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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파면' 교사들 "즐겁고 씩씩하게 맞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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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파면' 교사들 "즐겁고 씩씩하게 맞서겠다"

시교육청 앞 1500개 촛불…"지지·격려에 힘 얻어"

20일 저녁, 서울시교육청 앞에서는 또 다시 1500개의 촛불이 밝혀졌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7명의 교사에게 파면·해임을 통보하고 1명의 사립중학교 교사에게 중징계 조치를 권고한 서울시교육청을 규탄하는 촛불 문화제였다.

문화제는 이날 오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개최한 전국교사대회에 이어 진행됐다. 추운 날씨에도 오후 내내 계속된 집회와 촛불 문화제에는 연인원 2000명이 넘는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참가해 큰소리로 '징계 철회'와 '공정택 퇴진'을 외쳤다.

당사자인 8명의 교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연일 이어지는 출근 투쟁에서 교내에서 교장·교감,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밤에는 시교육청 앞에서 철야 농성을 하는 일정 속에서도 촛불을 든 교사들의 표정은 밝았다.

▲ 추운 날씨에도 오후 내내 계속된 집회와 촛불 문화제에는 연인원 2000명이 넘는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참가해 큰소리로 '징계 철회'와 '공정택 퇴진'을 외쳤다. ⓒ프레시안
"공정택은 퇴진하고 저희는 복직되지 않을까요"

길동초 최혜원 교사는 "많이 아프고 눈물 나지만 그래도 조금씩 힘을 찾고 있다"며 "어차피 곧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즐겁고 씩씩하게 맞서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해임 통보를 받은 뒤 최 교사는 출근을 강행했다. 지난 18일에는 최 교사와 함께 교실에 들어가려던 최 교사 반 학생들은 잠긴 학교 현관 앞에서 통곡을 하며 교장에게 들여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

최 교사는 "아이들 우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팠다"며 "그렇지만 '선생님 내일 오는거죠' 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묻는데 차마 안 간다는 말을 못 하겠더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아이들이 더 강하다"며 "선생님 잘못한 것 없는데 왜 우냐면서 위로해주는 말에 많은 힘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해임당한 유현초 설은주 교사 역시 "공정택은 퇴진하고 저는 복직되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그는 "징계가 쉽게 철회되지 않는다고 해도 일제고사로 상징되는 줄세우기 교육에 분명 틈이 생겼다고 생각한다"며 "징계를 준 이들은 의도치 않았겠지만 일제고사가 올해 가장 중요한 교육 문제로 떠오르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 길동초 최혜원 교사는 "많이 아프고 눈물 나지만 그래도 조금씩 힘을 찾고 있다"며 "어차피 곧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즐겁고 씩씩하게 맞서려 한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경찰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하더라"

파면당한 구산초 정상용 교사 역시 아이들의 일화를 소개해주며 '거리의 교사'로서 느끼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다른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는데 우리 반 아이들이 절대 제 자리에는 앉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며 "칠판 위에 저에게 써준 편지들도 다른 선생님들이 절대 지울 수 없게 하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 역시 교실에서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마음을 받아서 나도 열심히 바깥에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 핸드폰 번호를 어떻게 알고 모르는 분들도 관심을 가져주고 격려의 메세지를 보내 주더라"며 "잘린 건 억울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근 투쟁을 나흘째 하고 있는 거원초 박수영 교사도 "잘못한 것도 없고, 금방 원상복귀 될텐데 표정이 어두울 이유가 없지 않나"라며 "지금의 상황이 두려운 건 오히려 징계를 내린 사람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사는 "경찰과 학부모가 몸싸움을 벌이는 등 학교 안에서 아이들에게 좋지 못한 장면들이 자꾸 펼쳐지는 것이 걱정되긴 하지만 아이들 역시 너무나 밝고 의연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저와 수업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그것은 내가 소망하는 것"이라며 "지친 마음이 솔직히 있지만 아이들을 만나면 그런 기분은 사라지고 수업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촛불 문화제가 열리는 같은 시각, 전교조는 오는 23일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일제고사에 앞서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알리는 담임 편지를 보내고 시험 당일은 '슬픈 화요일'로 규정, 검정색 의복을 착용하기로 결정했다. 문화제에 참석한 한 교사는 "문화제 때문에 출동한 경찰에게 '사실은 저희 편인 것 다 알아요'라고 살짝 말했더니 '그럼요, 말도 안 되죠'라고 맞받아주더라"며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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