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11월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005억1000만 달러로 지난달말 보다 117억4000만 달러 감소했다. 적정 외환보유고로 여겨졌던 2100억 달러가 무너진 것이다.
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 폭인 274억2000만 달러 감소한데 이어 두달 연속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말 2642억4566만 달러까지 늘어난 후 8개월 연속 줄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전체 외환보유액의 1/3 수준인 637억3000만 달러가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연말에는 2000억 달러도 무너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11월 외환보유액 감소 이유에 대해 "운용수익 및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왑 조기해지 등 증가요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신용경색 지속으로 인한 국내 외화자금시장 불안을 완화하기 위하여 외환당국이 외화유동성을 꾸준히 공급한 데다 영국 파운드화 등의 약세로 이들 통화표시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감소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밝혔다.
11월 현재 외환보유액은 90.8%가 미국 국채 등 유가증권(1821억5000천만 달러)이다. 이 밖에 예치금 176억5000 달러(8.8%), IMF포지션 5억6000 달러(0.3%), SDR 8000만 달러(0.04%), 금 7000만 달러(0.03%)로 구성돼 있다.
한은 "대외신인도 유지에 무리 없다"지만…
외환보유액 규모에 대해 한은은 "세계 6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긴급시 대외지급수요를 감내하는데 부족하지 않은 수준으로 대외신인도를 유지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상위 10개국 중 중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10월중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며 "10월 중에는 러시아(715억 달러 감소), 인도(334억 달러 감소)의 외환보유액이 우리나라보다 더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두 국가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외환보유액 감소폭이 가장 크다.
자본시장 확대…"문제는 가용 외환보유액"
하지만 정부의 '안심해도 된다'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2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갖고 '실탄은 충분하다'고 자만하는 것은 그간 자본시장이 얼마나 커졌는지 감안하지 못한 어리석은 태도라는 지적이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한미 통화스왑 체결 직후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세계 외환 거래액은 하루에 2조 달러로 진짜로 누가 마음먹고 투기를 하기 시작하면 어림도 없는 액수"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한국경제 전문가'로 인정받는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도 지난달 20일 '포럼 새로운 한국'이 주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작은 시장(국가)을 대규모 플레이어들이 흔들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는 위기 상황을 예측할 만한 충분한 정보 수집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환차익을 노리는 전 세계 투기꾼들에게 한국은 좋은 먹잇감"이라고 경고했다.
또 정부는 현재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이 당장 현금화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조홍래 한국투자금융지주회사 전무는 27일 한국경제정책학회 창립토론회에서 "정부는 '세계 6위의 외환보유고'라면서 문제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데 문제는 가용 외환보유고"라고 지적했다. 외환보유고의 90% 이상이 미 국채 등 유가증권 형태인데, 이중 미국의 모기지회사인 패니메나 프레디맥 채권 등에 투자한 돈은 쉽게 회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현재 패니메나 프레디맥 채권 형태로 갖고 있는 액수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외환보유고를 지킬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2000억 달러 선 붕괴'가 대외신인도에 미칠 영향은 다른 어떤 것보다 클 수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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