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문제성 거래가 발견된 곳은 총 10건이 발견된 삼성그룹이며, 현대자동차그룹이 7건으로 뒤를 이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새로 편입된 그룹에서도 문제성 거래 11건이 확인됐다.
10일 경제개혁연대는 <재벌총수일가의 주식거래에 관한 3차 보고서>를 통해 이와 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올해 4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자산 2조 원 이상) 79개 가운데 공기업 등 자연인인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집단 24곳을 제외한 55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들 기업집단 소속 418개 계열사가 조사대상이었으며 총수일가 지분율이 5% 미만인 비상장사나 신설회사, 최근 계열 분리된 회사 등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회사가 기존 사업부를 분할한 후 지분을 총수 일가에 넘기는 바람에 회사의 이익이 줄어든 회사기회 유용 의심 사례가 49건에 달했다. 총수 일가가 최대주주인 회사의 실적이 주요 그룹 계열사와의 계약으로 인해 발생한 지원성 거래 의심 사례는 34건이었다.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주식을 매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당주식거래 의심 사례도 28건에 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런 문제성 거래 빈도는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CJ·효성·태광산업그룹(이상 6건)에서 특히 잦았다고 설명했다. 처음 보고서를 발간한 지난 2006년부터 지속적인 감시대상이었던 기업집단에서 올해 추가로 발견된 문제성 거래는 9건이었으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새로 편입한 그룹에서도 11건의 문제성 거래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새로 발견된 주요 사례 중 일부를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커머셜
현대자동차그룹 관련 캐피탈 업무(할부 금융 및 리스 등 기업 대출 관련 업무)를 주로 영위하는 현대캐피탈의 상용차 오토캐피탈 사업부가 물적분할돼 만들어진 회사다. 설립 당시에는 기아자동차와 위아가 각각 지분 15%씩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2년이 지난 올해 1월 현재 지배주주는 정몽구 회장의 딸인 정명이 씨와 사위 정태영 씨다. 굳이 떼내지 않아도 되는 사업부문을 총수 일가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분할시킨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다.
현대커머셜 측은 기아자동차와 위아가 유동성 확보와 이익실현을 위해 보유지분을 매각했다고 설명했지만 경제개혁연대는 당시 이들 회사가 유동성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2. 현대산업개발의 아이앤이
아이앤이는 현대산업개발 지배주주인 정몽규 회장이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한 아이콘트롤스의 기전 사업부문을 떼내 설립된 회사다. 현재 지분 전량을 아이콘트롤스가 보유하고 있어 정 회장이 간접지배하는 상태다.
이 회사 매출은 거의 전액이 현대산업개발을 통해 이뤄진다. 현대커머셜과 마찬가지로 지배주주 이익을 늘리기 위해 회사의 내부구조를 손질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3. 한화그룹의 한컴
올해 11월 현재 TV 및 라디오 광고신탁현황 누적 순위 16위에 오른 종합광고대행사다. 지배주주일가가 계열사에 손실을 끼치면서 지분취득에 참여해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3형제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 씨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한화에스앤씨는 지난 2005년 8월 총 14억4000만 원을 들여 한화개발로부터 주당 1만8000원에 한컴 지분 8만 주를 인수했다. 당시 한컴 주당순자산(2만2545원)과 영업 성장률을 감안하면 헐값 매각이라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평가다.
이와 함께 그해 10월 한컴은 한화국토개발과 한화폴리드리머가 보유한 지분을 주당 1만3530원에 유상감자했다. 헐값의 감자로 한화국토개발과 한화폴리드리머는 손실을 봤지만 이를 통해 한화에스앤씨는 한컴 지분 전량을 취득한 지배회사가 됐다. 최근 5년 간 한컴의 한화그룹 관계사 매출은 총 매출액의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4. 한국타이어그룹의 엠프론티어
엠프론티어는 한국타이어와 메타넷의 합작투자로 지난 2000년 8월 설립된 한국타이어그룹의 IT 계열사다. 지난해 7월 메타넷이 보유한 지분 50%를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의 자녀들인 조현식 부사장과 조현범 부사장 조희경 씨가 나눠 매입했다.
엠프론티어의 당기순이익은 이들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 절반을 매입한 후 큰 폭으로 뛰었다. 2006년 당기순이익은 7억7700만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14억8800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지배주주 자녀들이 지분을 인수한 후 몰아주기 거래를 해 수익을 늘린 전형적인 지원성 거래로 의심된다.
5. 유진그룹의 유진아이티디
총수 일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그룹사가 부실 계열사를 사들여 대신 손실을 입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다.
유진아이티디는 유진그룹의 모태로 지난해 사명 변경 전 이름은 영양제과다. 사명 변경과 함께 주요 업종도 무역, 철광업, 건설업으로 변경했다.
이전에는 창업주인 유재필 명예회장 등 총수 일가가 100% 주식을 보유했으나 2005년 5월 100대 1 무상감자로 지배주주 지분이 1만주로 감소한 후, 같은 해 6월 유진종합개발과 이순산업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회사 지배주주가 됐다. 기존 총수 일가 지분 1만주는 유진종합개발과 이순산업이 주당 100원 씩 총 100만 원에 매입했다. 총수 일가 지분이 사라진 것이다.
총수 일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지배주주가 바뀐 것이라고 경제개혁연대는 평가했다. 매각 이전인 지난 2004년 당시를 살펴보면 지배주주인 유경선 회장과 셋째 동생인 유창수 씨는 보유하고 있던 유진기업 주식 17억1800만 원 어치를 유진아이티디에 담보로 제공하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 지분 변동 후 유창수 씨는 2005년, 유경선 회장은 2007년에 담보를 해소해 부실경영 책임을 회사에 떠넘겼다. 유진아이티디는 2004년에 이미 자본잠식상태인 회사였고 유진기업으로 인수된 후에도 당기순손실을 내고 있다.
유진아이티디가 부실 경영으로 청산될 경우 담보를 제공한 지배주주가 책임을 져야 하고, 담보물인 유진기업 주식을 처분하게 되면 그룹 전체 지배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상장계열사인 유진기업 자산이 쓰인 것으로 추측 가능하다.
6. 대한해운그룹의 대한해운
지난 2004년 4월 네덜란드 해운업체 골라LNG가 대한해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자 지배주주 지배권을 늘리기 위해 불공정거래를 행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다.
대한해운 지배권은 지난 2005년 창업주 이맹기 회장에서 아들 이진방 회장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이진방 회장이 보유한 회사지분은 1.29%에 불과한 상태로 지배권이 비교적 취약한 상태였다.
▲재계 순위 상위 40개사의 문제성 거래건수. (자료 : 경제개혁연대 제공) ⓒ프레시안 |
이 상황에서 적대적 M&A 가능성이 높아지자 2004년 4월 13일 대한해운은 총 200억 원 규모(주당 2만5100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당시 이를 인수한 그린화재해상보험은 이듬해 3월 31일 이 회장에게 인수 BW의 절반인 40만9836주를 매각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10일 인수한 BW의 신주인수권을 행사, 대한해운 지분율을 1.29%에서 5.04%로 늘렸다. 이 회장의 신주인수권 행사 가격은 주당 2만2756원으로 당시 주당 최저 6만9000원에서 9만600원선에서 움직인 대한해운 주가에 비해 턱없이 낮다. 총수 지배권을 늘리기 위해 시가보다 훨씬 싼 값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것으로 불공정 거래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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