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러면 경·언 복합체가 출현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러면 경·언 복합체가 출현한다

[김종배의 it] 빗장을 푼 MBC를 상상해보라

'공영방송법'을 제정하기로 했단다. 공영방송의 경우 광고수입이 전체 재원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나머지 80%는 수신료로 운영하도록 한단다. 한나라당 미디어특위가 22일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공영방송법'을 제정하기로 했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뜻은 알겠다. 마침표를 찍고자 하는 것이다. 공영방송을 민영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신문법을 개정해 신문·방송 겸영 금지 조항을 없애기로 했다. 방송법을 개정해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 지분 소유한도를 20%로,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의 지분소유한도를 30%로 정하기로 했다. 두 법이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 진출 길을 여는 법이라면 '공영방송법'은 기존 공영방송, 특히 MBC의 문을 강제로 여는 법이다. 말하자면 '공영방송법'은 화룡점정의 위상을 갖는 법이다.

이치가 그렇다. 자산 규모가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MBC다. 지분율 20%라고 해도 2조원을 동원해야 한다. 과연 이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얼마나 있을지, 살림살이가 고만고만한 신문사가 그런 거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분할매각은 불가능하다. MBC 지분의 30%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다. 이 지분을 그대로 둔 채 방송문화진흥회가 갖고 있는 70%만 매각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건 정치적 논란을 자초하는 일이다.

MBC를 민영화하려면 어차피 지분을 100% 모두 시장에 내놔야 한다. 무려 10조원을 끌어모아야 MBC 매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 '국민주권과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대한민국 언론인 시국선언' 기자 회견. ⓒ프레시안

이런 거대한 사업을 하루아침에 이룰 수는 없다. 자산 실사를 벌이고,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인수 절차를 밟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공영방송법'을 제정하겠다고 한다. 법으로 '광고수입 20%'를 강제하겠다고 한다.

이러면 MBC는 죽는다. 하루아침에 민영화하지 않는 한, 다시 말해 현재의 소유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 80%의 수입을 포기해야 한다. 속절없이 적자의 구렁텅이에 몸을 던져야 한다.

물론 아닐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 정도 사리분별조차 못하고 '공영방송법'을 제정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디어특위의 '공영방송법' 제정안이 아직 당론으로 채택된 것이 아니니까 연말에 함께 강행처리하려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설령 그렇게 한다 해도 경과규정을 둬 시행기간을 뒤로 미루려 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어떨까? 한나라당이 이렇게 '사리분별력'을 발휘하면 끝나는 걸까? 방향을 미리 잡되 시행은 차근히 하면 민영화는 정당성을 얻는 걸까?

아니다. 절대 그렇지가 않다.

대기업이든 신문사든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20%로 제한된다. 컨소시엄 구성은 불가피하다. 적어도 다섯 곳, 많으면 십 수 곳의 기업 또는 신문사가 공동으로 출자해야 한다.

끔찍하다. 컨소시엄 구성 이후, 컨소시엄이 MBC를 인수한 이후 벌어질 상황이 끔찍하다.

일반적인 예측 모델을 놓고 따져보자. 어느 대기업이 특정 신문사와 손을 잡은 다음에 여타 기업들을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 치자.

이는 뭘 뜻하는가? 경·언 복합체의 출현을 의미한다. 경·언 복합체의 여론시장 지배를 의미한다.

여론 독과점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여론 독재라는 말이 합당하다. 컨소시엄이 특정 대기업과 특정 신문사의 상시적 협의창구가 되는 순간 신문과 방송의 논조가 효율적으로 조율된다. 특정 이슈에 대해 입장을 정하고 신문과 방송 양 날개를 동원해 몰아가기를 하게 된다.

도대체 어떤 집단이 이들의 행보를 제어할 수 있겠는가. 다른 언론은 적수가 되지 못한다. 정치권은 어떨까? 이들 역시 역부족이다. 지금도 일부 언론의 정치 지배력 또는 유착도가 문제되고 있지 않은가. 지금의 사정이 이런데 여기에 방송의 엄청난 파괴력까지 선사해 보라. 과연 어떤 정치집단이 이들과 '맞짱'을 뜨려 하겠는가.

조금 더 나가자. 신문·방송 분리가 무너진 데 이어 금산분리마저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특정 기업이 방송에 이어 금융까지 지배력을 넓히면 어떻게 될까?

양손에 떡을 쥐게 된다. 왼손에는 여론 혈맥을, 오른손엔 금융 혈맥을 움켜쥐게 된다. 그러면 끝난다. 경제와 정치가 모두 복속된다. 특정 기업, 특정 언론의 복합체에 의해 사회가 지배당한다.

비약일까? 이런 분석은 억측일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현실이기에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ps. 꼭 MBC 민영화가 아니어도 된다. 케이블TV의 종합편성채널이어도 상관없다.

공청 안테나로 지상파 TV를 시청하는 가구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의 가구가 케이블을 통해 시청한다. 이는 뭘 뜻하는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도 지상파에 맞먹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종합편성채널이 의무재전송 채널이 되는 순간 전국 방방곡곡에서 프로그램을 내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풀었다. 한나라당이 이 종합편성채널에 참여할 수 있는 대기업의 자산기준을 아예 풀어버렸다. 자산규모가 3조든 10조든, 아니면 20조든 상관없이 아무나 참여할 수 있게 빗장을 풀어버렸다. 지분율 30% 한도 내에서 마음껏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신문사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면 똑같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되고, 똑같이 방송과 신문 두 영역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게 된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