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과 기준금리 인하 등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금리가 치솟고 외화조달 사정이 다시 나빠지는 등 자금시장이 혹한기를 맞고 있다.
지난 10월 은행권 단기 외화차입금의 순유출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등 연말 결산을 앞두고 기업과 은행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어 정부의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투자적격 등급인 BBB- 등급의 회사채(3년 만기) 금리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전인 지난 8월 말 10.27%에서 9월 말 10.81%, 10월 말 11.32%, 11월 말 12.53%로 급등했다.
AA-등급의 회사채(3년 만기) 금리도 8월 말 7.34%에서 11월 말 8.91%로, 91일 물 기업어음(CP) 금리는 같은 기간 6.10%에서 7.12%로 상승했다. 상반기 5~6%에 머물던 카드채 금리가 최근에는 8~9%로 뛰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고 있고 높은 금리를 주더라도 채권 발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은행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내리고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각종 은행 대출의 기준이 되는 91일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는 0.38%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고 정부가 지급 보증하는 국고채와 통안증권에만 자금이 돌고 있다.
10월 말 1500원 선까지 치솟던 원.달러 환율은 한국과 미국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로 11월 초 1200원대로 떨어졌다가 외국인의 국내 주식과 채권 매도로 달러화 수요가 급증하며 지금은 다시 1500원에 육박해 있다.
해외 은행들이 연말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려고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국내 은행들의 외화차입금 만기 연장률이 30%에 불과할 정도로 외화 사정이 악화하고 있다.
예금은행의 10월 단기 외화차입금 순유출액은 200억5천490만 달러로 월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은행들에 들어오는 외화보다 나가는 외화가 많다는 뜻으로, 이 추세는 11월과 12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스와프포인트(1개월 물)은 10월20일 -3.00원에서 이달 5일 현재 -20.50원으로 확대됐다. 마이너스 수치가 커지면 원화를 대가로 달러화를 빌리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정성태 선임연구원은 "각종 유동성 조치에도 불안 심리 때문에 크레디트물(은행채와 회사채 등 신용위험이 있는 채권)의 거래는 거의 없다"며 "이들 채권에 대한 신용보강 조치와 채권시장안정펀드의 규모 확대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계에서는 달러 유동성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 한도 확대, 금융공기업의 외화표시 채권 발행, 은행의 외화유동성 비율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달러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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