을 치려고 한다. 온 몸을 비벼 체열로라도 냉기를 녹여야 하는 판에 제 혼자 온기를 찾아 몸을 웅크리려 한다. '정치적 마마보이가' 되어 '묻지마 지지'를 보내는 고향 품에 안기려 한다.
이건 퇴행이다. 대선 후보까지 지낸 정치인이 보여주기엔 너무 좀스런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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