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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5주, 엄마 몸속에서 무슨 일이?"

[하리하라의 '육아일기'] 태반의 기능

필자의 개인 사정으로 잠시 중단됐던 '하리하라의 육아일기'가 이번 주부터 매주 목요일 다시 연재 재개됩니다. 좀 더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서 그간 아이에게 보냈던 편지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글은, 필자의 판단에 따라 다양한 형식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2007년 4월 25일

안녕, 별아.

별이는 이제 18주에 들어서고 있어. 무사히 임신 초기를 보내고 임신 중기를 지내고 있는 중이야. 임신 중기에 들어섰다는 것은 임신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엄마는 한결 마음이 놓였어. 엄마는 임신 10주가 넘을 때까지 조금만 걸어도 하혈을 해서 항상 마음을 졸여야 했거든. 이제는 하혈도 완전히 멈췄고, 아랫배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으니 이젠 정말 별이가 엄마 뱃속에 무사히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엄마는 조금 안심해도 되겠지?


임신 18주에는…

별이의 변화 : 임신 18주에 들어선 태아의 평균 신체 사이즈는 키 약 14cm, 몸무게 200g 정도이다. 이쯤에는 눈과 귀가 제자리를 잡게 되며, 연골이었던 뼈가 점차 단단해지기 시작한다. 다리가 팔보다 길어지고 팔다리에 근육이 발달해서 제법 힘 있게 팔다리를 움직이게 된다.

엄마의 변화 : 그동안은 배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임신 전 입던 옷 중에서 조금 헐렁한 옷이면 입을 수 있었지만, 이 주부터는 배가 많이 조여서 임신복이 필요해졌다. 요즘에는 헐렁한 원피스 위주였던 예전과는 달리 일반 청바지나 면바지, 혹은 타이트한 정장 치마 등에 배부분만 넉넉하게 만들어진 임산부용 외출복들이 많이 나와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많은 엄마들이 이 주수가 되면 태동을 느낀다고 했지만, 아직 나는 별이의 움직임을 느낄 수 없었다. 초산부는 태동이 느낌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 태동을 인지하는데 경산부보다 시간이 걸리곤 한다.


오늘의 이야기 : 태반

우리는 흔히 임신 초기일수록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임신 초기는 아직 임신 상태가 불안정하여 여러 가지 이유로 유산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연 유산의 80% 가량은 임신 초기 3개월 동안에 집중되어 있고, 임신 4개월이 넘어가면 그 발생률이 현저히 줄어든다. 그리고 사람들은 흔히 그 이유에 대해서 임신 4개월 정도 되면 태반이 완성되어서 아기를 보호하는 기능이 강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태반은 정확히 우리 몸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일까?

요즘에는 제대혈의 조혈모 세포 이식과 태반 속에 들어 있다는 재생 성분이 미용크림의 재료로 각광받고 있어서 태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태반이 정확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태반(胎盤·placenta)이란 진화상으로 알을 낳은 난생동물이 새끼를 낳는 태생동물로 변하면서 나타난 조직이다.

생물학과 대학생 시절, 발생학 시간에 여러 개의 유정란을 인큐베이터에 넣어두고 시간차를 두고 달걀을 깨서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을 해 본 적이 있다. 초기에는 그저 노른자와 흰자로 이루어진 달걀에 물렁한 핏빛 조직들이 언뜻언뜻 보이는 정도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형체를 갖춘 병아리의 모습이 등장한다. 병아리의 모습이 점점 갖춰질수록 상대적으로 달걀 내부의 난황은 줄어들기 시작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 발생 중인 병아리의 모습. 왼쪽은 발생 5일째, 오른쪽은 발생 16일째의 모습이다. 닭과 같은 조류는 모체와 떨어져 알 속에서 자라나기 때문에 부화할 때까지 사용할 모든 영양분을 알 속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알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다. 초기에는 달걀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난황은 병아리의 발생에너지원으로 쓰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점차 줄어든다. ⓒogpbb.com

조류의 경우 난황으로부터 영양 공급을 받기 때문에 산란 이후 어미와 단절되어서 발생이 가능하지만, 태생 포유류의 경우 모체의 몸속에서 태어날 때까지 영양과 보호를 동시에 받기 때문에, 이 사이를 매개해 주는 조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태반이다.

흥미로운 것은 태반을 만드는 것은 엄마가 아니라 이제 막 발생하기 시작하는 작은 아기라는 것이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수정란이 된 뒤, 부지런히 난할을 거듭하며 숫자를 불리게 되는데, 약 5일 정도 분열을 거듭하여 포배기에 도달하면 세포들은 자리 잡은 위치에 따라 층이 나뉘게 된단다.

