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여기저기서 '불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처지를 비관한 이들의 범죄와 자살 소식이 매일 언론의 사회면을 가득 메운다. 그렇다면 '미래의 주역'이 될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창간 5주년을 맞이한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그랬어>(발행인 김규항)가 최근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24개 초등학교 4~6학년생 149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행복하다'고 답한 초등학생은 48%로 나타났다. 절반이 채 안되는 비율이다.
"공부 잘 하고 돈 많아야 행복해"
이번 조사에서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고 답한 초등학생이 38.9%로 가장 많았다. '불행하다'고 답한 비율은 4학년 10.6%, 5학년 12.8%, 6학년 15.1%로 학년이 올라 갈수록 높아졌다.
또 '무엇이 이뤄지면 가장 행복할까'라는 질문에 '좋은 학업 성적'을 꼽은 응답자는 40.3%로 가장 많았으며 '돈이 많아야 한다'(24.6%)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특히 고학년일수록 돈이 많아야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비율이 높아져 4학년은 15.8%, 5학년은 22.4%, 6학년은 33.2%를 차지했다.
학업 성적을 행복의 우선 조건으로 꼽은 초등학생들의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70.9%의 응답자는 '성적이 좋지 않으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공부한다'고 답했으며, 성적이 좋지 않으면 왕따를 당할 것이라고 믿는 비율도 11%를 차지했다. '공부를 왜 하나'라고 묻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56.3%가 '갖고 싶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라고 답했으며,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14.4%)라고 답한 비율이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직업을 원할까? 부모님과 아이들 모두 선호하는 직업은 판·검사, 의사 등 전문직이 1순위로 꼽혔다. 직업을 원하는 이유 중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라고 답한 비율은 고학년이 될수록 높아졌다. 특히 부유한 지역에는 전문직을 선호하는 초등학생이 많았으며, 가난한 지역에는 운동선수를 선호하는 학생이 많았고, 중산층 지역에선 연예인 선호도가 높았다.
하루 평균 학원 3시간…"빨리 어른 되고 싶어" 39.9%
응답자의 80% 이상은 1개 이상의 학원을 다녔다. 가난한 지역에서는 학원을 1개 이하로 다니는 초등학생이 56.3%로 나타나 부유한 지역(25.1%)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학원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으로 집계됐으며, 이 역시 부유한 지역일수록 학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나 학원에 있을 때 행복하다고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는 2.6%에 지나지 않았다. 응답자의 41.6%는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답했으며 '학교에 있을 때'(15%)와 '혼자 있을 때'(14.9%)가 뒤를 이었다.
또 잔소리에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비율이 37.3%로 나타났으며, 부모님에게 가장 많이 듣는 잔소리는 '공부 좀 해라'(45.5%)였다. 즉 초등학생 열 명 중 네 명은 학업과 성적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대답(31.5%)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답한 비율(39.9%)보다 적었다. 초등학생들은 '학원이나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되니까'(25%), '돈을 벌 수 있으니까'(25%), '부모님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되니까'(17.7%) 어른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반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이유로는 '가족, 친구와 지금처럼 지내고 싶어서'(66.7%), '앞으로 공부해야 할 것이 더 많고 힘들 것 같아서'(13.3%), '돈을 버는 게 힘들 것 같아서'(4.6%), '엄마, 아빠의 일이 힘들어 보여서'(3.2%) 등의 답이 나왔다.
<고래가그랬어> 측은 "최근 중앙리서치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1.3%가 아주 행복하거나 행복한 편이라고 답했다"며 "오늘 한국엔 불행하다고 느끼는 아이가 어른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10월 10일부터 5일간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신뢰구간 95%(±2.5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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