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말했다. "대통령의 형이니까 부나비들이 붙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는 청와대 수석실에서 잘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청와대가 발끈했다. "이상득 의원에게 가는 부나비까지 청와대가 어떻게 관리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상득 의원은 국회의원이니까 "당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상득 의원. ⓒ뉴시스 |
노건평 씨 사례를 보면 안다. 그는 서울에서 1000리 떨어진 곳에서 살던 '시골 노인'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부나비가 붙었다. '노무현 청와대'가 요주의 대상 1호로 지목해 관리에 힘을 쏟았지만 그는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이 건넨 3억원을 받았다.
반복되는 우연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한결같이 비리에 연루된 점에서 추출할 수 있다. 청와대가 하든 한나라당이 하든 관리는 근본적으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의 위리안치 처분을 부활시키지 않는 한 구멍은 뚫리게 돼 있다.
이상득 의원의 경우에는 이런 보편성에 특수성이 덧대진다.
그는 6선 의원이다.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정치 거물이다. 활동반경과 위세만 놓고 따지면 이전 대통령 친인척 누구도 이상득 의원을 따라가지 못한다. 부나비가 붙어도 한참은 더 붙고 관리를 하려 해도 더 힘들 수밖에 없는 인물이 이상득 의원이다.
더구나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관장하는 청와대 민정1비서관실의 책임자는 정다사로 비서관이다. 이상득 의원이 국회 부의장을 지낼 때 비서실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누가 봐도 명백하다. 이상득 의원 맘먹기에 달렸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친인척 비리 또는 친인척 월권 행태가 나타나는지 아닌지는 전적으로 이상득 의원 처신에 달렸다. 떨어지는 낙엽까지 조심하는 말년병장의 마음가짐을 갖지 않는 한 부나비가 붙게 돼 있고 관리가 힘들게 돼 있다.
발견할 수 없다. 이상득 의원의 언행에서 말년병장의 마음가짐을 읽을 수 없다.
이상득 의원이 어제 일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항변했다. 자신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른바 '한나라당 의원 성향 분석 문건'을 읽은 것을 두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 문건은 결코 비밀문건이 아니라고, 금융계에 그런 문건이 수두룩하다고 주장했다.
엇나가 있다. 비밀문건이 본질이 아닌데도 그것만 강조했다. 그가 본 문건이 비밀문건이 아니라고 해서 사안의 성격이 달라지는 게 아닌데도 다른 점을 돌아보지 않았다.
이상득 의원은 가벼웠다. 당 의사결정을 관장하는 지도부도 아니고, 원내전략을 조율하는 원내지도부도 아닌, 그저 평의원에 불과한 자신에게 특정 상임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한 문건을 갖다 바친 어떤 인사의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상득 의원은 무시했다. 자신의 가벼운 처신이 결과적으로 한나라당과 청와대에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무시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건을 들춰볼 때 이 점을 각인하지 못했다면 파문이 인 후에라도 돌아봤어야 하는데 그는 성찰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본질이 바로 이것인데도 이상득 의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말년병장의 마음가짐으로 무장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호사가의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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