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한미 통화스왑 협정 체결로 모처럼 어깨를 폈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일주일 만에 다시 궁지에 몰렸다.
강 장관은 재정부가 통화스왑 협정 체결을 전후로 성과를 독차지 하려고 언론플레이를 하다가 물의를 빚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에게 사과 전화를 두 번이나 한 사실이 5일 뒤늦게 알려졌다.
이어 6일 국회 대정부 질의 과정에서 강 장관은 헌법재판소의 종합부동산세 결정과 관련해 "헌재와 접촉을 했고, 일부 위헌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답해 헌재에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강만수 극복에 신제윤 연출"의 성과라면서 빗발치던 사퇴 요구를 누르고 다시 의욕을 보이던 강 장관의 '좋은 시절'은 일주일로 끝났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다시 강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통화스왑으로도 고환율.물가급등 면책되는 것 아니다"
문제는 일부 재정부 관료들이 지난 10월 29일 오후 미국과의 통화스왑 협상이 타결되기도 전에 미리 이 소식을 언론에 흘리면서 불거졌다. 재정부의 언론 플레이에 정작 협상의 주체이자 실무를 담당했던 한국은행은 적잖이 당황했던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최종 결정이 나지도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일로 강 장관은 이성태 총재에게 첫 번째 사과 전화를 했다.
또 대부분 언론에 스왑 협정 체결이 계약 당사자인 한국은행과 미 FRB를 배제하고 강 장관이 미국 재무부 인사와 접촉해 이뤄진 것처럼 보도됐다. 특히 재정부가 브리핑 과정에서 강 장관이 시티은행 부회장과 만나 부탁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주장하고, 이 내용이 일부 언론들에 보도됐다. 독립성이 보장된 FRB가 일개 상업은행 부회장에 의해 움직여진 것처럼 사실이 와전된 것은 협상 주체인 한은 입장에서는 매우 곤혹스런 상황이다. 이에 강 장관이 두 번째 사과 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재정부의 언론 플레이가 한은과 '공로 다툼' 수준을 넘어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에 야당은 이날 일제히 성명을 내고 재정부의 행태를 비난하고 나섰다.
또 통화스왑 체결로 강 장관 사퇴 요구를 잠재우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강 장관이 초래한 환율상승과 물가급등의 책임까지 면책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아무리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나서서 강만수 장관을 격려하고 치켜세워도 국민은 그의 실정을 피부로 직접, 뼈에 사무치게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헌법 위에 만수 있다"?
강 장관이 6일 대정부질문 답변 과정에서 "헌재와 접촉했고 일부 위헌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야당은 당장 13일 헌재 결정을 앞두고 평소 '종부세 폐지'를 소신으로 밝혀온 강 장관이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강 장관은 그동안의 경제실정과 버티기도 모자라 이제는 일주일 남은 헌재의 판결까지도 뒤흔들어 보겠다고 작심한 것 같다"며 "이런 식이라면 '헌법위에 만수 있다'가 될 것 같다"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시장과 국민에겐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 불신의 늪에서 우리 모두를 고통 받게 하고 있는 강만수 경제팀"이라며 "강만수 장관은 더 이상 불법적 행태를 중단하고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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