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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식 환율에 재벌도 운다

항공, 해운, 석유, 철강 업체 피해 급증

'1235억 원 이익에서 10조706억 원 손해로.'

30일 재계 전문 매체 '재벌닷컴'이 30대 그룹 계열사 164곳의 환차손을 분석한 결과다. 올해 1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이들 그룹이 입은 환차손은 총 10조706억 원이다. 그룹 당 평균 3300억 원이 넘는 환율 손실을 입은 셈이다.

이들 그룹은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총 1235억 원의 환차익을 올렸었다. 올해 들어 원/달러, 원/엔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익이 손해로 반전돼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 엔화 등으로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부채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한진그룹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항공기, 선박을 구매하거나 빌릴 때 외화를 대거 빌려 쓰기 때문이다. 이 두 회사의 환차손은 각각 1조2779억 원과 4365억 원에 달했다.

또, 원유 및 철강 등 원자재 수입이 많은 업종에서 피해가 컸다. SK에너지, GS칼텍스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환차손 가운데 외화 자산과 부채를 처분한 데 따른 실현 환차손은 지난해 495억 원에서 올해 1조5098억 원으로 손실액이 30배나 증가했다.

외화 자산 및 부채를 보유하면서 입는 미실현 환차손익도 지난해 1730억 원의 환차익을 거뒀으나 올해는 8조5608억 원의 환차손으로 역전됐다.

이명박 정부의 미숙한 환율 대응으로 재벌 계열사마저도 피해를 입은 셈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기업의 수출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고환율 상황을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대기업의 막대한 환차손. 서민과 중소기업에는 별 관심이 없고 재벌만 챙긴다는 비판을 받았던 현 정부는, 지지 기반에서조차 인심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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