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명박 정부, 목덜미 잡혔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명박 정부, 목덜미 잡혔다

[김종배의 it] 북미접촉 시작, MB의 선택은?

위협일까?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실장인 김영철 중장 등 군부 조사단이 지난 6일 개성공단을 찾아 '남한 기업인 철수'를 언급한 건 위협일까?

맞다. 그렇게 볼 소지는 다분하다. 북한 군부가 직접 나서 '남한 기업인 철수'를 언급한 점, 김영철 중장이 남한 기업인에게 자신의 발언을 "남한 언론에 알려도 좋다"고 말한 점, 그 이전에도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수차례 언급한 점 등을 종합하면 그렇다. 여차하면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 있다는 뜻을 강력하게 밝힌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여기까지는 이견이 없다. 북한이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위협이 실행에 옮겨질지가 관심사다.

어떨까? 허장성세일까? 상대방의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말대포' 화력을 높이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가능성은 반반이다. 허장성세가 주효하려면 상대방이 위축돼 있어야 한다. 허장성세에 휘둘릴 만큼 귀가 얇고 배포가 작아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렇지 않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이후 북한에 대해 요지부동의 자세를 풀지 않고 있다. 이 점을 놓고 보면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대외환경이 바뀌었다. 대북 유화책을 예고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을 목전에 두고 이명박 정부가 끝까지 요지부동의 자세를 고수하는 건 쉽지 않다. 이렇게 보면 가능성은 높다.

어떨까? 예고로 이해할 수는 없을까? 실행을 앞두고 사실상 최종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이해할 수는 없을까?

이 가능성은 높다. 새로 들어설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보다 유화적인 대북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되긴 하지만 정책이 곧장 집행되기는 어렵다. 행정부 진용을 갖추려면 최소 내년 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얼마 전 핵검증 합의와 테러지원국 해제가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에 후속 조치를 놓고 숨을 고를 시간적 여유도 있다. 지금 당장은 별 탈 없이 북한을 '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인지 미국을 찾은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정권 이양 기간에도 계속성을 갖고 협상할 수 있는지 여부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하지 않는가. 북한으로선 '공백기'를 틈타 남한을 압박할 사유가 충분하다. 개성공단을 침으로써 미국에 대한 직접 도발 부담을 줄이면서도(개성공단 문제는 남북 문제다) 오바마 행정부에 메시지는 확고하게 전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삼덕스타필드의 공장 앞뜰에 북측 노동자들의 출퇴근용 자전거가 정렬되어 있다(왼쪽). 북측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가운데와 오른쪽) ⓒ프레시안

어떻게 할까? 이명박 정부는 어떤 경우에 어떻게 대응할까?

북한을 향해 '할테면 하라'고 맞대응하는 건 부담스럽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부담이 가중된다. 국내 '햇볕세력'으로부터 정치적 공격을 받는 건 참을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면' 된다. 하지만 이건 차원이 다르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압박을 받게 되면, 괜한 분란 일으키지 말라고 압력을 받게 되면 국내 정치세력 대하듯 콧방귀를 뀔 수 없다.

그렇다고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본격적으로 펴기도 전에 알아서 먼저 풀 수는 없다. 그러면 국내 보수세력이 반발한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조차 풀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에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결과적으로 퍼주기를 되풀이하는 건 굴욕적이라고 공격받게 된다.

이건 아프다. 국내 '햇볕세력'과 척을 지는 것은 감내할 수 있다. '햇볕세력'과 손을 잡는다고 지지율이 곧장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수세력과 대립하게 되면, 핵심 지지세력이 분열하고 이탈하면 지지율에 곧장 영향을 받는다. 더불어 국정 추진력이 떨어진다.

여기서 전망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하나 밖에 없다. 종국에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보조를 맞추되 국내 보수세력을 달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 이것뿐이다.

그게 바로 시점이다. 대북정책 전환의 타이밍을 잘 고르는 일이다.

당장은 아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뚜껑이 열리기도 전에 대북정책을 바꾸면 면이 서지 않는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돌변하면 국내 보수세력을 설득할 수 없다. 늦춰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 대북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 때까지 미뤄야 한다. 그래야 국내 보수세력을 향해 대북정책 전환이 '불가항력적인 선택'임을 호소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쩌랴. 오히려 이게 문제가 된다. 어깃장이 바로 여기서 난다.

북한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때까지의 공백기에 이명박 정부를 최대한 압박하려 할 것이다. 그래야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메시지 전달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이 기정사실이라면, 이명박 정부가 이런 정책에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다고 확신한다면 남북관계를 끝까지 끌고 가는 게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래야 남북관계 '복구비용'을 최대치로 청구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로부터 더 많은 '퍼주기'를 요구할 수 있다.

목덜미를 잡힌 쪽은 이명박 정부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