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초임을 깎되, 정원은 늘리지 않는다."
기획재정부가 30일 발표한 '선진화 추진에 따른 공공기관 인력운용방향'에 담긴 내용이다. 신입사원 임금을 줄이되, 일자리는 늘린다는 '잡 셰어링' 정책을 정부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취지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용을 유지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 고용대책 "'일자리의 질' 포기하고 비정규직 늘린다"
'일자리 창출'보다 '경영 효율화'를 앞세운 입장이다. 재정부는 "자연감소와 희망퇴직 등을 활용해 3~4년에 걸쳐 중장기적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공공기관 인력을 조정할 방침"이라면서, "감소 인력의 일정 비율은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퇴직 인원 가운데 일부만 신규 채용으로 메우겠다는 뜻이어서 공공기관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그런데 신입사원 임금을 줄여서 확보한 재원은 어디에 쓰겠다는 걸까? 청년 인턴 채용과 투자 확대에 쓰겠다는 게 재정부 입장이다. 정규직 고용 대신, 비정규직을 늘리겠다는 뜻이다. 정규직 초임이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적인 '일자리의 질'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허경욱 재정부 차관은 하루 전인 지난 29일 일부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일자리의 질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말해 이런 해석에 힘을 실었다. 당시 허 차관은 "4대강 살리기 등에 대해 토목직, 일용직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하는데 그런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우수 인턴 채용 인센티브, 권장사항일 뿐
이처럼 정부가 '일자리의 질'을 포기하는 입장을 취한 까닭에, 이날 나온 정책 역시 '인턴' 등 비정규직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날 나온 '인력운용방향'에 따르면, 공공기관 인턴의 경우 애초 계획보다 2000명 늘린 1만2000명을 뽑기로 했다. 지난해 말 이미 2875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 9300여 명을 뽑는다.
이들 인턴에 대해서는 성과 평가를 실시해 우수 인턴에 대해서는 정식 직원 공채 때 인센티브를 주도록 권고했다. 인센티브로는 전형시 가산점 부여, 일부 전형 면제, 일정비율 우선 채용 등이 예시됐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다. 공공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우수인턴이 다른 취업활동을 할 경우 해당 공공기관장 명의의 입사추천서를 발급하고 6개월 이상 근무자의 경우 인턴 수료증을 수여하기로 했다. 다른 기업 및 공공기관이 이런 추천서와 수료증에 대해 채용 과정에서 가산점을 줘야 할 의무 역시 없다. 따라서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학력제한 없지만, 만 29세 연령제한은 여전
이날 나온 '인력운용방향'에 따르면, 인턴 채용시 학력제한은 두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만29세 이하라는 연령 제한은 남겨뒀다. 인턴 계약기간은 10개월(최소 6개월, 최대 12개월 미만)이며, 월 급여는 110만 원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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