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2008년 말'을 예상하고 시작했던 점거 농성이 이제는 종료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장기전으로 바뀌면서 각종 진풍경들이 연출되고 있다.
▲ 지난 31일 유일하게 열려 있는 면회실 쪽 출입구 유리 자동문 앞에 서서 민주당 보좌진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국회 경위들.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이미 들어간' 보좌진들. ⓒ연합뉴스 |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국회의사당 본청은 지난 달 30일 저녁 부터 뒤편 면회실 출입구만 개방된 채 모든 문이 폐쇄돼 있다. 출입도 국회의원과 국회 사무처 직원, 출입기자 등 본청 출입자에게만 허용할 뿐 당사 당직자나 의원 보좌진의 출입을 금했다. 결국 한 번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는 당직자와 보좌진들은 꼼짝없이 국회 안에 갇힌 셈. 민주당이 배치한 인원은 300여 명에 달한다.
이에 지난 1일 유일한 통로인 면회실 앞에는 경위들이 지키는 유리 자동문 사이로 '이산가족 상봉'의 진풍경이 연출됐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농성 기간이 길어지자 민주당은 침낭과 수건을 지급했지만 '새해 인사'를 겸해 각종 옷가지와 먹을거리를 싸들고 찾아온 가족과 친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
▲ 민주당의 국회 본회의장 점거로 민원실을 제외한 국회 출입문 곳곳이 폐쇄된 가운데 2일 기자실 출입구에서 출입기자 등이 셔터가 내려진 문 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나오지 못하는 민주당 사람들과 들어가지 못하는 가족들의 난데 없는 '이산가족상봉'이 안쓰러웠는지 민주당과 국회 사무처 사이의 협상 끝에 1일 밤 민주당 보좌진과 당직자들에게 '외박권'이 주어졌다. 조건은 면회실에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증을 발급 받아 외출한 뒤 2일 오전 6~9시 사이에 들어온다는 것. 평소 의사당 안에 들어갈 때 발급받는 방문증이 의사당 밖에 나갈 때 사용되는 반대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런데 1주일이 넘게 집을 떠나 있던 일부 보좌진들이 '달콤한 외박'을 즐기다 지각을 하는 바람에 면회실에서는 이들과 국회 사무처 직원들 사이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결국 의사당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미안하다"는 문자를 의사당 안 동료들에게 남기고 의원회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날 여야의 '최종 담판'이 예정돼 있어 "걸어 나가든 끌려 나가든 나가긴 나가겠구나"라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이마저도 '선진과 창조의 모임' 문국현 대표의 자격 시비가 벌어지며 "끝까지 가보자"는 분위기로 선회했다.
▲ 국회 의료진이 2일 총출동해 국회 대표실에 마련된 'MB악법저지를 위한 병원'에서 과로로 쓰러진 의원들과 당직자들에게 링거를 놓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은 장기간의 본회의장 점거 등으로 인해 건강이 나빠진 국회의원과 당직자를 위해 정세균 대표의 방에 '간이병원'을 차렸다. 특히 창문이 하나도 없는 본회의장 안의 공기가 나빠 감기에 걸린 의원들이 많다는 것. 이 소식을 전하는 김유정 대변인도 짧은 발언을 내놓는 동안 연신 기침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들은 "농성도 1주일이 넘어가니 익숙해지는구만"이라고 여유를 부리기도.
▲ 행정안전위원회 벽에 붙은 낙서장에 적혀 있는 '절규' ⓒ프레시안 |
○…지난달 30일 여야 협상이 결렬되고 국회 사무처의 강제진압이 예상되던 시점에서 민주당은 본회의장 내부를 기자들에게 공개했었다. 이보다 훨씬 전부터 본회의장 내부 모습을 공개한 의원도 적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생중계 방송을 하는가 하면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아예 장기 '르포'를 연재 중이다. MBC기자 출신인 최 의원은 이른바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동료 의원들을 찍으며 자신의 블로그에 '단독'이라는 말머리를 달고 본회의장 '르포'를 올리고 있다.
블로그에는 김밥으로 끼니를 떼우는 의원들의 모습은 기본이고 휴대전화의 '답장' 기능을 몰라 자신의 휴대전화에 쇄도하는 격려 문자 메시지의 수신 번호를 일일이 종이에 옮겨 적고 있는 '민주당 최고령, 최다선' 김충조 의원의 모습도 담겨 있다.
▲ "새벽 2시 20분 무엇을 하시길래" 문순c네 블로그 일부. ⓒ최문순 |
또 "추미애 의원 쌩얼 공개-문순c만이 찍을 수 있는 용기 있는 cut"이라며 추 의원의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시인이자 화가인 김재균 의원이 시를 쓰는 모습, 운동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본회의장 안 테두리 통로를 '구보'하는 박지원·김상희·박선숙 의원, '이웃의 무말랭이를 탐하는 이용섭 의원', '인간사슬'을 매고 의자에 누워 자는 이종걸 의원 등의 모습 등이 유머러스한 촌평과 함께 담겨 있다.(☞문순c네 블로그 바로가기) 최 의원의 '본회의장 르포'는 '상황종료 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사 발행 직후에 김충조 의원이 기자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기사는 최문순 의원의 블로그를 인용해 김 의원을 '민주당 최고령, 최다선'이라고 기술했으나, 자신은 '최고령'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최고령 의원은 38년생인 홍재형, 박상천 의원이고 김 의원은 이들 보다 네 살 어리다. 다만 5선으로 김영진 의원 등과 함께 최다선인 것은 맞다. 또한 최문순 의원은 지난 1일 블로그에 김 의원에 대해 "답문자 보내기 기능을 모르는 그. 그래도 멋쪄브러. 최고!"라고 썼는데, 김 의원은 기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지금 '문자' 기능을 발휘하고 있답니다"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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