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같고 다른 네 남녀의 러브 인 맵(love in map), 연극 '클로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같고 다른 네 남녀의 러브 인 맵(love in map), 연극 '클로져'

[리뷰&프리뷰] '클로져' 네 주인공의 사랑 그리고 이별법

네 남녀의 매혹적인 사랑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연극 '클로져'가 돌아온다. 패트릭 마버(Patrick Marber)의 대표작 '클로져'는 네 명의 매력적인 남녀를 통해 단순히 사랑뿐 아니라 관계와 그에 따른 소통을 조명하는 깊이 있는 대본으로 1997년 성공적으로 초연을 마친 후, 전 세계 100여 개 도시,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며 널리 사랑 받는 수작이다. 국내에서는 2006년 김지호 출연으로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대학로 흥행신화를 달성하였고, 2008년 데니안, 홍은희 출연으로도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 ⓒnewstage

- 사랑 그리고 복수, 운학. 사랑했던 연인에게서 큰 배신과 상처를 받은 사람이 대처하는 방법은 포기와 복수 두 가지로 나뉜다. 연인이 다른 사람과 행복할 수 있도록 놓아주는 것은 포기의 사랑이며, 내 상처의 치유를 위해 그 사람의 불행을 바라는 것 역시 깊은 사랑에서 시작된 복수다. 운학은 30대 후반의 피부과 의사로서 사진작가인 태희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태희는 신문기자 대현을 사랑하고 있었다. 결국 태희의 선택은 운학을 떠나 대현에게로 가는 것. 태희의 배신을 선고받은 운학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복수였다. 그는 태희와의 깔끔한 이별을 조건으로 마지막 섹스를 요구하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대현은 (어떤 의미에서 순결을 잃어버린)태희에게 냉정해 진다. 운학의 요구는 평면적으로만 본다면 상대를 질리게 할 만큼 변태적인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그를 연민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것은 운학이 태희를 잊기 위해 내린 최후의 수단이자, 힘든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었기에……. 결국 운학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태희를 정리했다.

- 이성과 감성사이, 태희. 태희의 사랑은 이성과 감성 사이에 있다. 것으로만 봐서는 매우 지적이고 도도해 보이는 그녀는 그 어느 누구보다 쉽게 흔들리고 마음의 갈피를 못 잡는 여자였다. 여자는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보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에게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처음 태희는 이러한 불문율에 따라 언제나 따뜻하고 자상한 남자 운학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으나, 결국 계속해서 가슴이 지목했던 대현을 선택했다. 사람의 인생은 드라마 같지 않아서 흑과 백의 선택이 불분명하다. 연극 작품 속의 태희 역시 우리와 같았다. 대현과의 행복한 나날 속에서도 운학을 잊지 못하고 이혼을 망설이는 태희의 모습을 보며 정수로 떨어지지 않는 연산 같은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엿볼 수 있었다. 결국 태희는 운학도 대한도 아닌, 혼자서 살아가는 인생을 택했다. 그녀의 선택은 이성일까 감성일까?

▲ ⓒnewstage

- 얼굴값 하는 남자, 대현. '클로져'의 네 주인공 중에 가장 여성들의 질타를 많이 받는 캐릭터가 대현이 아닐까 싶다. 대현은 처음 수빈을 보았을 때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하고, 나중에는 태희의 도도하고 지적인 모습에 반하게 되는 것. 문제는 대현이 수빈을 만났을 때나 태희를 만났을 때 모두 사귀던 애인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태희를 만났을 때는 물론 수빈과 사귀는 중이었다.) 잘생긴 부고 전문 기자인 대현은 역시 얼굴 값하는 남자였다. 결국 수빈과 태희 두 여자 모두를 사랑했던 대현은 끊임없이 둘 사이에서 고민하고 그들을 저울질 하지만, 어떤 여자를 선택해도 그는 항상 불행해 보였다. 소유를 갈망하고 소유와 동시에 자신의 선택을 질책하는 남자 대현. 사랑하고 싶어 하는 그의 모습과, 사랑에 빠진 그의 모습, 그리고 그 사랑을 버리고 싶어 하는 모습은 "남자는 다 그래"라는 여자들의 푸념을 듣기에 충분했다.

- 영화 같은 인물, 수빈. 수빈은 '클로져'의 네 캐릭터 중 가장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으며 가장 영화에 가깝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깃털을 붙잡고 있는 기분이다. 관객들은 어디로 떨어질지, 언제 날아갈지 모르는 깃털을 바라보듯 그녀에게 집중한다. 수빈은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을 정도로 발랄하고 외향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웃지 않을 때는 모두 울고 있었다고 해도 될 만큼 감정 표현이 분명하다. 언제나 자유분방해 보이는 수빈이지만, 그 속은 매우 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그녀의 본성이 감춰져 있다는 사실……. 대현을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대현의 배신 앞에서도 계속 집착과 사랑을 표현하던 수빈은 결국 대현의 이기적인 사랑에 질려 그를 떠나게 된다. 사랑할 수 있을 때가지 사랑하고 그 사랑이 끝나면 쿨(cool)하게 포기하는 법을 안 수빈은 복잡한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 속에서도 영화처럼 언제나 한 사람만을 향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대현.

연극 '클로져'는 오는 2월 8일까지 대학로 SM 아트홀에서 공연된다.(평일 8시/ 토요일 4시, 7시/ 일, 공휴일 3시, 6시/ 월 쉼, R석 3만5천원/ S석 2만5천원, 문의 02-764-8760)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