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제81회 아카데미영화상 수상식은 2월 22일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개최된다. 후보작 발표는 2월 2일로 예정돼 있다.
올 연말에는 이른바 아카데미용 영화들이 유난히 한꺼번에 개봉되고 있다. 여름시즌이 끝나자마자 작품성을 내세운 묵직한 작품들이 순차적으로 개봉되던 예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올해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해인만큼,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는 대선 일정을 피하려다보니 영화 개봉일정이 늦어지게 됐다는 것이 미 영화업계의 분석이다.
작품상, 남녀주연상 등 주요 부문 유력 후보는 과연 어떤 작품, 어떤 배우들일까.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작품상 후보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론 하워드의 <프로스트/닉슨(Frost/Nixon)>, 샘 멘데스의 <혁명의 길(Revolutionary Road)>, 거스 반 산트의 <밀크(Milk)> 등을 꼽았다. 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그란 토리노(Gran Torino)>,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레슬러(The Wrestler)> 등도 작품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은 원작자부터 출연진까지 화려하기 이를데 없다.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0년대에 발표한 작품을 현존하는 미국 최고 소설가 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필립 로스가 각색했고,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랜칫, 틸다 스윈튼, 엘리아스 코테아스, 줄리아 오몬드 등 연기력에 관한한 설명이 필요없는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한다. 브래드 피트는 이 작품에서 80대 나이로 태어나 거꾸로 나이를 먹는 주인공 벤자민 버튼으로 등장한다. 미국 개봉일은 12월 25일.
<프로스트/닉슨>은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론 하워드와 <더 퀸>의 시나리오 작가 피터 모건이 손잡고 만든 실화소재 영화. 리처드 닉슨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지 3년 뒤인 1977년 영국의 저명한 방송인 데이비드 프로스트와 처음으로 인터뷰를 갖게되는 과정과 불꽃튀는 신경전을 다룬 지적인 작품이다. 이미 2006년과 2007년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평단의 호평을 받은 만큼, 시나리오의 완성도 면에서는 검증이 끝났다고도 말할 수 있다. 런던 무대 공연때 프로스트와 닉슨을 연기했던 마이클 쉰과 프랭크 랑겔라가 영화에서도 똑같은 역할을 맡았다. 북미 개봉은 12월 5일.
▲ 혁명의 길 (Revolutionary Road) |
<혁명의 길>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타이타닉>이후 처음으로 함께 출연해 화제를 모아온 작품. <아메리카 뷰티>에서 미국 중산층의 붕괴를 날카롭게 해부했던 샘 멘데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1950년대 지루한 미국 중산층의 삶으로부터 떠나 전후 실존주의 철학이 꽃피우던 프랑스 파리로 이주한 젊은 부부의 흔들리는 내면을 파헤치고 있다. 디캐프리오가 따분한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낀 젊은 남편이자 아버지인 프랭크, 윈슬렛이 두 아이를 키우느라 연기자의 꿈을 포기했던 그의 아내 에이프릴로 등장한다. 윈슬렛은 멘데스 감독의 실제 부인이기도 하다. 전쟁 후 미국 사회의 환멸을 표현한 리처드 예이츠의 1961년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미국 개봉일은 내년 1월 중순쯤으로 예정돼 있다.
<밀크>는 1977년 커밍 아웃한 동성애자로서 미국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시의원 공직에 선출됐다가 극우주의자에 의해 피살된 하베이 밀크의 생애를 그린 작품이다. 숀 펜이 주인공 밀크로 열연했다. 12월 5일 개봉예정.
이밖에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 거리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생존하는 소년이 사랑하는 소녀를 찾기 위해 그녀가 열성적으로 시청하는 TV쇼에 출연한다는 독특한 소재의 작품으로, 지난 10월 미국에서 개봉돼 흥행에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지만 평단으로부터는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내년 1월초 북미에서 선보일 <그란 토리노>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뿐만 아니라 불의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으로 직접 출연한 작품이며, <레슬러>는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던 영화다.
▲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
남우주연상 후보로는 <벤저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의 브래드 피트, <혁명의 길>의 디캐프리오, <밀크>의 숀 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피트가 이번 작품으로 수퍼스타의 굴레를 확실하게 벗고 연기파로 거듭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피트는 지난해 <겁쟁이 로버트 포드에 의한 제시 제임스의 암살>에 이어 올해 <번 애프터 리딩>에서 껄렁한 스포츠센터 트레이너 역으로 주목받는 등 최근들어 잇달아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프로스트/닉슨>에서 닉슨역을 맡은 프랭크 랑겔라도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꼽힌다.
여우주연상 후보로는 케이트 윈슬렛이 첫손 꼽히고 있다. <혁명의 길>과 <더 리더(The Reader)>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더 리더>에선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 강제수용소의 여간수였던 비밀을 간직한 독일 여성으로 등장한다. 1975년생으로 올해 33살인 윈슬렛은 동세대 여배우들 가장 뛰어난 연기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4년 영화 데뷔작 <헤븐리 크리처스>에서부터 깜짝 놀란만한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이듬해 <센스 앤드 센서빌리티>를 시작으로 <타이타닉>, <아이리스>, <이터널 선샤인>을 거쳐 2006년 <리틀 칠드런>으로 무려 5번이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고도 한번도 수상하지 못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과연 이 징크스가 깨질지가 주목된다.
이밖에 남우 조연상에는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가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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