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 단계별 영어교육의 인본주의적 접근 3

양영근의 퀀텀 영어 〈9-3〉

영어 초가속 암시 학습법

* 학습 장애를 야기하는 외적 요인 파악과 제거

영어 생활환경에서 성장하면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히 만족 될 수 없는 한국에서의 영어 교육을 위해 전략적인 시간과 노력의 투자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학습자의 인지능력이나 학습 준비 사항을 점검해 보지 않고 아이의 영어 교육 계획을 섣부르게 결정하는 것은 대단히 무모한 짓이다. 그런데 교육 열의가 유달리 높은 한국의 학부모들은 비록 당신들이 굶어도 당신 자녀들은 영어학원에 무조건 보낼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영어가 경쟁력 제고의 수단이기 때문에 부모들이 그러는 것이라고 항변 하겠지만, 결국 이런 식으로 한국의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의 영어 교육 방법에 대한 무지함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그러니 사교육 시장에 돈을 뿌릴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라 학부모 상당수가 소문에 의존하여 학원이나 교사를 선택한다.

문제는 부모가 학원과 교사의 선택을 할 때, 자녀의 생각은 거의 무시된다는데 있다. 무엇보다 학습자마다 배우는 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결정적으로 외면되고 있다. 이런 사실을 경시한 체 무리하여 영어 교육이 진행되면 아이는 오래 안가서 영어에 흥미를 잃게 된다. 그러면 더 이상의 영어 능력 배양은 끝이다. 그 후유증은 성인이 되어서도 유지되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오래 못가 영어 학습을 또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다행히 학생이 마음을 가다듬고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 또 다른 학습 장애를 불러오는 요인이 기다린다. 한국에서는 특이하게 영어의 종류가 다양하게 항목 별로 구분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한국의 영어는 교과서 영어(Text English)와 생활 영어(Survival English)로 크게 구분한다. 교과서 영어는 당연히 입시 영어로 수능 영어 또는 내신 영어라는 명목으로 학습된다. 그런데 생활 영어(Survival English)는 또 별도로 시사영어, 무역 통상 영어, 관광 영어, 비즈니스 영어, 프리젠테이션 영어, 인터뷰 영어 등등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분하는 항목이 다양하다. 그래서 한국 학생들은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갈 길이 멀다는 생각으로 주눅이 든다. 이는 너무 일찍부터 영어 학습 항목을 필요 이상으로 세분하여 단계별, 수준별로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의 습관에 원인이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한국어를 배우거나 가르칠 때 어디에서고 생활 국어, 시사국어, 무역 통상 국어, 관광 국어, 비즈니스 국어, 프리젠테이션 국어, 인터뷰 국어 등등으로 국어 학습 항목을 나누지 않는다. 영어를 이런 식으로 구분하면 영어 관련 출판 사업이나 사설 어학원 사업에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사실 영어를 잘하려면 생활 영어 수준 이상의 전문 지식을 표현해 낼 수 있고, 외국인 상대를 설득하거나 교화시킬 수 있거나 외국인과 협상을 유도해 낼 수 있을 정도의 전문 영역 간 경계를 넘는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감성영어를 습득해야 한다. 그런데 영어를 공부하기 전에 그 메뉴를 정하고 영어 주제 과목 간의 경계를 쓸데없이 많이 긋는 바람에 영어의 종류 별로 특정 학원이나 학교에서 각기 다른 교재를 준비하여 어렵게 배워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미 이런 학습 조건에서 영어 학습을 시작한 사람은 제외하고, 이제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유, 초등학생들은 좀 더 포괄적인 학습을 해야 한다. 즉 전문 영역 간 경계를 나누지 않는 감성영어를 구사해야 한다.

