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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드시죠? 이 노래가 위안이 되기를…"

[인터뷰] 리메이크 앨범 낸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한 번 들으면 마음에 박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음악이 있다. 이 소리의 주인공이 대체 누구인지 꼼꼼히 찾아보고 기억하게 만드는 음악이 있다. 그러다 실제로 만나게 되면 그 음악과 영락없이 닮았음에 또 한 번 감탄사를 내뱉게 만드는, 그런 음악인이 있다.

전제덕.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인 그의 음악이 바로 그렇다. 섬세하고 또 서정적인 그의 하모니카 연주는 어느덧 '전제덕'이라는 이름을 손꼽히는 음악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가 태어난 직후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은 유명세에 조금 보탬이 되었겠지만, 아마 그건 극히 작은 부분일 것이다.

그가 최근 리메이크 앨범 <Another Story 한국사람>을 내놓았다. '광화문 연가', '개구장이', '우울한 편지' 등 1980~90년대 애창곡들이 그의 하모니카 위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나 예전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 모두 반길만한 소식이다. 멜로디도, 하모니카 소리도 상그럽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재즈'라는 단어만 나와도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쏟아내는 가수 전제덕. 그는 이번 앨범에 유독 각별한 일화가 담겨있다고 했다. 지난 4일, 그를 만나 새 앨범과 재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씨가 새 앨범 <Another Story 한국사람>을 선보였다. ⓒ프레시안
"남들이 '예'할 때 '아니오' 하는 게 재즈다"

"창작이 아니니까…. 사람들이 많이 들었던 음악을 중심으로 많은 조언을 들어가며 골랐다. 하모니카 멜로디에 음악이 붙는지가 여부였다."

누구나 한번씩 듣고 따라 불렀음직한 열두 곡이 하모니카 연주를 통해 거스름 없이 귓속을 파고든다. 그러나 어떤 노래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전인권의 '행진'은 느린 박자 속에서 재해석됐고, 하덕규의 '가시나무'는 발랄한 느낌을 덧입었다. 전제덕 씨는 그것이 바로 재즈가 구사할 수 있는 편곡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클래식과 달리 재즈는 편곡의 아이디어에 따라 순간순간 음악이 달라진다. 손을 많이 대서 아예 음악을 해체하는 경우가 있고, 원곡을 생각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광화문 연가'는 들으면 느껴지지만 '가시나무'는 거의 해체했다. 멜로디가 있어도 편곡에 따라 연주의 90% 이상이 달라진다."

그는 "재즈의 특성이 큰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자유가 있다는 점"이라며 "다른 쪽 장르에서는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남들이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하는 게 바로 재즈다. '물론'이라는 단어가 성립되지 않는다. '스탠다드'라고 부르는 기본 재즈 음악들이 있어서 대부분 재즈 연주자들은 꼭 한 번씩 연주한다. 그렇지만 들어보면 연주자, 프로듀서에 따라 다 다르다. 나름의 생각이 들어가는 것이다."

'한국 사람'으로 맺어진 인연


▲ 그는 고 김현식 씨의 하모니카곡 '한국 사람'의 보컬이 김완제 씨로 정해진 것을 두고 "임자가 따로 있었던 거죠"라며 웃었다. ⓒ프레시안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멜로디를 연주해보고 싶었다는 그. 리메이크 앨범은 예전부터 구상했지만, 이번 앨범에서 다룰 생각은아니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올해 초에 예상치 못했던 일이 생기면서 계획은 급히 변경됐다. 한 방송사에서 전제덕 씨의 생애를 주제로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촬영을 하루 앞두고 드라마가 갑자기 취소된 것. 전 씨는 "80년대에 즐겨 들었던 곡들을 드라마 중간중간 삽입해 쓰자고 해서 곡을 고르고 있었던 차였다"며 "애초 준비했던 곡들로 리메이크 앨범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 이번 앨범"이라고 말했다.

앨범을 준비하고 있던 중, 전제덕 씨와 소속 기획사는 각별한 인연을 만났다. 인연의 끈은 고 김현식 씨의 하모니카곡 '한국 사람'이었다.

"다들 이 곡을 연주해주길 원했다. 그런데 김현식 선배가 이미 하모니카로 연주한 곡을 다시 하모니카로 리메이크하는 게 영 어색해서 못하겠다고 싸우기도 했다. 그러다 내가 노래곡으로 만들면 괜찮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소속사인 JNH의 이주엽 대표가 곧 가사를 붙였다."

그렇게 노래가 붙여진 곡의 보컬을 물색하던 중, 전 씨는 저작권 문제로 김현식 씨의 유족을 만났다. 김현식 씨의 아들 김완제(26) 씨가 2년 넘게 가수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안 건 그때였다. '한국 사람'의 보컬이 그 자리에서 김 씨로 정해졌다. 전제덕 씨는 이를 한마디로 표현했다.

"임자가 따로 있었던 거죠."

"고된 생활 속 위안 되기를"

앨범에 수록된 마지막 곡인 '섬마을 선생님'의 경우는 그에게 좀 더 각별하다. 지난 해 11월, 전 씨의 결혼식을 나흘 앞두고 작고한 그의 어머니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곡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머님이 생전에 좋아하던 노래라서 골랐지만, 트로트 음악을 재즈로 바꾸려니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편곡의 승리로 봐달라"며 웃었다.

▲ 그는 자신의 이번 앨범이 불황으로 고단한 많은 이들의 삶에 작은 위안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편곡한 '가시나무'와 '개구장이'가 특히 노래가 밝아서 좋다고 살짝 귀띔하면서. ⓒ프레시안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의 소유자인 전제덕 씨이지만, 사회 전반에 불어닥치는 불황은 그도 피해갈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불황을 1번 타자로 느기는 곳이 음악계"라며 "사실 불황일 때 리메이크 앨범이 많이 나오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창작으로 실험하기가 참 어렵다"며 "음악계의 상황 역시 현재를 반영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이번 앨범이 불황으로 고단한 많은 이들의 삶에 작은 위안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편곡한 '가시나무'와 '개구장이'가 특히 노래가 밝아서 좋다고 살짝 귀띔하면서.

"물론 이번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이 모두 희망의 노래는 아니다. 그렇지만 원래 아는 노래를 연주곡으로 듣는 즐거움을 이번 앨범에서 느끼셨으면 좋겠다. '이 노래 예전엔 좋아했지'라고 하면서 잠시 위안으로 느끼셨으면 한다."

그는 오는 26~27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는 김형석, 김조한, 하림과 함께 <Thank you 4 the Music>이란 제목으로 콘서트를 펼 예정이다. 또 크리스마스인 25일에는 마산 315아트센터에서 단독공연도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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