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작 공공기관 흔들기의 목적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자기 사람 심기'가 일차적인 목적이 아니었냐는 것이다. 취임 이후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경실련이 16일 이명박 정부 집권 후 기관장 선임을 완료한 주요 공공기관의 인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20개 기관 중 12곳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였다. 대선 캠프 및 출신 인사 4명이며, 이 대통령 서울시 인맥 2명,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의 지지했는데 지난 4월 총선에서 낙천.낙선한 인사 5명, 지역 연고 인사 1명 등이다.
▲ ⓒ경실련 |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는 이명박 정부에서만 불거진 논란이 아니다. 이전 정권에서도 논공행상 인사, 보은 인사 논란은 있어왔다. 그래서 이런 병폐를 막기 위해 만든 것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신임 기관장 임명시 해당 공공기관의 이사회에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임원후보를 심사, 후보자를 복수로 선정해 추천하도록 돼 있다. 임원추천위원회의 복수 추천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주무기관장이 대통령에게 제청, 대통령이 최종 임명권을 행사한다.
문제는 '법치'를 강조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법에서 정해진 인사절차를 무력화시키고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자리에 앉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실련은 "법에 정해진 기관장임명추천위원회의 추천활동이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사의결 기능은 사실상 요식행위로 전락되고 정부가 실질적으로 기관장 임명을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특히 임원추천위원회에서 그동안 2-3배수로 복수 추천하던 것을 5배수로 추천하라고 권유해 임원추천위원회의 1차 인선 기능을 의미 없게 만들었다. 정부의 5배수 추천 강요로 부산항만공사, 철도공사, 마사회 등은 면접대상자 6명 중 4명을 후보로 추천했고, 석유공사, 도로공사, 토지공사, 수자원공사, 대한광업진흥공사, 조폐공사, 전력공사, 한국공항공사 등은 면접대상자 5명 전원을 추천했다. 경실련은 "정부가 임추위에 5배수 후보 추천을 권유함으로써 임추위를 기관장의 실질적인 추천 기구가 아닌 요식적 기구로 응모자들 중 최소한의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도록 한정하고 있다"며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정부가 의도한 인사를 얼마든지 합법적 절차를 통해 임명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는 또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복수 추천된 후보를 심의, 의결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위원장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활동을 무력화시켰다. 정식회의를 열지 않고 서면으로 의결하도록 한 것이다. 경실련은 "정부는 운영위를 정상적인 논의와 심의가 불가능한 조직으로 만들어 놓고 기관장의 낙하산 인사를 허용하는 요식행위 기구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두드러진 현상이 주무장관과 대통령이 임원추천위원회의 복수 후보 중 인선을 거부하고 재공모 추진을 요청하는 일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 등 4개 기관이 주무장관과 대통령의 '이유 없는 거부'로 재공모 과정을 거쳤다.
경실련은 "해당 공공기관에 적합한 인사가 없다면 충분히 재공모를 통해 전문성 있는 인사를 선임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한 논리이지만 임추위에서 심의, 의결하여 추천한 복수의 후보자 중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재공모를 요구하는 것은 임추위의 활동을 무력화시키고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절차와 과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복수 추천 후보 중에서 대통령과 주무장관이 임명을 거부하는 문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며 "이런 문제가 계속되는 한 공공기관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 정치적 인사 의혹을 지울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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