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정부는 '제5차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으로 공공기관 출자회사 330곳 중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273곳의 지분을 정리 및 매각·통폐합하고 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 네 차례의 민영화 방침을 통해 공기업 일부를 민영화하고 민영화되지 않는 공기업에는 인력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기업 민영화 이어 출자회사도 전면 민영화
정부는 이번 정비 조치 이유로 "모기업 업무와 무관한 사업분야에 진출하거나 민간영역을 침범하는 사례가 있었고 모기업 퇴직직원의 인사자리로 활용하는 경우가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총 매각가치는 지난 2007년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약 4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비가 완료되면 출자회사 수는 종전 273곳에서 143곳으로, 출자액은 5조8380억 원에서 2조7155억 원으로 줄어든다.
먼저 출자기관 130곳이 매각되거나 청산된다. 공기업이 지분 투자한 111개 회사 3조465억 원은 민간에 지분을 매각한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대한생명 지분 49%(1조3615억 원), 한국전력이 보유한 LG파워콤 지분 43.1%(2588억 원) 등이 전부 매각될 예정이다. 정부는 매각시기와 물량은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매각대금은 모기업의 핵심기능 경쟁력 강화와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쓴다고 전했다.
출자회사 17개는 폐지 및 청산된다. 한전이 지분 58%를 투자한 KEPCO Asia INt'L, 정리금융공사가 지분 전량을 가진 중앙FMC 등이 대상이다. 코레일유통이 지분 100%를 보유한 일양식품, 우정사업진흥회가 지분전량을 보유한 코트랜스 등 두 곳은 모기업에 흡수·통폐합된다.
정리되지 않고 존치되는 출자회사 143곳에 대해서는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하지만 뜯어보면 장기적으로는 이들 사업부도 전부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최종 계획인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1조346억 원 규모의 각 공사 해외사업부 64곳 중 장래 수익성이 기대되거나 현재 투자단계인 곳을 제외한 현지법인은 신속히 사업철수키로 했다. 민간수행이 어려운 부산북항재개발, 아리랑TV미디어, 독립기념관사업단, 케이이비보험중개 등 8곳은 민간참여가 원활해질 때까지 운영한 후 정리키로 했다.
민자역사 및 역세권 개발이나 각종 건설사업 등은 사업이 정상적으로 준공된 후 사업 운영단계에서 민간에 매각키로 했다. 투자협약 내용상 당분간 존치가 불가피한 경우는 협약 변경 노력을 하거나 요건을 충족하는 대로 단계적으로 매각키로 했다.
정부는 또 관련 제도를 개선해 출자회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일정규모 이상의 출자에 대해서는 이사회에서 심의·의결토록 규정하고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평가시에도 출자회사 관리를 평가내용에 반영키로 했다.
▲배국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15일 '제5차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 : 기획재정부 제공). ⓒ프레시안 |
"정부 민영화 만능론에 빠져서는 곤란"
정부는 이번 조치에 따른 기대효과로 "민간영역이 확대되고 약 4조6000억 원의 매각대금이 발생해 재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민영화 조치가 지나친 '신자유주의 만능론'에 빠져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조치는 전형적인 민영화 조치로 결국 정부가 '공영=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민간 매각을 추진할 경우 당연히 수익성 있는 부분만 민영화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공공영역에 남게 되는데 이는 공적영역의 서비스 질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부가 매각하려는 사업 부문 중 일부는 공공의 성격이 매우 강해 정부가 앞뒤 살피지 않고 지나치게 민영화 논리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한국가스기술공사가 지분 54.64%를 보유한 손자회사인 경기CES는 양주 고읍구역의 에너지사업회사인데 민영화가 추진될 경우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 회사의 경우 올해 건설이 완료된 후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매각하려는 캠코SG인베스터즈, 캠코MS로얄유동화전문, 캠코콜로니인베스터즈 등 3사는 모두 부실채권 인수사로 이들이 민간에 매각된다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시장의 신뢰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부실채권인수 시장이 민간 주도시장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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