그런데 사설 어학원의 경우 학급 배정 방식도 예사 일이 아니다. 예컨대, 기초 영어 회화는 한국인 교사가, 중급 영어 회화는 한국인 교포 교사나 원어민 교사가, 고급 영어 회화는 무조건 원어민 교사가 가르쳐야 한다는 식이다. 실제 이런 기준으로 영어 학원 교습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운영하는 곳을 더러 찾아 볼 수 있다. 그런데 의아스러운 것은 이런 식의 프로그램이 학원 교육 전문가 주도가 아닌 학생과 학원 간의 신사협정에 의해 짜여 진다는 것이다. 즉 어떤 교육적 연구의 결과나 학습 효율 상의 명백한 근거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원 운영자들의 정서에 따라 은연중에 이 정도 수준의 영어는 이런 정도의 교사가 어느 수준의 학생을 가르치면 되겠다는 등의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무언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분위기가 고착화 되었다. 그러니까 고급 영어 회화 강의하면 원어민 교사가 먼저 무의식적으로 생각에 떠오른다.

사실 퀀텀 영어: 초가속 암시학습처럼 좋은 영어 교육을 목표로 한다면 기초 영어 회화 학급 일수록 더 많은 동기를 부여하고 학습 암시를 풍부하게 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원어민 교사가 담당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유아 초등 영어 교사의 자격이나 실력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므로 유아 초등 영어 교사의 배정 규정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2006년 한국교육개발원 조사 결과 '영어로 주당 1시간 이상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힌 영어교사는 절반도 안 된다고 하고, 2008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초, 중등학교 영어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에도, 중 초등학교 및 중학교 교사는 영어 수업 중 영어를 50% 미만으로 사용한다는 경우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우선적으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교사를 확보와 함께 전문 영어교사의 양성이 매우 시급한 것 같다.

* 비효율적인 학습 준비습관과 필기

학습 효율이 낮은 학생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그들의 필통에 엄청나게 많은 필기 도구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학생의 것을 열어보면 과장되게 표현하여 무슨 박물장수의 것과도 같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 그들이 원하는 공부를 하기 전 학습 준비 과정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상을 정리하고 공부 할 책을 정리한다. 그리고 사용 할 필기구를 준비하고 책상위에 늘어놓는다. 어떤 학생은 필기구인 볼펜을 색상 별로 준비하여, 학습 내용의 중요 문구에 색상 별 표시를 한다. 그리고 부모에게 어떤 것을 공부할지 묻는다. 그러다 한나절을 보낸다. 물론 공부를 해야 하는 당사자인 학생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상당히 흘러간 것을 느낀다. 또 그것을 보고 있는 부모는 열불이 난다. 이런 식으로 날 새는 학생을 여럿 보았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수업 중 받아 적는 것을 최대한 자제 시킨다. 필기를 유달리 열심히 하는 학생의 노트를 읽어보면 교육한 내용과 다른 방향의 설명을 적은 경우가 보이고, 특히 받아 적은 내용의 영어 철자가 많이 틀려 있음을 보게 된다. 물론 수업 중 필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결국 그 필기의 목적은 나중에 복습을 할 것이라는 심리적 전제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는 다시 학습자가 필기한 내용을 보며 암기해야 할 수밖에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습자는 결국 학습에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흥미를 잃게 된다. 퀀텀 영어: 초가속 암시학습에서 예습과 복습, 그리고 숙제 내주는 것을 자제하는 이유가 여기에있다고 앞서 언급한 적이 있다. 더 웃지 못 할 일은, 색상 별로 준비한 볼펜으로 예쁘게 자를 대고 밑줄을 그으며 학습자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만들어 놓은 노트를 스스로 다시 보는 일이 드물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적어 보관하기위해 그런 필요 없는 노력을 한다.

그래서 필자는 학생들에게 학습을 손과 눈으로 하지 말고, 머리만으로도 하지 말고 온 몸의 감각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공부하라고 권유한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는 최대한 교수인 필자와 눈을 맞추고 이해의 정도를 눈빛으로 교환하며, 학습과 동시에 생각하고 느끼고 이해하며, 즐기도록 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질문을 하기도 하며, 스스로 학습을 주도해 나간다. 그래서 그들의 수업 만족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이제 본격적으로 영어 교육 방식의 발상을 시험적으로라도 전환해볼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