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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해법…헤지펀드에 토빈세 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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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해법…헤지펀드에 토빈세 매기자"

독일 아탁 클라우스 교수 "反신자유주의, 지금이야말로 행동할 때"

신자유주의의 산물인 국제 투기자금의 질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토빈세(Tobin's Tax)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세계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유럽 등 세계 각지에는 이를 쟁점화하고 있는 국제금융관세연대(ATTAC, 아탁)이 속속 지부를 차리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학계를 중심으로 논의가 차츰 수면 위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토빈세는 단기자금(핫머니)이 국경을 넘나들 때마다 매기는 세금을 말한다. 1972년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너져 고정환율제도가 폐기되자 미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이 환시장 안정을 위해 외화자금시장에 거래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 이름을 따왔다.

2일 독일 아탁의 학술평의회 구성원 중 한 사람인 클라우스 메쉬카트(Klaus Meschkat) 하노버대학 교수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아탁의 활동을 소개하며 토빈세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독일 아탁 지부 회원들이 지난 10월 27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들어가 DAX지수 전광판에 "금융시장 해체, 주가 이전에 인간과 환경을"이라는 뜻의 현수막을 걸고 종이가루를 뿌리고 있다. ⓒ<슈피겔> 온라인에서 캡처

증권거래소에서 '금융 규제'를 외치다

클라우스 교수가 속한 아탁은 토빈세 도입과 함께 반신자유주의를 기치로 내건 시민단체다. 세계 50여 곳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일본과 호주에 지부가 있다. 특별한 강령이나 세계 지부가 따로 없이 각자가 자국 현실에 맞는 운동을 알아서 할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

아탁은 지난 1998년 6월, 프랑스의 진보적 월간지 <르몽드 디쁠로마띠끄>의 베르나르 카생 주필이 날로 확산되는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막자는 목소리를 낸 후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생겨났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가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던 상황에서 적절한 금융 규제가 가해져야만 한다는 믿음이 시민단체 창설로 이어진 셈이다. 독일 아탁은 지난 2000년 세워졌다.

클라우스 교수는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를 맞아 독일 아탁이 벌인 활동 중 하나를 소개했다. 지난 10월 27일(현지시간) 유럽 금융거래의 본산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진입해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세계 경제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항의 행동을 벌인 것이다.

▲클라우스 메쉬카트 교수. 그는 40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68혁명 세대의 대표적 지식인 중 하나다. ⓒ프레시안
클라우스 교수는 당시 퍼포먼스를 예로 들며 "우리는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해 일반 대중이 거부감 없이 신자유주의 반대 목소리를 받아들이게끔 노력한다. 보통 사람들은 진보진영이 '우리만 옳다'고 말한다는 느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독선적 이미지를 주지 않으면서도 '그래도 우리가 옳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아탁은 또 금융자본가를 코믹하게 패러디한 1분짜리 광고물을 만들어 극장에 상영했다. 진지함보다는 가벼움으로 먼저 시민에게 다가가겠다는 전략을 세운 셈이다. 이밖에도 독일 아탁은 철도민영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 정부가 결국 한 발 물러서 타협안을 제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클라우스 교수는 "처음에는 민영화를 강력하게 주장하던 사람들도 지금 경제위기가 심각해지자 민영화 반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공공산업의 국유화 유지가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줄여준다'는 아탁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토빈세 도입, 한국서도 목소리 커져

아탁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금융 감시 목적의 시민단체가 토빈세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된 대표적 회의가 지난 2002년 1월 31일 브라질 항구도시 포르토 알레그레에서 열린 제2회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이다. 신자유주의 체제 유지의 상징인 다보스포럼에 반하는 성격을 가진 이 포럼에는 당시 세계 110개국의 시민단체와 노조, 농민단체, 정치인 등이 참석해 각국의 신자유주의의 폐해와 이에 대한 공동 대응책 등에 대해 논의했다.

여기서 논의된 주요 내용 중 하나가 토빈세 제정운동이다. 세계 각국이 토빈세를 도입해 헤지펀드의 무차별 공습을 막고, 걷은 세수는 금융소외자 지원을 위해 이용하자는 것이다.

당시 회의에는 토빈세 도입 외에도 저개발국의 부채 탕감과 UN을 대체할 새 세계정부 체제 도입 ,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 등 신자유주의의 세계화 기구로 전락한 세계 금융기관의 전횡을 막을 제어장치 마련 등이 논의됐다.

한국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학계를 중심으로 점차 커지는 추세다. 좌파지식인은 물론 제조업 강조론자 사이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왔다. 김영호 유한대학교 총장이 대표적인 토빈세 도입론자다.

김 총장은 지난 9월 24일 <프레시안> 창간 7주년 기념 강연에서 "대규모 자본의 유출입이 세계 금융시장을 교란시켰는데도 이를 규제할 장치가 없다. 외환거래세(토빈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현실적'이라는 비판 넘어설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논의는 제대로 현실화하지 못했다. 신자유주의의 폐해는 이들 시민단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참혹한 시련을 겪게 돼서야 보다 진지한 성찰의 대상이 됐을 뿐이다.

다른 대안은 차치하고라도 토빈세의 경우 당장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에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토빈세 도입의 필요성에 각국 정부가 공감하더라도 도입에 완벽하게 합의하지 못한다면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이 토빈세를 도입해 외화자금에 세금을 매기는데 다른 나라는 이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외화자금은 한국을 피해 규제가 없는 다른 나라에 돈을 쏟아부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는 한국의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져 금융시장을 주저앉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각국 정부가 이런 사정을 아는데 먼저 토빈세 도입에 나설 리가 만무하다. '죄수의 딜레마'가 적용되는 셈이다.

결국 모든 국가의 정부가 토빈세 도입 논의에 보다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세계 각국 시민단체가 보다 긴밀히 협조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아탁이 표방하는 느슨한 체제가 지금 경제위기를 맞아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역설적으로 보면 경제위기가 오히려 시민사회단체의 보폭을 넓힐 기회니 보다 적극적인 세계적 연대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프레시안

당장 이날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강령도, 수뇌부도 없는 아탁의 비교적 '느슨한' 체제가 얼핏 보기에 시민운동의 지평을 넓힐 수 있으리라 기대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비판이 참석자 사이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클라우스 교수는 "공감한다. 독일 내에서도 네트워킹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금융규제 관련 경제평의회에서 '지금이 행동해야 할 때'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의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무기력했음이 확인된 지금이 역설적으로 세계적 시민단체의 연대 강화와 활동기반 넓히기의 장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모색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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