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정동영, 재보선 출마 '잰걸음'

재보선도 '그 나물에 그 밥' 될라

4월 재보선이 정가 거물들의 원내입성 디딤돌로 활용될 전망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오는 재보선 출마를 노리는 눈치다. 박 대표는 '원외' 대표로서의 한계를, 정 전 장관은 지난 대선과 총선 패배 후 정치적 휴지기를 벗을 만한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나물에 그 밥' 식인 유력 정치인들의 재보선 출마가 재보선 민심에 부합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과 언론은 인천 부평을에서 두 사람이 맞붙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집권여당 대표와 한 때 대선후보였던 정치인의 출마설이 나돌면서 '빅매치'에 대한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박희태-정동영 매치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두 사람이 출마하더라도 박 대표가 경남 양산에, 정 전 장관이 전주 덕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 안경률 사무총장은 2일 박희태 출마설에 대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고 선거에 누가 어떻게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우리 당에선 아직 전혀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날 "아직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기 때문에 (재보선 출마에 대한) 검토를 해보겠다"고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원외 대표의 한계가 리더십의 위기로 노출된 데다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이라는 정치적 목표가 맞물려 박 대표의 재보선 출마설은 오래전부터 당에서 거론됐다.

정 전 장관도 의욕을 보였다. 그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출마 여부에 대해) 무심하게 보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며 "정치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언제라도 시작할 것이고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하면 들어가라고 등을 떼밀어도 안 들어가겠다"고 했다.

최규식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정치인이라면 기회가 되면 원내에 들어가는 게 당연한 순리"라며 "다시 원내에 들어와 당권을 생각하고 대선후보를 생각하는 수순이라면 나부터 반대하겠지만 본인도 그런 생각이 아니라 길게 보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정 전 장관의 출마지로는 전주 덕진이 유력하게 꼽힌다. 최근 이 지역 언론이 실시한 비공개 여론조사에서 출마에 호의적인 결과가 나온 게 정 의원의 출마 검토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정동영 출마설에 아직 신중한 반응이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국민 여론을 충분히 살핀 후 명망가를 낼지, 그 지역에 뿌리를 둔 일꾼을 내보낼지, 참신한 인재를 발굴해 내보낼지를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전주의 경우 도민이 어떤 인물을 원하는지 우선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면서 "수도권 선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공천이 어떤 것인지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거치겠다"고 덧붙였다.

당 일각에는 정 전 장관의 원내 복귀가 정세균 체제와 갈등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출마에 부정적인 기류가 있다. 다른 한편에선 수도권인 부평을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정 전 장관측 분위기는 부평을은 연고가 없는 지역인 탓에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대선, 총선에 이어 이번 재보선마저 실패할 경우 상처가 너무 크게 난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강하다.

부평을 공천과 관련해 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은 "한나라당 후보가 결정된 뒤에 고려해 볼 문제"라면서 "박희태 대표가 부평을에 출마한다면 낙하산이 될 텐데, 그에 맞서는 전략공천이 우리에게 유리할지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