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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주민 대표도 오기로 돼 있었는데…"

경찰 진압만이 문제일까…석면 피해 심각한 재개발 공사 현장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2가 재개발 4구역. 검은 재로 뒤덮인 이곳은 건설업자 출신 대통령 시대의 한 상징으로 남게 됐다.

삼성물산, 대림산업, 포스코 등 대형 건설업체가 참여한 재개발 사업에서 이곳 세입자들에 대한 고려는 설 자리가 없었다. 건설업 살리기에 골몰하는 건설업자 출신 대통령을 따르는 경찰과 세입자들의 충돌이 지난 20일 여섯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의 원인이다.

참사 현장 주민들, 지난해부터 석면 노출 공포

여기서 질문 하나. 만약 이곳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되지 않았다면, 억울한 죽음이 없었을까.

환경단체들은 회의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치명적인 오염 물질을 마구 배출하는 재개발 사업은 오래 전부터 죽음을 불러왔다는 것. 다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죽음일 뿐.

환경운동연합과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21일 "석면 노출 우려하던 재개발 지역 주민을 죽음으로 내몬 정부를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성명에 따르면, 20일 참사가 발생한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말 환경운동연합 산하 시민환경연구소를 찾았었다. 용산 재개발 공사가 진행되는 곳에서 쏟아지는 석면 때문이다.

"석면 함유가 확실한 천정텍스, 밤라이트, 슬레이트 등 석면건축재가 외부로 날리는 것을 막는 안전조치 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당시 주민들의 전언이었다. 연구소 측은 당시 노동부와 환경부 관계자와 주민들의 면담을 주선했다. 주민들의 신고가 접수되자, 현장에서 석면철거 작업은 중단됐다. 하지만, 주민들에 대한 석면노출 여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돈 없는 사람들은 석면 먼지 고스란히 뒤집어 쓸 수 밖에…"

석면은 '돌에서 뽑아낸 실'이라는 뜻이지만,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사람이 오랫동안 석면 가루에 노출되면, 악성중피종 등 치명적 질병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개발 공사 현장 근처 주민들이 석면에 노출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석면의 위험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석면은 건설 자재로 널리 쓰였다. 이런 시기 지어진 건물을 뜯어내는 과정에서 정교한 안전장치가 뒷받침 돼 있지 않으면, 석면 가루가 사방으로 날리는 일은 피하기 어렵다. (☞관련 기사: "'침묵의 살인자'를 만난 동료를 찾습니다")

실제로 이날 성명에 소개된 악성중피종 환자 최 모 씨는 "석면은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재개발 지역에서 돈 없는 사람들은 건물 철거가 진행되어도 갈 곳이 없어 고스란히 석면 먼지를 뒤집어 쓴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재개발 지역에 살다 악성중피종에 걸렸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 재개발 지역, 서울 은평구 뉴타운 사업지구 등 재개발 공사 현장 근처에 사는 이들에게 최 씨의 사례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용산 참사가 벌어진 20일은 '한국석면피해자와 가족협회'라는 석면피해자 모임이 만들어진 날이다. 이 모임을 위해 충남 석면광산 지역 피해주민과 부산 석면방직공장 피해자, 서울·경기 재개발 지역 석면 피해자 등 100여 명이 이날 국회 앞에 모였다. 이 모임 관계자들은 "20일 새벽 용산 참사가 없었다면, 용산 재개발 지역 주민 대표도 이 자리에 참석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재개발 지역에서 계속 늘어날 '소리 없는 죽음'

석면 노출로 인해 생기는 악성중피종에 걸린 환자는 발병 1년 안에 대부분 사망한다. 석면 관련 질환의 특징은 잠복기가 10~30년으로 길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미 발병한 사람보다 앞으로 발병할 사람의 숫자가 더 많다. 한국에서 공사 현장에 석면이 사용된 것은 1940년부터지만, 대형 공사는 주로 과거 10~30년 사이에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다.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지난 2003년까지 한국에서 사용된 석면의 양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향후 3800명 이상의 악성중피종 환자가 더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석면 노출로 인해 생기는 석면 폐암 환자는 7600명 이상이 더 생기리라고 추정된다.

대부분 재개발 지역 주민일 이들의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들은 아직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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