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30일 새 주택보급률 산정방안을 내놨다. 다가구 주택의 구분거처수를 반영하고 보통가구로 산정하는 가구수도 일반가구로 대체해 보다 현실성을 높이겠다는 게 골자다.
이 산정방식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보급률은 100% 미만으로 조사된다. 여전히 주택공급 여유분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통계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정책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국토부 "여전히 주택 공급 부족"
주택보급률은 주택수를 가구수로 나눠 도출한다. 현행 산정체계는 보급률 대상 기준으로 '완전한 가구' 곧 '일반적'이라고 생각되는 가족이 '독립된' 곳에서 주거하는 경우만을 통계에 잡고 있다.
현행 보급률에서는 주택의 경우 △영구적인 건물에 △한 개 이상의 방과 부엌을 가지고 △독립된 출입구가 있으며 △관습상 매매 단위로 분류되는 곳만을 주택에 포함시킨다. 가구의 경우 '일반적' 가족, 즉 부부나 혈연관계 가족이 모여사는 경우만을 가구 산정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따라서 점차 핵분열화되고 있는 1인 가구, 기숙사 등 집단 주거가구나 이들 상당수의 주거 형태인 원룸, 오피스텔 등이 통계에서 누락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토부는 새 산정방안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안을 살펴보면 주택에는 다가구구분거처수를 반영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다가구주택 등 수도권에 집중된 주거형태가 새로 주택에 포함된다. 국토부는 지난 2005년의 경우 새 방안을 적용하면 주택 240만 호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다가구주택은 전체 층이 3층 이하며 분양이 아닌 임대전용으로 사용되는 주택을 말한다.
가구수도 늘어난다. 현행 보통가구 대신 1인 가구를 포함하는 일반가구수가 새 주택보급률 통계에 쓰인다. 2005년 기준 317만 가구가 새로 통계에 포함된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현재 포화상태인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100% 미만으로 내려앉는다. 지난 2005년 기준 105.9%였던 전국 주택보급률은 새 방안 도입시 98.3%로 줄어든다. 작년 기준으로는 108.1%에서 99.6%로, 역시 100% 미만이 된다.
반면 다가구주택이 집중 분포한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증가한다. 2005년 기준 89.7%에서 93.7%로 4%포인트 증가하며 작년 기준으로도 91.8%에서 93.2%로 변동한다. 2005년 당시 전국의 다가구주택수는 316만여 호며 약 삼분의 일인 98만여 호가 서울에 몰려 있다.
일인 가구 포함하면서 일인 주택은 빠진다?
이 통계가 기존 통계보다 현실을 보다 충실히 반영한 것은 맞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단적으로 설명하면 1인 가구가 포함됐지만 이들 상당수가 거주하는 1인용 주택은 집계 대상에서 빠졌다는 얘기다. 주택수보다 가구수가 상대적으로 더 늘어나 '현실을 반영한' 주택보급률이 낮아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부교수는 "국토부가 발표한 자료는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을 주택수에 반영하지 않아 여전히 실질 주거형태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에만 해도 오피스텔이 20만 호 가까이 된다. 이들도 주택유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하면 1인 가구는 가구수에 포함이 됐는데 도심 독신자들의 주요 거주형태 중 하나인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은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발표한 2006년 서울시의 실질주택보급률은 97.7%로 공식주택보급률 91.3%보다 7%포인트가 높았다. 여기에는 오피스텔 등이 포함됐다.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국토부의 새 방안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
전국 역시 마찬가지다. 국토부 새 방안으로도 이미 99~100%대인 서울을 제외한 주요 광역도시는 오피스텔 등을 주택 수에 포함시킬 경우 모두 100%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주택수에 대한 이견이 있음에도 국토부가 새 통계 작성방식을 홍보하고 나선 데 대해 일각에서는 "건설정책을 펼치려는 정부 철학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기존 통계로는 100%가 넘어 '주택 포화 상태'를 설명하는 자료로 이용됐으나 새 통계를 활용하면 여전히 공급이 필요한 부분 2%포인트 정도가 새로 생기기 때문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주요 정책수단의 하나로 주택건설을 생각하는 정부 논리를 뒷받침하기 딱 좋은 통계자료가 되는 것이다.
변창흠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주택형태가 여전히 주택수에 빠져 통계가 왜곡된다"며 "'주택이 부족하다'는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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