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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집회 금지' 위헌 심판 제청 판사, 사직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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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집회 금지' 위헌 심판 제청 판사, 사직서 제출

박재영 판사 "현 정부 모습 진정성 느껴지지 않아 공직 떠나기로"

지난해 촛불 집회 이후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41·연수원 27기) 판사가 이달 말로 예정된 법관 인사를 앞두고 사직서를 냈다.

박재영 판사는 2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생각이 현 정권의 방향과 달라서 공직에 있는 게 힘들고 부담스러웠다"며 사직 동기를 밝혔다. 박 판사는 "나는 판사인 동시에 공직자로서 정부가 하는 일에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라며 "지금과 같은 정부의 모습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듯해서 공직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판사가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한 것은 지난해 10월. 당시 촛불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안진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은 야간 옥외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10조에 위헌 심판을 신청했고 박 판사는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 박 판사의 제청으로 촛불 집회와 관련한 일부 재판이 중단됐고, 야간 집회 금지 조항은 1994년 합헌 결정 이후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조선일보>로부터 "법복 벗으라" 비난 받았던 판사

박재영 판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8월 안진걸 팀장의 공판에서 박 판사는 "야간집회 금지 조항의 위헌성 논란이 있는 만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지만, 풀어주면 촛불 집회에 다시 나가겠냐"고 물었다. 또 박 판사는 안 팀장의 첫 공판에서 "개인적으로 법복을 입고 있지 않다면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선일보>는 기사로 박 판사의 사진과 함께 공판 정황을 상세히 싣고, 사설로 "이 판사는 일반인도 아는 법의 상식도 모르고, 모든 판사가 지켜야 할 법관윤리강령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란 말이다. 이런 판사가 아직껏 판사 노릇을 하고 있는 사법부의 현실이 놀랍기만 하다"라고 비난했다.

또 이 신문은 "이 판사는 자신이 그 동안 촛불 시위에 나가지 못하게 했던 거추장스러운 법복을 벗고 이제라도 시위대에 합류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내 판사들로부터 "사법과 법관에 대한 위협"이라는 반발을 샀다.

이런 <조선일보>의 '논조'는 지난 달 12일 '미네르바' 박 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누리꾼들이 담당 판사와 수사 검사의 사진과 경력을 유포하자 이를 "인신 공격"이라며 다른 보수 신문과 함께 비난한 것과 사뭇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박 판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의 '공격'이 힘들었다거나 사직의 이유가 된 건 아니다"라며 "보통 그런 일이 있으면 자기 생각에 더 확신을 가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촛불 집회 재판 등을 통해 개별 사건의 정의를 찾는 판사 업무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사회 전체의 큰 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판사는 로펌 행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직서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수리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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