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경찰에 과잉 진압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무혐의' 결론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신 화재가 난 건물 옥상과 망루에서 체포된 농성자 25명 중 구속된 6명을 제외한 19명을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본부(본부장 정병두 1차장검사)는 3일 "시너가 물과 섞여있을 때 순식간에 불이 번진다는 실험 결과를 소방당국으로부터 얻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시너가 계단에 뿌려질 때 쉽게 불이 번진다는 실험 결과를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이 앞서 경찰의 채증 동영상에서 시너로 추정되는 액체가 계단에 쏟아지는 장면을 확보했다며 이를 농성자가 한 행위로 추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실험 결과는 이 같은 수사 과정에서 화재 원인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농성자들이 썼던 것과 같은 새총의 파괴력 실험 결과도 얻었다고 밝혔다. 실험 결과 새총으로 평지에서 화염병을 발사할 때 평균 28.4m가 날아갔고 4층 높이인 13m에서 쏘면 평균 41.25m까지 다다랐다는 것. 이 역시 농성자들이 망루에서 도로로 새총을 쏘았다는 경찰의 주장에 따른 적극적인 수사다.
검찰은 이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이미 구속된 6명을 제외한 농성자 7명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도 전원 형사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성자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 및 형사 처벌 검토와 달리 검찰은 경찰의 과실 혐의에 대해서는 "내부 논의도 거치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소환 계획도 아직 없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언론을 통해 "김 내정자에게 서면 질의서를 보내 사건 당시 무전 지시를 듣고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던 상황인지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은 "용역업체 직원들도 농성자의 진술만 있을 뿐 폭행이나 위협을 가했다는 정황이 없다"며 무혐의 방침을 시사했다.
"경찰의 허위 보고 믿고, 책임은 농성자에 전가"
이런 검찰 수사에 철거민 희생자들의 유가족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을 찾은 유가족 20여 명은 "검찰의 편파·왜곡 수사를 규탄한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 및 김석기 내정자 등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검찰청 청사 로비로 진입한 유가족은 로비에서 항의 농성을 벌였으며,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려다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또 8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도 이날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김석기 내정자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특공대 투입은 경찰의 허위 보고 때문"이라며 "경찰은 철거민들이 도로나 행인들에게 새총이나 돌을 투척하면서 주변 교통 흐름 방해하고 화염병을 던져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병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사회단체로 이뤄진 진상조사단의 김랑희 위원은 "사건 현장의 상인 및 목격자 10여 명에 대한 탐문 조사 결과 골프공이나 벽돌이 대로변으로 날라오지 않았고 경찰의 주장대로 염산이 든 박카스 병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은 오는 4일 용산 참사의 사고 경위 및 사인 의혹에 대한 보고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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