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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외치는데 한쪽에선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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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휴전 외치는데 한쪽에선 선전포고

[김종배의 it] 성탄절 뒤 예고된 '십자포화'

휴전하잔다. 성탄절까지 숨을 고르면서 협상을 하잔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그렇게 말했다. "성탄절까지 각급 채널을 통해 야당과 최대한 대화를 모색하겠다"고 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똑같이 말했다. "야당과 협의해서 법안 처리를 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좋은 얘기다. 싸움을 자제하고 타협을 모색하겠다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근데 왜일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오히려 "날치기 처리를 위한 수순밟기"라는 조정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정황이다.

박희태 대표가 휴전을 제의한 어제, 한나라당이 별도로 내놨다. 연말까지 우선 처리해야 할 법안 114개의 리스트를 발표했다. 나흘 밤을 꼬박 새워도 한두 개 합의할까 말까 한 상황에서 114개에 달하는 법안을 요 삼아 큰대자로 누워버린 것이다.

너무 일방적인 분석일까? 한나라당의 속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겉핥기 분석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따로 한 말이 있다. "정말로 협의 처리할 법안, 예를 들어 사회개혁법안 중 협의할 것은 시도를 해 보겠다"고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온화한' 발언일 수도 있다. 규제완화법안만 처리할 수 있다면 사회 법안은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아니다. 또 다른 정황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나라당은 휴전하자는데 한편에선 싸움을 걸고 있다. 보수세력과 보수언론이 모두 나서 전선을 만들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비판했다. "지난 1년간 MBC가 뭘 했어야 했으며, 뭘 했는지, 국민의 사랑을 받는 방송으로 존재했는지를 겸허히 돌아봐야 한다. 정명(正名)이 무엇인지 돌아볼 시점"이라고 했다. 지난 19일 이렇게 말했다.

공정언론시민연대가 나섰다. MBC와 KBS의 뉴스와 시사교양·라디오 프로그램의 편파성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발언 다음날 이런 보고서를 내놨다.

조중동도 나섰다. 공영방송, 특히 MBC를 집중성토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공정언론시민연대 보고서가 나온 지 이틀만에 그 보고서를 실탄 삼아 융단폭격을 개시했다.

보수세력과 보수언론의 개전 선언에 MBC도 응전을 선포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MBC의 '정명'을 거론한 그날 밤 '뉴스데스크'는 방송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꼭지를 3개 배치했고, 공정언론시민연대 보고서가 발표된 다음날 '시사매거진 2580'은 '재벌방송 출현?'이란 심층보도물을 내보냈다.

상황이 이렇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합의 처리 가능성을 언급한 사회 법안, 그 맨 앞자리에 놓여있는 방송법을 놓고 전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태에서 휴전이 가능할까? 휴전이 종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러려면 한나라당이 등을 돌려야 한다.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보수세력·보수언론과 척을 져야 한다.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거꾸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 보수세력과 보수언론이 자리깔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 시한부 휴전 이후 재개될 융단폭격에 대비해 보수세력과 보수언론이 폭격지점에 십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한 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를 향해 "법안이 단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다"고 질책한 말을 상기하면 이런 해석은 쉽게 떨칠 수 없다. 규제완화 법안과 사회 법안을 나눌 생각이 한나라당엔 없다. 설령 그런 생각이 있다 해도 실행에 옮길 상황이 아니다.

혹시 모른다. 홍준표 원내대표의 말마따나 사회 법안 중 협의처리할 '일부' 법안에 대해서는 완급을 조절할지도, 그렇게 생색을 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또한 의미없다. 떡은 다 챙겨먹고 떡고물만 넘기는 것이다. 붕어빵의 팥소를 다 챙겨먹고 밀가루 범벅인 껍질만 건네는 것이다. 그것도 꺼멓게 타버린 지느러미 부분만….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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