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경제를 잘 안다고 자부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부적절한 경제 관련 발언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APEC)를 마치고 미국 LA에 들려 교민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나온 "1년 안에 주가 회복되니 지금 주식을 사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발언은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주가에 망연자실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을 자극했다. 지난 9월 "펀드라도 들겠다"는 이 대통령 발언 이후에도 주가가 300포인트 넘게 빠져 1000선을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에 또 다시 나온 대통령의 주식 투자 독려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아직 펀드에 가입하지 않았다.
비난이 쇄도할 것을 간파한 청와대 참모진들이 '주식 발언'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애널리스트 리(Lee)가 탄생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유명한 경제논객 '미네르바'를 패러디해 이 대통령에게 '李네르바'라는 별칭을 지어주기도 했다.
가뜩이나 신용평가사들이 국내 은행들 주시하고 있는데…
이번엔 LA행 비행기에서 나온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나서지 않는데 복안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현재의 회계제도를 갖고는 금융기관이 상당히 어렵다. BIS 비율이나 회계 기준 등과 같이 불경기 때 금융회사가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제도들은 금융안정화포럼(FSF) 활동 등을 통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에 있을 때 연일 은행들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라는 압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금융감독원 등을 통해 실제 은행들의 대출 실적을 일일이 점검하기도 했다. 이런 물리력 행사도 통하지 않자 'BIS 비율'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간 통용돼온 국제 감독 기준인 'BIS 비율'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을 사실이다. 하지만 'BIS 비율'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의 대통령 발언은 바로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이 그만큼 나쁘다'는 얘기로 읽힐 수 있다. 더구나 최근 S&P,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전망을 일제히 하향조정하는 등 '의혹의 눈초리'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므로 한국은 이런 문제를 먼저 들고 나올 입장이 못 된다.
당장 비판이 쏟아졌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25일 <평화방송>과 인터뷰에서 "BIS 비율 완화로 은행 건전성이 약화되면 금융권 전체의 부실을 키우고 버블을 양산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회사 건전성을 침해하는 조치를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금융위원회에서 진화에 나섰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26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은행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BIS 비율을 우리나라 단독으로 낮추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오히려 은행의 대출여력을 확대하고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과 증자 등을 통해 은행들이 BIS 비율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국내 은행들에 대한 의구심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발언이다.
전 위원장은 이어 "은행들을 위한 낫과 망치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짝짓기도 가능하다" 등 최근 은행들의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일부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해지거나 스스로 자구노력을 통해 충분한 자본력을 확충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인수합병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을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너무 앞서간 이야기"라고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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