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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음악을 재생산할 때 있어 완성된 음악을 절대시여기는 것과 달리, 모차르트의 시대에는 연주자가 연주할 때마다 음표가 첨가하는 등 변주를 하거나 즉흥연주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음악가들은 음악을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모든 예술이란 결국 소통(커뮤니케이션)이라 생각합니다." 모차르트 역시 즉흥연주의 대가였다. 모차르트의 즉흥곡이 '작곡된 악보'의 형태로 많이 남아있는 것은 모차르트의 여동생 공이 크다. 즉흥연주를 못했던 그녀는 모차르트에게 사전에 곡을 작곡해 달라고 요청해 이를 미리 연습한 뒤 연주 때 마치 자신이 즉흥연주를 하는 양 피아노를 치곤 했던 것이다. 이렇듯 자유로운 변주와 즉흥연주를 모차르트 음악의 핵심으로 여기는 로버트 레빈답게, 이 날의 리사이틀에서도 그는 매우 흥미로운 음악적 실험을 감행했다. 모차르트에 대한 설명에 뒤이어 그 자신 역시 모차르트와 같은 즉흥연주를 선보인 것. 인터미션 때 청중들이 로비에 비치된 오선지 두 마디의 쪽지에 모차르트적인 테마의 소절을 두 마디 적어내면, 그 중 자신이 선택한 서너 개의 소절을 주제로 삼아 즉흥연주를 펼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미션 때는 많은 청중들이 '소절 적어내기'에 동참했고, 2부가 시작되자 로버트 레빈은 그 중 총 4개의 쪽지를 뽑아 이를 가지고 지극히 모차르트적인 즉흥연주를 해냈다.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즉훙연주가 아닌 다른 연주들 역시 이런 특성들이 가미되었다. 로버트 레빈의 연주는 1부 프로그램에서는 소나타 15번(바장조, K.533/494)와 우리에겐 '반짝반짝 작은 별'로 알려진 '아, 어머님께 말씀 드리지요'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K.265) 사이에 바장조에서 다장조로 바뀌는 전조 전주곡을 배치했다. 2부에서는 청중의 주제에 의한 즉흥연주와 함께 모차르트의 미완성 곡인 K.400과 K.312 두 곡 중 알레그로 부분을 로버트 레빈이 완성한 버전으로 연주했고, 이를 소나타 13번(K.333)으로 마무리했다. K.400과 K.312는 연이어서 연주했으며(관객들의 박수를 로버트 레빈이 손사레로 막았다), K.312와 13번 사이는 청중의 주제를 사용해 사단조에서 내림나장조로 전조되는 연결하는 즉흥연주로 연결했다. 전반적으로 이 날 로버트 레빈의 리사이틀은 감성이나 정확한 테크닉보다는 학자적 분석이 엿보이는 연주였다고 할 수 있다. 즉흥연주와 자신이 완성한 미완성곡을 연주한 2부에서 좀더 생기있는 연주를 선보인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확한 타건과 한없이 맑고 가벼운 모차르트 연주를 기대한 청중이라면 다소 실망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모차르트를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연주였다는 점, 모차르트 음악의 비밀의 핵심을 슬쩍 엿보는 듯한 기분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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