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후손들의 '조상땅 찾기' 가 잇따라 성공을 거두자 '친일재산 환수 특별법' 제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가 광복 60주년, 을사조약 체결된 지 1백년 째인만큼 친일 청산의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친일파 후손 '조상땅 찾기' 잇따라 성공**
친일파 후손들의 '조상땅 찾기'는 지난 1997년 을사5적 중 한 명인 이완용의 종손이 부동산에 대한 소송에서 승소한 것을 기점으로 최근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일제시대 법무대신을 역임했고, 남작 작위까지 받은 이근택의 형 이근호의 손자가 일제로부터 받은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하기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달간 진행한 국회 법제사법상임위원회 용역 연구결과('친일파의 축재과정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재산환수에 대한 법률적 타당성 검토')에 따르면, 일본인에게 매각된 토지나 일제시대 국유지였음이 명백한 경우 이외에는 현재까지 제기된 31건의 친일파 후손의 조상땅 찾기 소송 중 원고승소율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높은 승소률은 법원 재판부가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사유재산보호의 원칙'에 근거해 친일파 후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친일파 후손들의 '조상땅 찾기' 러시를 가져왔던 지난 1997년 7월 이완용의 종손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서울고법 민사2부(권성 부장판사) 판결문을 보면, "일제시대 반민족적 행위를 한 사람들이나 그 후손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그 어떤 법률도 현재 제정 시행되고 있지 아니한 마당에 일제시대의 반민족행위자나 그 후손이 자신의 재산권을 보존하기 위해 법원에 재판을 구하는 경우에 단지 정의나 국민정서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평등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법치주의의 구현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나와있다.
***시민단체, "친일재산 환수 특별법 제정 시급"**
이처럼 친일파 후손들의 '조상땅 찾기'가 이를 규정할 근거법률이 없다는 이유로 잇따라 성공을 거두자 시민단체들이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시민단체들은 친일파의 손을 들어주는 법원의 보수성을 비판하는 한편, 조속히 '친일재산 환수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흥사단은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해방된 지 60년이 지났지만 친일파의 땅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우리 역사의 비극"이라며 "과거는 돌이킬 수 없지만 잘못된 과거의 행위가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이는 객관적으로 진상을 규명하고 올바른 형태로 정리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과거의 아픔을 슬기롭게 해결해 진정한 화해와 화합을 이룬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지난 과오를 숨기고 왜곡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우경화의 길로 나가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더 이상 친일파 후손들이 친일의 대가나 친일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얻은 재산을 획득하기 위해 소유권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친일재산 환수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친일파 재산 사용처와 관련, ▲피해자의 명예회복 ▲친일 관련 연구·기념사업 ▲각종 역사교육에 환수된 친일파 재산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친일재산 환수 특별법'은 16대 국회인 지난해 2월 열린우리당 최용규의원이 발의했으나, 제대로 된 논의도 하지 못한 채 16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폐기됐다.
이와관련 최용규 의원실 관계자는 "친일재산 환수 특별법을 재발의하기 위해서 현재 의원 서명을 받고 있다"며 "지난해 자동폐기된 법안과 내용상 큰 차이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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