▲ 포배기에 영양세포층과 내세포괴로 나뉜 배아의 모습. ⓒseoulivf.com
지금까지는 모두 동일한 세포였지만, 이제부터는 안쪽 부위에 위치한 세포들은 내세포괴(inner cell mass)가 되고, 내세포괴를 둘러싸고 있는 표면 쪽의 세포들을 영양세포층(trophoblast)이라고 하여 전혀 다른 운명을 걷게 된다. 안쪽에 자리 잡은 내세포괴는 앞으로 한 사람의 태아로 자라나겠지만, 바깥쪽에 자리 잡은 영양세포층은 태반이 되어 태아를 보호하다가 출산과 동시에 버려질 운명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수정란에서 발생한 세포들이 자리 잡은 위치에 따라 운명이 바뀌는 시기는 바로 임신 과정 중에 배아가 자궁벽에 착상하는 시기와 맞물리게 된다. 이 시기 배아는 수정이 이루어진 나팔관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궁벽에 자리를 잡게 되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영양세포층은 태반으로 발달할 준비를 하게 된다. 자궁벽에 착상을 하게 되면 영양세포층은 점점 더 늘어나서 일부는 태아를 완전히 둘러싸는 얇은 막인 양막이 되고, 일부는 자궁벽에 달라붙어 태아에게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태반 조직으로 자라나게 된다. 아기는 발생하는 그 순간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조직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 수정 후 15주째 태아. 태아는 얇은 양막에 감싸여 있는데, 양막 안쪽에 양수가 만들어지고, 태아는 임신 기간 동안 양막에 담긴 양수에 둥둥 떠 있게 된다. ⓒc2g.ca
아기가 자라남에 따라 아기를 둘러싸고 있는 태반도 점점 모양과 기능을 갖춰 가는데, 임신 15주 경, 즉 임신 4개월 정도가 되면 태반이 거의 완성되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시기와 맞물려 자연유산의 빈도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우리는 흔히 태아가 자라날 때, 태아가 엄마의 자궁에 달라붙어 엄마의 피 속에 있는 영양분을 쪽쪽 빨아먹으며 자란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엄마의 피가 태반과 탯줄을 통해 아기에게로 흘러들어간다고 상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태아와 엄마의 혈액은 섞이지 않는다. 엄마와 태아의 혈액은 태반을 중심으로 양쪽에서 만나긴 하지만, 각자 영양분과 노폐물을 주고받을 뿐 양쪽의 혈관계는 독립되어 있다. 이런 시스템은 얼핏 봐서는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이런 상태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그건 바로 태아가 비록 엄마 몸속에서 자라지만, 엄마와 동일한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태아는 임신 기간 동안 전적으로 엄마에게 의존해서 자라나지만, 태아의 유전체 절반은 아빠에게서 온 것이기 때문에, 엄마와 면역학적으로 완전히 동일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예를 들어 수혈할 때는 같은 혈액형끼리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고 혈액형이 A형인 사람에게 B형의 혈액을 수혈하게 되면, 혈액형 A형을 가진 사람의 혈액 속에 들어 있던 응집소와 반응하여 혈액이 굳어버리게 된다. 혈액이 굳은 것을 혈전이라고 하는데, 혈전이 생겨서 혈관을 막아버리면 그 부위는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조직의 괴사가 일어난다.

아기와 엄마는 혈액형이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피가 섞일 경우 두 혈액이 만나서 혈전이 생길 위험이 있다. 이럴 경우, 태아에게는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엄마와 아기의 혈액은 서로 섞이거나 만나지 않는 것이 발달상 유리하다. 그리고 이렇게 엄마와 아기를 나눌 수 있는 둑이 되는 것이 바로 태반으로, 태반은 이처럼 양쪽 혈액을 나눠놓고 엄마의 혈액에서는 산소와 영양분을 뽑아내어 아기의 혈액 속으로 넣어주고, 아기의 혈액에서는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걸러내어 엄마의 혈액 속으로 다시 내보내 주는 역할을 한다. 태반이 이런 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태아는 먹지 않고 숨 쉬지 않아도 엄마로부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다.

이처럼 태반은 양쪽의 혈액이 섞이지 않도록 할 뿐 아니라, 엄마의 피 속에 들어 있는 해로운 성분들을 걸러내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태반의 이런 '걸러냄' 효과를 과신하곤 한다. 즉, 태반은 효과 좋은 거름망과 같아서 엄마가 해로운 것을 좀 섭취한다고 해도 태반이 있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선 칼럼에서 탈리도마이드 베이비 사건과 FAS(태아알코올증후군)의 발생 위험에서 살펴보듯이 태반은 완벽하게 모든 물질을 차단해주지는 못한다. 적아세포증도 바로 이런 이유로 일어난다.

▲ 열 달 동안 자궁 안에서 태아를 든든히 지켜주던 태반의 모습. 아기에게 영양분을 운반해 주던 혈관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태반은 아기가 태어난 뒤, 자궁 벽에서 저절로 떨어져 배출되는데, 만약 자궁벽에서 떨어지지 않고 유착되어 버리면 대량 출혈로 산모의 생명이 위독해질 수도 있다. ⓒacmc.uq.edu.au

RH-형의 혈액형을 가진 엄마가 Rh+형의 아기를 임신했을 경우, 종종 아기가 유산, 사산되거나 태어난 이후 온몸의 피를 모두 교환해주는 교환 수혈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하는데, 이런 증상을 적아세포증이라고 한다.

