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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發 '피의 폭풍' 몰아치나

부품업계 "29일 악몽의 'D-데이'…대량 실직사태 우려"

쌍용차의 생산 차질이 길어지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행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다음 달이 지나면서 부도로 쓰러지는 협력업체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협력업체 부도는 다시 대량해고 사태를 빚게 되고 이는 지역경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협력업체가 무너지는 것을 방치한다면 쌍용차 회생도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1월 29일은 악몽 'D-데이'

쌍용차 협력업계에서는 오는 29일이 지나면 무너지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호소한다. 쌍용차에 부품을 납품한 후 현금 대신 받은 지난해 11월치 약속어음 933억여 원의 만기일이기 때문이다. 이들 어음은 쌍용차 경영진인 상하이차가 지난 9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전액 동결조치에 들어갔다.

쌍용차 납품업체는 약 255개사며 이 중 쌍용차에만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는 40개사가 넘는다.

그간 자동차업계에서는 현금지급 대신 어음지급이 관행이었다. 납품업체는 현금 대신 결제받은 어음으로 은행에 현금할인을 받아 회사를 운영했다. 현재 대부분 협력업체가 쌍용차가 결제한 11월치 어음을 현금화해 회사를 꾸려온 것이다.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는 상황이라 납품업체는 이 돈이 유일한 지탱기준이었다.

쌍용차 경영이 이처럼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는 딱히 문제가 없었다. 쌍용차가 은행에 어음발행분을 꼬박꼬박 납입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발생했다. 어음이 부도처리돼 협력업체가 부도 책임을 지게 됐다.

22일 쌍용차협동회 채권단 사무총장을 맡은 최병훈 네오텍 사장은 "29일 전까지 정부가 11월치 어음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면 협력업체가 은행에 할인받은 금액을 환매해야 한다"며 "쌍용차 등 완성차업체 부진으로 납품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협력업체 줄도산 사태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협동회는 자연스럽게 채권단으로 발전, 쌍용차 평택공장 본사 3층에 임시사무실을 마련한 상태다.

협력업체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부작용은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쌍용차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는 20만 명에 달한다. 협력업체 부도가 곧 대량 실직사태로 번지게 된다. 이는 다시 평택 등 쌍용차 공장이 소재한 도시를 넘어 전국 각지에 흩어진 협력업체 소재지역의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 사장은 "쌍용차는 어디까지나 부품을 조립하는 업체일 뿐이다. 협력업체가 무너져 부품조달이 어려워지면 쌍용차 정상화도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은행이 보유한 약속어음을 대신 매입해주거나 신보, 기보 등 보증기관을 통해 협력업체 어음을 보증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오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쌍용자동차 박영태 상무를 비롯한 업체 관계자들과 정부측 관계자,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지경위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고난의 행군' 이미 시작

이미 은행권의 자금회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쌍용차에 전장부품(차내 전자장치)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ㅁ사 박현석(가명) 대표는 "지금 금융권에서는 '쌍용과 거래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차입금도 모조리 회수하려고 한다. 담보 추가 요구나 대출이자 상승 등의 조치가 내려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사정은 들어볼 생각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여전히 쌍용차는 제대로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상황인데다 은행의 자금상환 압박이 거세지면서 협력업체 대다수가 이미 생존의 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대부분 협력업체가 구조조정, 휴무 등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네오텍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 차례 구조조정을 실시해 180명이던 인원을 120명으로 줄였다. 남은 사람은 임금을 깎았다. 최 사장은 한해 5000만 원 선이던 임금 전액을 삭감했고 임원은 50%, 간부직 30%, 일반직 20% 씩 임금을 깎았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순환휴직을 실시, 하루 평균 20명 정도가 출근한다.

최 사장은 "직원들 절대 다수가 일용직 자리를 구하러 다니고 있다. 월매출이 18억 원대에서 5억 원 선으로 줄어든 마당이라 방법이 없었다"고 밝혔다.

ㅁ사 박 대표 역시 "작년 10월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 인력 30%를 줄였다. 휴직은 2주 단위로 끊어서 실시하고 있다"며 "GM대우 납품라인 종사자만 출근하는 상태다. 더 이상 생존할 자신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완성차업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자동차산업이라는 '빙산'을 지탱하는 진짜 힘은 바로 부품사"라며 "쌍용차가 국내 5사 중 덩치는 가장 작지만 관련 산업체를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미 3차 부품업체가 무너져내리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두세 달만 더 이어진다면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국가적 차원에서 자동차 부품산업의 중요성,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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