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일각의 지적처럼 외국에 비해 경직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용조정 속도는 신자유주의 도입의 결과로 다른 나라들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유연성 정도를 사이에 둔 사용자 그룹과 노동계의 오랜 논란**
이같은 주장은 한국노동연구원 이인재 연구위원과 이연정 객원연구원이 최근 발간된 월간 <노동리뷰> 3월호에 실은 '한국 노동시장은 경직적인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제기됐다.
보고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지난 10년간 한국경제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며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얼마나 유연한가'하는 논쟁의 출발점에서조차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운을 뗐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다'는 주장은 IMF와 세계은행 등 국제경제기구 및 외국인 투자기업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즉 이들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주요요인이며, 특히 노동시장의 과도한 규제로 인하여 고용의 탄력적 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시장이 충분히 유연하다'는 반론은 노동계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이들은 IMF사태후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고용조정이 용이한 고용형태가 확산됐고, 중소기업의 경우 노동의 이동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요컨대 한국의 노동시장의 유연성 정도를 두고 사용자 그룹과 노동계간 시각이 첨예한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3가지 조사**
보고서는 유연성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유연성 정도를 측정하는 국제적 지표를 활용했다. 유연성을 측정하는 대표적 방법은 크게 3가지.
첫번째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경쟁력 보고서'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매년 발간하는 '세계 유연성 연간 보고서(World Competitiveness Yearbook)'처럼 경영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한 평가방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WEF의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노동시장은 OECD 27개국 중 12번째로 사용자의 고용·해고의 자율성이 높게 나타났고, 반면 IMD의 보고서에서는 OECD 27개국가 중 25위로 노동시장 규제가 매우 심한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두번째는, OECD의 '고용보호법제 지수'와 최근에 발표된 Djankov의 '노동시장 규제지수'와 같이 노동시장 법제를 중심으로 유연성 정도를 계량화한 지수를 통한 평가방법이다. OECD 가입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고용보호법제 지수'에 따르면, 지난 2003년 평가 결과 우리나라는 28개 OECD국가 중 고용법제의 유연성이 12위로 항목별로 정규직 고용보호 정도가 16위, 임시고용 규제가 17위, 집단해고 규제가 3위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와 국민소득 수준이 비슷한 국가를 비교대상으로 한 Djankov의 '노동시장 규제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평가대상 국가 85개국 중 38번째로 노동시장 규제가 비교적 유연한 나라로 분류된다. 구체적으로 고용형태와 고용보장에 관해서는 규제가 심하지 않는 반면, 근로조건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홍콩(1위),싱가포르(3),미국(7) 등에 비해 뒤졌지만,일본(30위),독일(37),프랑스(38)보다는 앞섰다.
세번째는, 현장에서 실제적인 고용조정이 얼마나 유연하게 이뤄지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방법. 조사 결과 우리의 고용조정속도는 매우 빨라 분석대상 60여개국 중 9위에 해당했다. 즉 고용조정속도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우리나라의 고용조정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국가 중 홍콩(1위)과 인도(5) 말레이시아(7) 등이 한국보다 앞섰을 뿐,싱가포르(18) 영국(23) 미국(29) 일본(41) 등 대부분의 선진국과 경쟁국이 우리보다 고용조정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노동시장, 경직적이라고 볼 수 없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검토 결과 "노동시장의 규제수준은 소득수준이 중위인 국가들보다는 낮고 선진국 수준보다는 높다고 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규제의 수준은 대략 국민소득 수준에 상응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고용조정속도의 관점에서 볼 경우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의 유연성 정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노동시장 규제와 고용조정속도간에 현저한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요컨대 어떤 방식의 접근을 통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실제 노동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용조정 속도면에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미국보다도 훨씬 앞서고 있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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