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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법 노사정 회담 '왜' 막판진통 겪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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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비정규법 노사정 회담 '왜' 막판진통 겪나

사용기간-고용의제-사용사유 배합이 관건

비정규법안 관련 제8차 노사정 실무회담이 27일 또다시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큰 맥락에서 합의점 근처에 도달했으나 이날 결렬은 막판 줄다리기 성격이 짙어 보인다. 이들은 28일 다시만나 대타협을 시도키로 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협상 내막은 27일 노동계와 사용자단체가 잇따라 기자회견을 통해 상호 공박을 하는 과정에 그 실체를 드러냈다. 다음은 이들의 '주장'을 바탕으로 정리한 그간 논의 내용과 합의 전망이다.

***사용사유제한 논란**

기간제 근로 사용에 있어 사용사유제한 조항을 둘 것인가 여부가 노사정 실무회담의 최대 쟁점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지난 23일 제5차 회담에서 노사는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을 일단락했다.

당초 사용사유 조항을 두는 것에 반대한 사용자 단체가 5차 회담에서 전격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날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유를 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완전 합의에 도달했다.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동계가 주장한 세 가지 사유와 사용자 단체가 요구한 한 가지 사유를 포함, 모두 4가지 사용 사유를 두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김영배 한국경제인총연합회 부회장도 "노동계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들은 구체적 사유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동안 노동계가 사용사유로 임신, 출산, 계절적 근로를 핵심 사용사유 범주로 들고 있었다는 점, 사용자 단체도 '자발적 근로'(노동자가 원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있을 경우 기간제 근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대안으로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4가지 사유가 무엇인지는 손쉽게 밝혀진다.

***사용사유와 사용기간의 함수관계 1**

한편 24일 6차 회담에서 사용사유제한 합의는 사용기간 문제가 논의되면서 복잡한 양상을 띄게됐다.

권오만 사무총장은 "24일 회담에서 경총이 느닷없이 사용사유제한은 3년을 초과한 기간제 노동자에게만 적용하자는 제안을 했다"며 "이같은 제안은 사실상 3년 동안은 무한정 기간제 근로를 사용하겠다는 말과 다름없어 사용사유에 대한 합의를 원점으로 돌린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즉 노동계는 23일 사용사유 조항을 합의할 때, 사용사유 적용시기를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시점부터인 것으로 받아들였으나, 사용자 단체가 적용시기를 3년 유예시켜 사실상 사용사유 제한의 효력을 상실케 했다는 주장이다.

김영배 부회장은 이에 대해 "사용사유에 대한 합의와, 3년 이후 적용하자는 제안 사이에는 '인터벌'(간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노동계가 오해할 수도 있었던 부분"이라고 시인했다.

요컨대 6차회담부터 예기치 않게 사용사유제한 문제와 사용기간 문제가 연계되면서 또다시 최종 합의에 다시 멀어지게 된 것이다.

***사용사유제한과 사용기간의 함수관계 2**

한편 사용사유와 사용기간 문제는 26일 제7차 실무회담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이목희 국회 환경노동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열린우리당)에 의해 "모든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경총의 '새로운 제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김영배 부회장이 27일 밝힌 '새로운 제안'이란 정부 기간제 법안 4조를 삭제하는 대신 현행 근로기준법 23조로 기간제 근로 남용을 규율하자는 것이었다.

정부 기간제 법안 4조는 사용사유제한 없이 3년 동안 기간제 근로 사용을 보장하고, 3년을 초과한 기간제 근로에 대해 해고제한규정을 둬 기간제 근로 남용을 제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근로기준법 23조는 기간제 근로 사용을 1년으로 제한하는 한편, 계약 반복 갱신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요컨대 경총은 사용사유 논란 해결의 돌파구로 기간제 근로 사용을 1년으로 한정하는 대신, 사용사유조항을 제외시키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같은 제안에 대해 노동계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기간제 근로를 1년으로 한정할 경우 임신·출산 등 사용사유제한 조항을 두지 않아도 기간제 근로 남용 제어가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또다른 쟁점, 고용의제 적용**

하지만 '회담 내용 비공개'라는 노사정 합의사항을 깨뜨리고 노·사가 잇따라 기자회견을 통해 거센 상호 공박을 하기에 이른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다름 아닌 경총의 '새로운 제안'에 대한 해석과 의도가 노동계와 사용자단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권오만 사무총장은 "26일 회담에서 경총은 근로기준법으로 기간제 근로를 규율하는 동시에 근로기준법 수정을 통해 고용의제조항을 넣기로 했다"며 "따라서 노동계는 사용사유제한을 양보하는 대신 경총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었다"고 밝혔다.

반면 김영배 부회장은 "26일 새로운 제안을 할 때 고용의제 조항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며 "현행 근로기준법 23조를 그대로 준용하자는 것이 정확한 제안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노동계가 고용의제 도입을 오늘(27일) 회담에서 새롭게 제기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고용의제란 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계속 고용이 유지될 경우 해당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본다는 의미다. 현행 근로기준법 23조에는 고용의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요컨대 경총은 고용의제가 포함되지 않은 제안을 했지만, 노동계는 고용의제가 포함된 것으로 오해를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용의제 왜 관건인가**

논의 테이블에 핵심 의제로 고용의제가 등장한 것은 그만큼 기간제 근로 남용을 제어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 중 하나라는 노동계의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고용의제가 적용되지 않은 현행 근로기준법에 의해 대다수 기간제 노동자들은 1년 단위 재계약 즉 반복 갱신을 통해 길게는 10년 넘도록 기간제 노동자 신분을 면하지 못해 왔다. 물론 최근 대법원이 합리적 사유가 없는 반복갱신이 이뤄질 경우 정규직으로 본다고 판결을 내리긴 했지만, 노동 현장에서 기간제 근로에 대한 반복갱신은 일상화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고용의제가 적용되게 되면, 사용자는 계약 반복갱신을 통해 동일한 업무에 수년간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며, 해당 노동자를 더 사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된다. 해당 기간제 노동자에게는 재계약의 불안이 감소되는 반면,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셈이다.

이같은 유리한 지점이 있기 때문에 노동계는 '사용사유제한 적용을 포기'하면서 까지 '고용의제가 적용되는 기간제 근로 1년 사용 안'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이목희, "합의 안되면 표결처리도 염두"**

29일이 협상 만료일인 만큼 남은 기간 동안 노사정은 고용의제와 기간제 근로 사용기간, 사용사유 적영여부의 적절한 배합을 두고 열띤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노사 양측 중 하나가 '특단의 결단'을 하지 않은 이상 노사정 합의를 통한 법안 처리는 불투명해 보인다.

이목희 환노위 법안소위 위원장은 "4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는 노사정 모두 바라는 바인 만큼 이번 회기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최대한 노사정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최종 합의가 불가능해질 경우 환노위 위원 표결을 통한 법안 처리도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과거 노사정위원회 비정규 특위 공익위원들이 제안한 ▲고용의제 적용 ▲사용사유제한 미적용 ▲사용기간은 노사 자율 결정하는 방안으로 노사정 의견이 최종 수렴될 것이라는 분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노사정 실무회담은 28일 오후4시 국회 환노위 소회의실에서 재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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