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저녁 서울 서대문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만난 한 교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반복했다. 그의 손에는 촛불이 들려 있었다.
이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7명의 초·중학교 교사에게 파면,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서울·수도권에서 온 1200명이 넘는 교사들이 좁은 도로 양옆으로 길게 늘어섰다.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이렇게 많은 교사들이 모인 것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일에 중징계를 내리는 교육 당국을 보면서 교사들이 자신도 언제 같은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한손에는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촛불을 들고 모인 교사, 학부모들은 추운 날씨, 그리고 경찰의 계속되는 경고방송에도 불구하고 3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부당징계 철회하라, 공정택은 퇴진하라"가 주된 구호였다.
▲ ⓒ프레시안 |
"더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 원치 않겠지만…"
"3월 10일 국가수준 진단평가가 실시됐다. 학부모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아이들과 끊임없이 토론해 결정한 뒤 진단평가를 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무 일 없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체험학습을 허락한 자신도 징계하라는 교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자신 역시 체험학습을 허락했다고 밝힌 서울 대방초 오정희 교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용기있는 사람은 두려움을 딛고 한 발자국 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제고사 치르기 이틀 전이었다. 전날 하교길에 일제고사 반대 버튼을 받은 아이들이 옷에 버튼을 달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마음이 통했고, 학부모 편지를 보냈다."
오남중 이민수 교사는 "학부모 편지를 보낸 후에야 일제고사 불참을 불허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그러나 학부모와 아이들이 시험 안 보겠다고 결정한다면 담임으로서 당연히 전달하고 알리는 통로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저의 행동을 교장, 교감 선생님과 교육청 관료들이 덮어주는 것이 저를 위한 일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와 같은 교사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 크게 보도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만약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면 정말 가슴이 아프지만,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침묵하는 담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우리가 천기누설 앞장서자"
이어 발언에 나선 거원초 학부모 김현종 씨는 "오늘 박수영 선생님이 해임 통보를 받을 때 그 자리에 같이 있었다"며 "학교 측에서는 학부모 출입을 막으려 1층 현관문을 봉쇄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연 무엇이 그렇게 중한 죄인지, 선생님으로서 선생님의 역할을 한 것이 죄가 된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신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일제고사를 통해 초·중등 교육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몬다는 천기를 누설한 것이 바로 교사들이 해임·파면 당한 이유"며 "이제 우리가 앞장서서 천기를 누설하자"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오는 23일 중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일제고사에서도 역시 체험학습을 안내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7명의 파면·해임교사 또한 방학 전까지 출근투쟁을 벌이고 시교육청 앞에서 항의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20일 서울역에서는 전국교사결의대회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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