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친구들 영화제는 매년 년초에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목적으로 서울아트시네마를 지지, 후원하는 감독 및 배우, 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의 추천작들을 상영해왔다. 특히 그간 영진위에서 추진돼오던 다양성영화 전용관 사업이 예산 확보에 실패하는 등 원점으로 돌아간 만큼, 올해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은 친구들 영화제에서 다시 한번 주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왼쪽부터 전계수 감독, 박찬욱 감독,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 김홍록 사무국장ⓒ프레시안 |
올해 개막작으로는 F. W. 무르나우 감독의 1927년작 <선라이즈>가 선정됐다. 독일 표현주의 영화를 대표하는 무르나우 감독이 헐리웃에 건너가 만든 첫 영화다.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오승욱 감독과 박찬욱 감독이 객원 프로그래머로 참여하여 상영작들을 선정한 '최상의 악인들' 섹션으로, 매력적인 악당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두 감독이 각각 세 편씩 추천해 모았다. 줄스 다신 감독의 <밤 그리고 도시>, 마르코 페레리 감독의 <그랜드 뷔페>,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의 <퍼제션>이 박찬욱 감독이 추천한 영화들이다. 오승욱 감독은 자크 베케르 감독의 <구멍>, 마이클 호지스 감독의 <겟 카터>, 그리고 르네 클레망 감독의 <들판을 달리는 토끼>를 추천했다. <퍼제션>은 이자벨 아자니의 광기어린 연기가 빛나는 작품이며, <겟 카터>는 실베스터 스탤론이 출연한 동명 작품의 오리지널 버전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런 주제의 영화로 최소 스무 편 가량을 모아 상영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이번 '최상의 악인들' 코너에서 상영되는 6편을 일종의 맛뵈기로 여겨달라고 말했다.
서울아트시네마가 직접 선택한 영화들을 모은 '시네마테크의 선택' 섹션에서는 개막작 <선라이즈>를 포함해 총 4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이 작품들은 서울아트시네마가 아카이브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직접 새 필름을 구입한 영화들로, 서울아트시네마는 작년에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영화들을 구매해 회고전을 여는 한편 전국 순회상영을 한 바 있다. 올해 '시네마테크의 선택' 상영작 중 존 스타인벡의 원작소설을 존 포드 감독이 영화로 옮긴 <분노의 포도>는 전성기 당시의 헨리 폰다가 출연하며,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중 한 명인 배창호 감독의 추천작이기도 하다. 마릴린 몬로의 고혹적인 자태를 마음껏 볼 수 있는 하워드 혹스 감독의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도 상영된다. 또한 김영진 평론가의 추천작이기도 한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대표작 <실물보다 큰> 역시 서울아트시네마가 구입한 깨끗한 새 프린트로 선을 보이게 됐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들판을 달리는 토끼>, <분노의 포도>,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무셰뜨>. |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이 직접 고른 영화들은 시대와 국적을 막론한 다양한 영화들이 포함됐다. 김지운 감독의 추천작으로 레오 카락스 감독의 데뷔작 <소년, 소녀를 만나다>, 류승완 감독의 추천작으로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의 <캘리포니아 돌스>, 변영주 감독의 추천작으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란>이 상영된다. 또한 이명세 감독이 추천한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카비리아의 밤>, <기담>의 정식, 정범식 감독이 추천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거울>, <삼거리 극장>의 전계수 감독과 배우 하정우가 함께 추천한 작품으로 하워드 혹스 감독이 연출한 캐리 그란트 주연의 <히스 걸 프라이데이>도 상영작에 포함됐다. 이박에 존 슐레진저 감독의 <미드나잇 카우보이>(배우 안성기 추천), 빌리 와일더 감독의 <선셋대로>(배우 권해효 추천), 난니 모레티 감독의 <4월>(정윤철 감독 추천),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 감독의 <탐욕>(홍상수 감독 추천)도 상영될 예정이다.
한편 배우들이 낸 기부금으로 필름을 구매, 기증하는 '시네마 엔젤 프로젝트'에 올해에는 이나영, 김주혁, 신하균, 정재영, 하정우, 박해일, 김강우가 참가했다. 이들이 구매한 기증한 '천사들의 선택' 영화로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무셰뜨>가 상영된다.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헐리우드 고전 컬렉션은 물론 '시네마 엔젤 프로젝트'를 포함해 다양한 후원감과 기증을 통해 연 5편 이내의 작품들의 프린트를 구매해 지속적으로 아카이브를 구축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말 관객들의 투표로 결정된 '관객들의 선택' 작품으로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열대병>이 뽑혀 이번 친구들 영화제에서 다시 한 번 상영된다.
친구들 영화제 기간에는 '친구들'로 참여한 감독 및 배우들이 다양한 시네토크 행사를 통해 관객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예정이며, 두 차례의 포럼도 열릴 예정이다. 박찬욱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시네마테크에서 보통 열리는 감독들의 회고전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번 친구들 영화제는 시네마테크를 일반 관객들이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대중적인 영화들을 선정했다"고 밝히면서 기자들에게도 기사만 쓰지 말고 영화제 기간 서울아트시네마를 방문해 영화를 많이 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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