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중앙일보'가 전했다. 한나라당 안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건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권 인사를 내각에 기용하는 대통합론도 나오고, 박근혜계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소통합론도 나온단다.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한 수도권 의원"은 정정길 대통령실장에게 "필요하다면 강봉균 민주당 의원 같은 사람도 끌어다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한겨레'가 전했다. 한나라당 안에서 청와대 참모진 개편론이 비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비서실 역량을 파편화한다는 점에서, 맹형규 정무수석은 청와대와 국회의 원활한 소통을 끌어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동관 대변인은 소통 장애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단다.
문제의식은 알겠다. 경제위기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떨어진 발등의 불이라면 소통부재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질병이다. 어떻게든 풀어야 하고, 풀려면 사람을 갈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하지만 부질없다. 당장 성사될 얘기가 아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 주장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그랬다. 그 어떤 한나라당 인사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뜻에 충실하다는 박 대표가 말했다. "개각을 당장 건의할 생각은 없다"고 했고 "현재는 개각 건의를 할 시기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당내 일각에서 이재오 전 의원이 복귀해 여권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여권의 구심점은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못 박았다.
굳이 박희태 대표의 말을 끌어올 필요도 없다. 조금만 신경 쓰면 보인다. 주고 싶어도 줄 떡이 없다.
개각이 효과를 보려면 매듭지어야 한다. 개각을 함으로써 개각의 사유를 해소해야 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개각은 개각 사유가 해소될 기미가 보일 때 하는 게 통례다.
전제돼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개각 카드를 꺼내려면 경제위기가 진정되는 기미를 보여야 한다. MB입법이 얼추 끝나 '일하는 2009년'의 기반이 닦여야 한다. 그래야 기존 인물을 뒤로 돌리며 새 출발을 선포할 수 있다.
어떤가? 지금 경제위기가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는가? 예산안 처리에 골몰하느라 종부세 완화안도 제대로 밀어붙이지 못하는 판에 신문·방송·통신·교육·노동 관련 법률들을 처리할 수 있겠는가? 연말연초까지 이런 과제들을 해결하거나 해결할 실마리를 확보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길어질 수 있다. 내년 2월, 즉 취임 1주년이 될 때까지도 발 등의 불을 끄지 못할 수 있다. 내년 2월 국회에서도 여전히 MB입법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내년 초에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될지 모른다. 그래서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전환점을 잡기가 어렵다.
이것저것 고려하지 않을 수는 있다. 꼬인 매듭을 풀 게 아니라 끊자는 각오로 개각을 단행할 수는 있다. 호기있게 그렇게 나설 수 있다. 하지만 후과가 문제다. 그렇게 일을 벌이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급한 마음에 개각을 단행하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동관 대변인 같은 인물을 쳐내면 책임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온다. 경제위기 고비를 넘기고, 국민여론이 다소 진정되는 시점에 개각을 하면 도드라지지 않을 자신의 인사 실패가 여과없이 드러나게 된다. 개각이 또 다른 정치적 시비를 부르게 되는 것이다.
그뿐인가. 개각을 한 지 얼마 후에 치러야 하는 4월 재보선에서 만에 하나 한나라당이 패배하면, 그래서 여권 내에서 책임론이 비등해지면 인사가 꼬인다. 여권 내 논란을 진화하려면 인사 카드를 또 꺼내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얼마 전에 부여한 장관·수석 임명장의 잉크가 흘러내린다. 인사가 꼬일 대로 꼬여버리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 기왕 할 개각이라면 '일타쌍피' '동시패션'의 효과를 거둬야 하기에 미루고 또 미루며 '한 큐'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야 복장이 터질 정도로 갑갑하겠지만 도리가 없다. 어떻게든 인사 쇄신을 끌어내 '면피'를 해야겠지만 방법이 없다.
인사 쇄신을 강제할 힘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바닥 지지율에서 횡보를 한다고 해도 권력은 그에게 있다. 취임 1년을 넘기지 않은 새 대통령의 위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여권의 구심점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박희태 대표의 말이 나오는 것이다. 원칙에 경고를 얹은 말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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