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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 판갈이하는 MB, 그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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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 판갈이하는 MB, 그 속내는?

[김종배의 it] 하천 정비에 14조 쏟아붓는 까닭

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다.

"할 때가 되면 하고 안 할 때가 되면 안 하면 되지 미리 안 한다 할 필요가 있느냐."

"4대강 정비를 하는 대신 대운하는 국민이 원치 않으면 절대 안 한다는 것을 천명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건의를 받고 한 말이다.

주목할 게 있다. 박희태 대표의 말 한 구절이다. "국민 원치 않으면 절대 안 한다"는 한 구절에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다. 새로운 말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직접 천명한 말이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6월에 국민 앞에 나와 공개적으로 한 말이다.

박희태 대표는 그 때 그 말을 복기한 것에 불과한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심드렁하게 받았다. 6월 그 때의 마음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면 결코 내보일 수 없는 삐딱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뭘까? 이명박 대통령이 손바닥을 반쯤 뒤집은 이유가 뭘까? 궁지에서 탈출했다고 믿기 때문일까? 국민 저항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엄혹한 상황을 돌파했다고 믿기 때문일까? 국민 저항이 다시 조직되기 어렵다고 확신하기 때문일까? 밀어붙여도 된다고 자신하기 때문일까?
▲ '4대강 살리기' 14조 원도 지방발전대책에 포함돼, 지방경제 활성화 대책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프레시안(조형·사진=손문상 화백)

이것 갖고는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다.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믿음은, 그런 허약한 믿음에 기초한 거친 행동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고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뭔가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 믿음을 뒷받침하는 뭔가를 부여잡았다고 봐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속내를 추정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실마리는 '때'다. 6월 그 때와 지금 이 때가 다르다는 점이다.

촛불이 타오르던 6월 그 때는 팍팍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먹고살기가 팍팍하지 않았고, 지금처럼 처지가 불안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 개개인이 정책적 판단을 생계에 저당 잡히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생태 환경보다 생계 환경에 골몰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뇌리에서 대운하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좋은 때는 없다. 4대강 정비사업으로 시동을 걸면, 그래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먹거리를 조금이라도 늘리면 허물 수 있다. 외곽 즉 지방에서부터 대운하 반대 여론을 각개격파할 수 있다.

사례도 있다. 4월 총선에서 욕망의 선거를 부채질 해 수도권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뉴타운 공약 하나로 여당의 정치신인이 야당의 정치거물을 제압하는 결과를 창출했다.

크게 욕심 부릴 필요는 없다. 수도 한복판에 깃발을 꽂는 것까지 기대할 필요는 없다. 교두보만 확보하면 된다. 60∼70%에 달하는 대운하 반대 여론을 50%로 떨어뜨리기만 하면 된다.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을 만들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국민이 원치 않는 상황"을 희석시키면 '안 할 때'를 '할 때'로 바꿀 수 있다. 국민의 찬반 여론을 경청한 대통령이 통치권 행사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는 것으로 포장할 수 있다.

물론 걸림돌이 나타나지 않으리라 자신할 수는 없다. 아니 이미 걸림돌은 삐져나와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는 둘째 치고 여권 내 대운하 반대론자들이 엄존하고 그 맨 앞자리에 박근혜 전 대표가 버티고 서 있다.

여권 내 반대론자를 설득하지 못하면, 박근혜 전 대표를 제어하지 못하면 추진력이 반감된다. 여권 내에서조차 동의를 구하지 못한 날림 정책으로 내몰리게 된다.

그래서 쏟아붓는 것이다. 4대강 정비사업 예산 14조원 가운데 절반 가까운 돈을 낙동강에 쏟아 부으려는 것이다. 대운하 기초사업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대운하 여론 조성사업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기에 돈을 뭉텅이로 쏟아 부으려 하는 것이다.

낙동강 유역을 대운하 찬성 쪽으로 돌려놓으면, 영남의 민심을 얻으면 박근혜 전 대표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 대운하 찬성 입장을 끌어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가 입 닫고 있게 만들 수 있다. 더불어 여권 내 반대론자들이 조직화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이 고비만 넘기면 된다. 여권 내 교란요인만 제거하면 밀어붙일 수 있다. 지지율 10%에 불과한 민주당의 반발을 누르는 것쯤은 일이 아니다.

어떨까? 떡 줄 사람의 계산은 이렇다 치고 떡 받을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참고할 게 있다. '부산일보'의 사설 한 구절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즉시 효과가 나타나지만 지역발전 대책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막연한 미래적 효과뿐"이라고 했다. "한쪽엔 현금을 주고 다른 한쪽엔 어음을 주는 꼴"이라고 했다.

평가가 박하다. 수도권 규제완화로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에는 지방발전대책의 온기가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팍팍한 살림살이를 약한 고리로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실제 지방에서는 그 팍팍한 살림살이와 팍팍한 심사가 웬만한 자극으로는 깨지지 않을 정도로 굳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놓지지 말자. 바로 이 점이 대운하의 '할 때'와 '안 할 때'를 가르는 요인이 될 수도 있으니까.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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