적아세포증이란 모체의 핏속에 들어 있는 Rh+에 대한 항체가 태아의 적혈구를 파괴하여 태아의 피 속에 성숙한 적혈구가 부족해지며, 이로 인해 태아에게서 핵이 존재하는 미성숙한 적혈구, 즉, 적아(赤芽)가 많이 증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의 적혈구의 경우, 핵이 떨어져나간 성숙한 적혈구만 제대로 기능하기 때문에 적아만 존재해서는 정상적인 생리활동을 할 수 없어서 결국 유산 혹은 사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피가 붉게 보이는 이유는 혈액 속에 존재하는 적혈구 때문인데, 적혈구는 골수에서 만들어져 약 120일 간 쉼 없이 혈관을 타고 몸 속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조직에 산소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적혈구에는 사람마다 약간씩 다른 타입이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ABO식과 Rh식 혈액형이 그것이다.

이들은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가 각각 1901년과 1940년에 발견한 것으로, 이중에서 Rh은 붉은털 원숭이의 혈구에 대한 항체와 인간의 혈액 사이에 일어나는 응집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섞었을 때 응집이 일어나면 Rh+, 응집이 일어나지 않으면 Rh-가 되는 것이다. Rh-형은 백인들에게서는 비교적 흔한(약16% 정도) 혈액형이지만, 한국인에게서는 0.1~0.3% 정도로 매우 드물게 나타나서 Rh- 여성이 임신에서 종종 적아세포증이 나타나곤 한다.

Rh- 여성이 임신에서 반드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Rh-의 남성과 결혼할 경우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고, 혹 남편이 Rh+이더라도 아기만 아기가 Rh-이면 상관없다. 문제는 아기와 엄마의 혈액형이 다를 경우인데, 우리나라에서는 Rh-타입이 매우 적기 때문에, Rh- 여성이 Rh+ 남성과 결혼할 확률이 높고, 이 경우, Rh+가 우성이기 때문에 아기는 Rh+ 인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첫 아이를 낳을 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첫 아기를 낳을 때 아기의 Rh+ 적혈구가 태반이 떨어져서 상처난 자궁벽을 통해서 어머니의 혈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 면역 반응이 일어나 Rh+ 항체를 만들 수 있어 향후의 임신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일단 Rh+ 에 대한 항체가 엄마 몸속에 만들어지면 이 후의 임신에서는 자궁내의 아기가, 어머니로부터 넘어오는 Rh 항체의 작용을 받아 적혈구가 파괴되어 유산이나 사산이 생기고, 살아서 태어나더라도 심한 빈혈과 황달로 교환 수혈(몸 전체의 피를 모두 빼고 수혈을 받는 것, 즉, 온몸의 피를 완전히 교체하는 것) 필요로 한다. 또 교환 수혈이 필요한 상태에서 교환수혈을 못하면 살아서 성장하더라도 뇌신경의 손상으로 장애가 남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ABO식 혈액형을 인식하는 항체는 태반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엄마와 아기의 혈액형이 달라도 상관 없지만(간혹 이런 경우에도 태아의 적혈구 용혈 현상이 일어난다고는 하는데, 신생아에게 가벼운 빈혈이나 황달이 올 뿐 생명에 지장이 있거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불행하게도 Rh 타입을 인식하는 항체는 태반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엄마의 몸속에 Rh 항체가 생기지 못하게 해야 한다. 즉, 아기의 몸에서 들어온 Rh인자를 엄마의 면역계가 인식하여 항체를 생성하기 전에 외부에서 이에 대한 항체를 넣어 주어서, 이 인자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이 때 주사하는 것이 Rh 면역글로블린인데, 임신 30주 경부터 출산 직후(72시간 내) 사이에 맞아야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요즘에는 Rh 면역글로불린의 개발로 인해 제대로만 실시한다면 Rh 여성도 아기를 몇 명이고 무사히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단, 출산 뿐 아니라 유산이나 조산, 사산 등에서도 항체가 생성되기 때문에 다음 임신을 위해서라면 정상적인 분만이 아니더라도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적아세포증 이외에도 태아에게 해를 줄 수 있는 알코올과 약물과 바이러스들이 태반을 통과해서 아기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기는 임신 기간 내내 엄마의 몸속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외부의 물리적인 충격으로부터 보호받고, 태반을 통해서 화학적인 안정성까지 담보하며 자신을 보호한다. 하지만 환경이 바뀌고 수많은 물질들이 새로이 생겨나면서 태반을 통과할 수 있는 물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적어도 생명이 처음 깃드는 원초적인 공간만큼은 완벽하게 편안하고 깨끗한 곳이 되어야할 텐데, 이를 지켜내기가 쉽지는 않은 듯 하다.

참고 문헌

서경 외, '태반의 해부와 생리', <대한산부회지>, 제37권 제11호,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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