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노동장관이 국가인권위원회를 모욕적 언사로 비난해 물의를 빚은 데 이어 정병석 노동차관도 국가기관 판정을 묵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병석, "중노위 결정 의미없다"...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 부인**
정병석 차관은 18일 국회 환경노동상임위원회에서 중노위의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판정에 대해 "중노위 30명의 공익위원에게 매 사건마다 배정된다"며 "30명 가운데 3명이 그렇게 판단했다고 해서 노동부가 그간 법원의 판례나 중노위 결정과 다른 이번 결정에 따라야 입장을 바꿔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중노위 판정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정 차관은 이어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중노위 판정을 존중해 부당노동행위 신고사건을 재조사할 생각이 있냐"고 묻자, "부당노동행위는 엄정하게 다뤄야 하지만, 법적인 사업자에게 책임을 물어야지 책임이 없는 사업자에게 물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 현중 사내하청노조가 고발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조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논란의 중심이 됐던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이란, 지난 6일 현대중 사내하청노조의 부당해고구제신청 재심판정에서 "현대중공업은 사내하청기업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사내하청노조의 공동사용자는 원청회사"라는 중노위의 판정이다.
이같은 중노위 결정은 기존 판례나 중노위 결정을 1백80도 뒤짚은 것이어서 노동계에서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이 가능하게 됐다며 크게 환영한 바 있다.
***하청노조, "중노위 결정 수용하라"**
한편 이날 오전 현대중 사내하청 노조는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조 해고자 원직복직 및 노조활동 보장"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과 하청노동자와의 관계를 '노동관계법상 제3자'로 규정해 사실상 현대중공업에 '면책근거'를 주었던 노동부는 그 동안의 직무유기를 반성하고 중노위의 판정에 따라 현중의 실질 사용주로서의 의무를 철저히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비정규직 문제를 공론화 시켰던 박일수씨 분신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던 현대중공업은 이 사건 전후로 사내하청노조 조합원들을 협력업체 폐업 등의 방식으로 전원 해고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처럼 현중 사내하청노조가 중노위의 판정을 계기로 노동3권 회복의 희망을 다시 품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정병석 차관의 발언은 찬물을 끼얹는 것과 마찬가지 행위로 보인다. 특히 노동부가 국가인권위 뿐만 아니라 준사법적 기능을 갖는 중노위 마저 사실상 '무시'한 것으로 해석돼, 노동부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의구심은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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