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 결과는 '위기설'이 처음 불거지던 9월말을 기준으로 나온 것이라 최근 들어 국내 달러고갈 현상은 더 심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말 현재 한국의 대외채권은 3999억9000만 달러로 2분기 대비 223억5000만 달러 감소, 지난 1994년 4분기 통계작성 이후 사상 최대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단기채권은 163억6000만 달러 줄었으며 장기채권도 59억9000만 달러 감소했다.
3분기 대외채권이 이처럼 큰 폭으로 줄어든 까닭은 외환보유액이 급격하게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396억7000만 달러로 대외채권 중 59%가량을 차지한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과 채권투자액을 회수해갔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그 규모는 작은 것으로 추측되지만 지난 위기대응 과정에서 한국은행과 정책당국 등이 경색된 외화자금시장에 외환보유액을 대량 풀었던 것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
▲3분기 외국인투자액과 대외채권이 모두 전분기대비 사상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위기가 본격화된 10월과 11월 통계는 감안하지 않은 상황이다. ⓒ프레시안 |
외환보유액수가 줄어든 또 다른 이유는 역시 외국인의 국내투자잔액 감소다. 3분기 외국인의 대내투자잔액은 6957억5000만 달러로 2분기보다 730억 달러 줄어들었다. 이 역시 지난 2001년 4분기 통계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로 줄어들었다.
'외국인 엑소더스'가 이처럼 거세진 주된 요인은 환율 상승으로 보인다. 한은 경제통계국 관계자는 "3분기 환율 상승률이 12.1%였으며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금 중 584억6000만 달러 평가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국내 자산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본국으로 회수해 간 요인 역시 외국인투자액수를 줄이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거래요인이 145억4000만 달러라고 밝혔다. 급락을 거듭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입은 평가손실액수는 534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국내자금의 대외투자액수도 역사상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3분기 한국의 대외투자잔액은 5410억2000만 달러로 2분기대비 425억7000만 달러 감소했다. 역시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2001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규모로 감소한 것이다.
대외투자액수 감소 요인은 해외주식시장 급락이 컸다. 3분기 해외 주가하락에 따른 보유주식 평가손실액은 192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통화당국이 스왑시장 참여를 늘리며 준비자산 128억8000만 달러를 소진한 영향도 컸다.
한편 외국인투자액수 감소로 한국의 3분기 순국제투자잔액(대외투자-외국인투자) 적자폭은 줄어들었다. 3분기 순국제투자잔액은 -1547억3000만 달러였으며 이는 전분기대비 304억3000만 달러 적자폭을 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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