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증시를 뿌리부터 뒤흔든 한해였다. 외국인이 이탈하자 주가 지수는 한때 연초대비 절반가량 폭락했고, 이에 따른 투자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더군다나 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져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찾지 못해 불명예라 할 만한 기록이 속출했다.
30일 증권선물거래소가 올해 증시 개장일부터 지난 29일(폐장일 미반영) 사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조사한 결과,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말보다 31.09%, 코스닥지수는 53.26% 급락했다.
지난 1월 2일 1891.45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지난 29일 1117.59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장을 마감했다.
특히 외화자금조달시장의 불안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10월의 경우 24일 세자릿수로 밀려나더니 27일에는 장중 한 때 892.16까지 하락해 연중 최저점을 기록할 정도로 불안한 행보를 이어갔다. 코스피지수가 세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5년 6월 이후 3년 만이다.
그로부터 불과 이틀 뒤인 10월 29일, 강력한 반등 기미를 보이며 오전 1078.33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돌연 하락세를 타더니 결국 920.35까지 하락, 하루에만 158포인트가 변동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코스피시장의 불안감이 커지자 연기금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장을 떠받쳤지만 시장의 불안정성을 이기지 못했다. 연기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은 올해 코스피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으나 증시 하락을 떠받치는 역할에 그쳐 지난 1988년 국민연금제도 도입 이후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26일 현재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은 약 -0.75%며 잠정평가손실액은 1조7500억 원이 넘는다.
연기금과 프로그램이라는 안전판이 없는 코스닥지수는 코스피보다 더 참담한 한 해를 보냈다. 709.07로 올해를 시작한 코스닥지수는 개인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장 주도세력을 찾지 못한 채 29일 329.18로 내려앉았다.
IT버블이 절정을 이뤘던 지난 2000년 2925.50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90%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그나마 코스닥시장의 종합지수기준이 지난 2004년 100에서 1000으로 상향된 것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10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안정성에 따른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올 한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26차례, 코스닥시장에서는 19차례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진기록이 나왔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이 급변할 때 시장 안정을 위해 매매를 정지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지수가 이렇게 요동치면서 시장 규모 자체도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상위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433조7474억 원에서 37.99% 급감한 268조9569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지수보다는 나은 성적을 냈다는 게 유일한 위안거리라면 위안거리였다.
업종별로 지수 등락률을 살펴보면 실물경제 침체 여파가 고스란히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강력한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업종지수가 연초대비 59.11%나 하락해 가장 큰 폭으로 무너졌다. 증권업종지수도 53%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해 금융위기를 반영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섬유·의류가 74% 넘게 하락했다.
지수하락 분위기를 이끈 주도세력은 외국인이었다. 국제 금융시장 경색으로 달러화가 부족해진 외국인은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1998년 집계 후 사상 최대인 33조7969억 원을 순매도했다. 금융업(7조9063억 원), 운수·장비(6조1106억 원)를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 6월 9일부터 7월 23일까지 무려 33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 지난 2005년의 24일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내 보유 주식을 팔아 달러로 환전해가는 움직임이 활발해져 국내 외화자금시장의 달러난도 그만큼 심각해졌다.
반면 기관은 23조96억 원 순매수를 기록, 순매수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정반대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기관은 금융업(5조4769억 원)과 전기전자(4조6551억 원)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개인은 3조3149억 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한편 주식시장의 일평균거래대금은 6조4402억 원으로 전년대비 14.98% 감소했다. 다만 고객예탁금은 지수가 불안한 움직임을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5.56% 불어난 10조2782억 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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