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그랬다. 'MBC의 우격다짐'이란 제목아래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방송 관련법과 MBC 민영화와는 직접 관련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MBC 민영화는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MBC가 민영화되기 위해선 방송법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도 바꿔야 하고, MBC 지분 70%를 갖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를 없애거나 지분을 나눠 팔아야 하고, 천문학적 금액이 오갈 MBC 거래에 선뜻 나설 사람도 마땅치 않다고 했다. 간단히 말해 방송 관련법과 MBC 민영화를 직접 연결시키는 건 "방송이 장악된다는 선전을 통해 'MBC직원 밥그릇 지키기'를 하고(자)"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그랬다. 'MBC, 겸영 대상 아닌 공영방송도 언론장악 논리에 끼워맞춰'라는 제목 아래 한나라당이 준비 중인 공영방송법에 민영화 부분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했다. 공영은 공영답게, 민영은 민영답게 만드는 게 공영방송법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MBC가 민영화를 주장하는 건 "청정지대인 공영방송을 신문과 대기업이 장악한다는 논리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 ⓒ조선일보 |
닮지 않았는가?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 주장에서 익히 들었던 화법과 너무 흡사하지 않은가?
정부가 그랬다. 천문학적인 돈을 4대강 정비사업에 쏟아부으면서도 대운하는 아니라고 했다. 4대강을 정비한 후 낙동강과 한강만 이으면 대운하가 된다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려면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깔끔하게 대운하 포기 선언을 해야 한다는 요구마저 묵살하면서 무조건 아니라고 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화법도 그렇다. 한나라당이 엄연히 대기업과 신문의 20% 지분 참여 길을 열고자 하는데도 방송관련법 개정과 MBC 민영화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공영방송법을 통해 공영방송의 광고수입을 20%로 제한하면 MBC는 공적 소유구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데도 그 법과 민영화는 상관이 없다고 강변한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정말 MBC 민영화 의지가 없다면 굳이 공중파 지분 공개를 밀어붙일 이유가 없는데도 이에 대해선 일언반구 말이 없다. 공중파 지분 공개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니까, 공영방송법은 억지로 MBC 민영화를 유도하니까 차라리 거둬들이라고 한 마디 하면 족할 것을 이에 대해선 모른 체 한다.
누가 믿겠는가. 사정이 이런데 도대체 어떤 사람이 '방송 관련법≠MBC 민영화' 주장을 곧이곧대로 주워섬기겠는가.
핵심적인 문제는 '여지'와 '불확실성'이다. '그럴 여지'를 남김으로써 미래 상황을 '불확실'하게 만든다는 게 문제다.
'조선일보' 말마따나 MBC 민영화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건 어느 정도 인정한다. 방송 관련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MBC 민영화가 하루아침에 뚝딱 이뤄질 것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방송 관련법 개정의 정당성을 옹호할 수는 없다. 그건 논리 비약이자 본질 호도다. 유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상황'을 강제력을 속성으로 하는 '법'보다 우위에 놓는 해괴한 논리다. 법을 개정해도 현실 영역에서 적용되지 않을 테니까 법을 개정해도 된다는 물구나무 논리다.
언론이라면 이렇게 말해선 안 된다. 이렇게 말하면서 '여지'를 남기고 '불확실성'을 키우면 안 된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이렇게 말하는 게 맞다. 개정하고자 하는 법이 현실과 유리돼 있으니 입장을 거둬들이라고 주장하는 게 언론의 본령에 부합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의 소지를 없애는 게 맞다.
▲ ⓒ중앙일보 |
'중앙일보'의 주장 또한 그렇다. 공영방송법에 민영화 부분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하면서도 뒤에 가서는 "공영도 아니고 민영도 아닌 어정쩡한 MBC의 현재 형태는 곤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소개하고 "선택은 'MBC에 맡긴다'는 게 정부・여당의 방침"이라고 전하는 '중앙일보'의 태도가 너무 무책임하다.
'중앙일보' 말마따나 민영화 여부를 MBC가 선택하면 오죽 좋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될 수가 없다. 한나라당이 준비 중인 공영방송법(관련기사 보기)에 공영방송 광고수입을 전체 수입의 20%로 제한하는 규정이 담기면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다. 공적 소유구조를 유지하려면 80%의 광고수입을 포기해야 하고, 그 대신 국회에(더 정확히 말하면 다수당인 한나라당에) 수신료를 달라고 손 벌려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손 벌리는 순간 예산 항목 하나하나를 국회에 보고하고 승인받아야 한다. MBC가 '자발적으로' 민영을 선택하면 80%의 수입 감소를 감수해야 하고, 공영을 선택하면 정치권 밑으로 편입돼 사업 하나하나를 승인받아야 한다. 어떻게 이게 자율적 선택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말 '우격다짐'을 하고 '끼워맞추기'를 하는 쪽이 어디인지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해도, 아무리 아전인수식 논법이 활개친다 해도 이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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