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간에 화제가 되는 모임이 있습니다. '다복회'입니다. 강남 귀족계로 알려진 모임으로 유명 연예인을 비롯한 3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합니다. '다복회'의 운영자금 규모가 무려 2200억원입니다. 회원이 다달이 부어온 곗돈이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2500만원에 달합니다. 어떤 회원은 100억원어치 계를 들었고, 어떤 회원은 10억원어치 계를 들었다고 합니다.
누구도 말하지 않습니다. '다복회'를 두고 동네 이웃들이 꾸린 친목계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보기엔 규모가 너무 큽니다. 차라리 '돈놀이판'이라고 부르는 게 타당할 겁니다.
바로 이점 때문입니다.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다복회' 회원들이 챙겨간 수익에 세금을 징수할 수는 없는 걸까라고 생각해 봤습니다.
수익이 만만치 않습니다. 동네 친목계의 수익률은 통상 10%입니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10억원어치 계를 든 사람에게 적용하면 자신이 부은 원금 외에 1억원의 수익을 챙겼다는 얘기가 됩니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그런데도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통상적인 예에 준하면 그렇게 추정됩니다. 일반인들이 푼돈을 쪼개 적금을 들어도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 당하는데 이들은 십원 한 장 내지 않습니다. 형평에 어긋납니다.
회계사 몇몇에게 물었습니다. 현행 세법상 세금을 징수할 근거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엉뚱한 상상만은 아니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이 똑같았습니다. "있다"고 했습니다.
'비영업대금의 이익'이란 게 있다고 합니다. '사채이자'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금융기관이 아닌 기업이나 개인이 돈거래를 통해 거둬들인 이익이라고 합니다. 이런 '비영업대금의 이익'에 대해 25%의 세금을 물리도록 돼 있다고 합니다. 이자를 주는 자는 25%의 세금을 원천징수해 세무서에 신고해야 하고, 이자를 받는 자는 '비영업대금의 이익'을 포함해 연간 금융소득(이자·배당)이 4000만원을 넘을 경우 세무서에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납부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있더군요. '소득세법'을 뒤져보니 제16조에 이자소득의 한 종류로 '비영업대금의 이익'이 명시돼 있더군요.
하지만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계 수익에 대해 세금을 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세무서가 이런 수익을 뒤져 세금을 추징했다는 얘기 또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자진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물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건 양심의 문제입니다. 궁금한 건 세금 징수가 안 되는 이유입니다.
현실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날고 기는 세무당국이라 해도 개인간 돈거래까지 추적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추적에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 대비 효과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세금 징수에 손을 놓는 게 관행화 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원칙과 법리가 아무리 확고하더라도 그것이 현실적 여건과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릅니다. 규모가 너무 큽니다. 또 실체가 밝혀지고 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으니까 조만간 회원의 면면, 회원 가운데 수익을 올린 자와 수익 규모가 드러날 것입니다. 경찰이 제대로만 수사하면 나올 것입니다. 세무당국 입장에선 앉아서 밥상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세금고지서만 발부하면 됩니다.
지켜볼 일입니다. '다복회' 회원 가운데 수천만원, 수억원의 수익을 올린 자에 대해 25%의 세금을 단호히 추징하는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입니다. 300여명을 헤아리는 '다복회' 회원 가운데 고관대작과 그 부인이 포함돼 있는지 못잖게 중요한 체크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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