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가 심화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고통받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더욱 더 커다란 고통을 받게 된다. 중산층의 처지도 여러모로 위태로워진다. 빈민층은 노숙자로 내몰리고, 중산층과 서민층의 하향화가 진행된다. 사회의 전반적 빈곤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막기 위해 부자들의 책임은 크다. 그러나 책임을 제대로 다하는 부자는 드물다. 한국과 같은 '천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이 나라에는 책임은 회피하고 혜택은 최대한 누리려는 '천민 부자'들만 널려 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이 문제를 극단화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들을 위한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정책을 강행하더니, 이제는 비정규직을 늘리고 최저임금을 줄이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 경제 위기를 빌미로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를 다시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이명박 정부는 정말로 필요한 경제 정책은 철저히 외면하고 결코 하지 말아야 할 것들만 집요하게 강행하고 있다. 극소수 부자들을 위한 '종부세 무력화' 정책, 비정규직 확대 정책, 최저임금 인하 정책, 책임 떠넘기기 실업 정책, 수도권 집중 정책 등은 그 좋은 예이다. 최악의 것은 '삽질 경제' 강화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4대 강 하천 정비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삽질 경제'의 강화 정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그 내용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대 강의 하천 정비에 14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하천 정비에 2조6000억 원, 제방 보강에 1조7000억 원이 쓰일 것이며, 낙동강 정비에는 2007년의 1835억 원보다 훨씬 더 많은 무려 4469억 원이 배정될 것이다. 참으로 암담하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삽질 경제'를 '한국판 뉴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뉴딜 정책'의 핵심은 건설 사업이 아니다. 테네시강 유역 개발이 중요한 사업이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보장법'이었다. 그 결과 미국은 '뉴딜 정책'을 계기로 새로운 선진적 미국으로 크게 변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안 그래도 심각한 양극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면서 '삽질 경제'의 강화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아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 한국은 이미 '삽질 경제'의 규모가 너무 커서 큰 문제인 세계 최악의 토건국가이다. '삽질 경제'의 강화는 망국의 길이다. '삽질 경제'의 강화는 개발과 투기를 주도하는 '강부자'를 위한 정책일 뿐이다.
더욱이 '4대강 하천 정비 사업'은 사실상 망국적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부활을 뜻한다. 12월 1일에 방송된 문화방송(MBC) 뉴스를 보면, 이명박 세력은 3단계 운하 사업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천 정비 사업은 그 첫 단계이다.
익명을 전제한 이명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4대강 정비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제 1단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강바닥을 파내고 물길이 만들어지면 2단계 물류 수송 단계가, 통일 이후에는 한반도 전체를 뱃길로 잇는 마지막 3단계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또 다른 의원도 대운하 추진이 여론에 부딪혀 무산된 게 대통령으로선 많이 아쉽고 억울할 거라며, 이 대통령 머리 속에서 대운하라는 말은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정부, 하천정비 기정사실화 '운하' 논란 재점화', 문화방송, 2008년 12월 1일)
이명박 정부는 하천 정비 사업이 운하 사업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월 28일 청와대 확대비서관 회의에서 "4대 강 정비 사업이면 어떻고 운하면 어떠냐. 그런 것에 휘둘리지 말고 예산이 잡혀 있으면 빨리 일을 하라"고 말했다. 이 말은 사실상 운하 사업을 지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박승환 전 한나라당 대운하추진본부장은 "4대강 치수 사업을 통해 국민들이 강에 대한 친환경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요. 그럼 자연스럽게 대운하 논의도 활성화된다고 봅니다"고 말했다. 이 말은 결국 운하사업의 일환으로 하천 정비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 아닌가?
이명박 세력은 하천 정비 사업이 '녹색 성장'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녹색 성장'은 사실 '회색 파괴'일 뿐이다. 그것은 콘크리트에 녹색 페인트를 칠하고 녹색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하천 정비 사업은 정말 '녹색 성장'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천 정비 사업이 정말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살아 있는 하천을 크게 파괴하는 토건사업이다. 하천을 직선화하고, 하천변을 콘크리트로 도배하고, 모래와 자갈을 마구 긁어모아 팔아먹는 것이 하천 정비 사업의 핵심이다. 준설도 필요하고 제방도 필요하지만 기존의 하천 정비 사업이 커다란 하천 파괴 사업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부터 완전히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삽질 경제'에 희망은 없다. 그것은 희망이 아니라 절망의 근원이다. '삽질 경제'는 막대한 재정을 탕진해서 투기를 촉진하고 부패를 조장하며 자연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삽질 경제'에 쓸 막대한 재정을 교육, 문화, 복지,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의 경제와 사회가 진정으로 선진화될 수 있다. '삽질 경제'는 개발과 투기의 달인인 '강부자'와 그 동맹세력인 지역의 토호들이 주도한다. 그러나 그 결과 막대한 재정이 탕진되고, 산업구조가 후진상태에 머물고, 자연이 대대적으로 파괴된다. 이명박 세력은 '삽질 경제'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저 약간의 비정규직 삽질 노동의 일자리가 생겨날 뿐이다.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선행'에 관한 보도가 부쩍 눈에 띈다. 이것은 언론자유의 수준이 크게 하락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가락동에 가서 상인을 위로했고, 월급도 모두 기부했다고 하고, 펀드도 가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일단 1년이 넘게 실행되지 않고 있는 모든 재산의 사회 환원부터 빨리 실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미 망국적인 지경에 이르러 있는 후진적인 '삽질 경제'를 개혁하고 '진정한 선진국'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 출발점은 '4대 강 하천 정비 사업'을 크게 축소하고 그 돈을 '반값 등록금 공약'의 실현에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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