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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MB연합'이 낡은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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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MB연합'이 낡은 것이라고?

[김종배의 it] 손호철 교수 주장이 '낡은 것'일 수도…

손호철 서강대 교수의 주장은 타당할까? 반MB민주연합은 낡고 부차적인 전선에 불과하다는 그의 주장, 그것보다 훨씬 시급한 것은 반신자유주의연합·민생파탄반대연합이라는 그의 주장은 타당할까?

살펴야 한다. 주장의 타당성을 살피려면 손호철 교수가 내세운 근거를 살펴야 한다.

그가 그랬다. "다수 서민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가져다 준 민생파탄과 사회적 양극화를 한나라당의 반역사적 대북정책보다 더 미워하고 있(다)"고 했다.

부정할 수 없다. 그가 내세운 근거를 부정할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그랬다. 6.15선언과 10.4선언 계승을 다짐한 정동영 후보를 외면한 반면 대북지원과 남북교류의 전제조건으로 비핵·개방을 내건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경제살리기를 공언했던 이명박 후보를 앞뒤 가리지 않고 지지한 반면 민주개혁연합을 주장한 민주당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이 점을 놓고 보면 타당하다. 손호철 교수의 진단과 처방은 틀리지 않았다. 다수 서민이 앞으로 직면해야 하는 상황, 즉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의 경제사정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손호철 교수가 말한 민생파탄반대연합의 절박성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 ⓒ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호철 교수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먼 산만 바라보며 발밑은 살피지 않는 주장이기에 그렇다.

민생파탄반대연합을 구축하려면 고비를 넘어야 한다. 손호철 교수가 민생파탄의 주범으로 규정한 신자유주의에 대해 야권과 시민사회단체가 '연합'에 걸맞는 입장 통일을 보려면 한미FTA를 넘어야 한다. 원안 고수, 전면적 재협상, 폐기 등으로 갈린 입장을 그러모아 공통분모를 도출해야 하고 통일된 입장을 도출해야 한다.

난망하다. 이런 고비를 넘는 걸 기대할 수 없다.

노무현-심상정 논쟁이 웅변한다. 간극은 크다. 한미FTA를 둘러싼 두 사람의 입장, 아니 두 세력의 입장 사이엔 틈새가 넓고 깊게 벌어져 있다. 이 틈새를 메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틈새를 메우려고 시도해봤자 공염불에 그치기 십상이다. 원안을 고수할지, 재협상으로 더 많은 걸 따낼지, 아니면 그런 시도 자체가 허망하니 폐기로 몰아갈지를 결정하려면 타진해야 한다. 새로 들어설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과 전략을 타진하고 그 기초 위에서 가능성을 점쳐야 한다. 그러려면 봐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하지만 요원하다. 빨라야 내년 가을이 돼서야 한미FTA 비준 문제가 미국 의회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뉴스가 타전된다.

반신자유주의 연합과 민생파탄반대연합은 먼 산이다. 한달음에 도달할 수 있는 뒷동산이 아니다.

그래서 손호철 교수의 주장을 부정하고 손호철 교수에 반문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당장 한미FTA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한미FTA에 대한 입장 조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면 손 놓고 있어야 되는 것인가? "낡은 민주대연합으로는 현 위기를 돌파할 수 없(으니까)" "민주연합은 부차적 전선에 불과하(니까)" 서로를 소 닭 보듯 해야 하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궁극'을 강조하며 '지금'을 방기하는 것, '본질'을 중시하며 '부차'를 홀대하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궁극적 차이가 너무 크고 본질적 문제가 매우 중할수록 신뢰의 기초와 논의의 바탕을 닦는 건 더욱 절실하다. 각자도생하고서도 이명박 정부를 제어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 않는 한 힘없는 야당끼리 가능한 선에서 어깨동무를 하는 건 긴요하고도 절실한 일이다.

야3당은 그것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어깨동무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공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바로잡고 내년 예산안 처리와 비정규직법 개악 저지에 힘을 모으려고 하는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과정을 함께 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부정할 수 없다. 야3당의 이런 시도를 부정할 수 없을뿐더러 폄하할 필요도 없다. 손호철 교수는 민주대연합을 '낡은 것'으로 치부하지만 그의 이런 사고가 오히려 '낡은 것'일 수도 있다.

반한나라당 연합전선이 위력을 상실한 사실, 다수 서민이 한나라당보다 김대중·노무현을 더 미워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건 지난 일이다. 민주주의 후퇴가 없던 시절의 얘기고, 김대중·노무현보다 이명박을 더 미워하기 전의 일이다(이명박 대통령의 지금 지지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 지지율과 비슷하다).

찬찬히 살필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가 역사박물관으로 보냈다고 믿었던 '낡은' 권위주의 유물이 버젓이 부활하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그 대응방식이 '낡은 것'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극히 낮은 지지율을 보내면서도 한나라당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내는 이유 또한 그 대응방식이 '낡은 것'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낡은 것'조차 제대로 동원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무력함, 그리고 '같은 것'보다 '다른 것'을 앞세우는 '낡은' 정치행태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정치는 과정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작은 것이라도 실천에 옮기는 게 생산적이다. "현 위기를 돌파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현 위기를 진정시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낡은 민주대연합"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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