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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위기의 근본은 '경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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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위기의 근본은 '경제'가 아니다

[김상수 칼럼]진짜 위기는 삶의 파쇄(破碎)다

지난달이다. 30대 주부가 어린 남매의 손을 잡고 달려오는 지하철에 몸을 던져 네살 난 딸과 여성은 목숨을 잃었다.

지하철 승강대에서 서성이던 여성은 몸을 던지기 직전까지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고 쓰다듬기를, 백지장 같은 여성의 흰 얼굴은 눈물도 말랐을 것이다.

그저 아이들 머리를 자꾸 쓰다듬고 쓰다듬기만 하면서 어딘가 저 멀리, 이제 그만 여기를 떠나가,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그런 절망밖엔 없었을 것이다.

여성은 얼마나 망설이고 또 망설였을까. 세상을 살아보지도 못한 어린 자식들을 두고서 혼자서 가나, 이 아이들을 누군가에게 대신 맡길 수는 없을까,

수천수만 가지 상념 끝에 아이들 손을 붙잡고 승강대 아래로 뛰어내렸다. 아이들은 알았을까?

엄마가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로 나들이를 가는 줄 알았지, 달려오는 지하철에 손을 꼭 붙잡고 같이 뛰어들 줄 알기나 알았을까.

대개의 서민들은 펀드니 주식이니 코스피니 다 껌 씹는 소리로 들린다. 닥쳐올 경제적 재난, 그 최전선 맨 앞줄에 서있는 사람들인 서민들, 그들이야말로 오늘의 경제현실이 초래하는 최종 결과를 몽땅 뒤집어쓰게 될 처지지만, 하루하루 전투와 같은 삶을 사는 처지에서는 정작 자신을 둘러볼 힘마저 이젠 너무 부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불안하고 고달픈 삶인데, 뭔 투기가 가능이나 하고, 주식투자가 해당이나 될까?

금용경제? 금융상품? 말은 그럴듯하다만 본질은 사기놀음이고 투기다. 파생상품? 이쯤에서 말은 본래의 의미와 자충(刺衝)한다. 돈 놀음이 실체다.

여기에 인간은 낄 수가 없다. 인간이 들어설 여지란 없다. 오직 돈만 있다. 결국, 인간이 없는 경제, 인간이 숨쉬지 못하는 경제란 죽은 경제다.

기실 그건 경제도 아닐뿐더러 경세제민(經世濟民)은 더욱 아니며 이미 아무 것도 '아닌 것' 이다.

그런데 기가 막힌 건, 이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인간의 노동과 실물경제 생산의 가치가 무너졌고 경제에 위기까지 닥쳤다. 지금 이 '아닌 것'에 나자빠져 속수무책으로 사람들이 허둥댄다. 당연지사다.

처음부터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너도 나도 목을 매니, 아무것도 아닌 것이 도리어 집어 삼킨 거다. 그런데도 이 아무 것도 아닌 것에서, 그 안에 갇혀서, 계속 방책을 찾으니 문제는 더 꼬이기만 한다.

배움이 없는 망각으로 떼를 지어 살 뿐인가?

딱 11년 전 1997년 IMF 사태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어떻게 다른데? 이유곡절, 원인은 같다.

은행들이 과도하고 엄청난 규모의 단기성 외화를 해외에서 끌어다 자국민에게 돈놀이에 매몰된 결과가 그 때나 지금이나 단서(端緖)다.

양단간에 단칼로, 그렇게 좋아하는 얼치기 신자유가 아닌, 진짜 신자유식으로 한다면야 망할 은행과 망할 기업은 그냥 놔두면 된다. 간단하다.

투명과 합리성을 저버린 돈 장사 귀신에 이리저리 마구 끌려 다닐 이유란 없다. 그러나 간단이란 간단치만 않은데서 복잡성이 있다.

은행과 기업이 서민의 삶까지 볼모로 잡고 있으니 말이다.

드디어 파국의 난장(亂場)이 아슬아슬하다. 인간을 외면한 시장(市場), 인간을 구박한 경제는 지금 마구 어지럽다.

그런데? 어디 경제만 위긴가? 정치는? 정치는 오래전부터 사회적 통합의 동력을 상실했다.

오늘의 이런 현실은 대선 이전부터 충분히 예견된 사태가 아니었던가?

전혀 신뢰할 수 없는, BBK라고 '돈놀이 회사 회장님'을 일국의 대통령으로 뽑아, 그 이명박 집단의 등장이 오늘의 현실로 급전직하(急轉直下) 다가온 거 아닌가.

그러니 본질을 보자, 근본을 보자는 얘기다.

기실 진짜 위기는 경제가 아니다.

경제는 드러난 화급한 현실이지만 실체는 지난 긴 시간부터 오늘까지, 경세(經世)의 제민(濟民)이 계속 위기였고 정작 삶 자체,

총제적인 삶의 가치나 삶의 근거가 곧 위기인 것이며 국민일반을 경제 잡민으로 낙착시킨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떠들면서 등장한 이명박 집단은 그 '잃어버린 10년의 실체를 제대로 알기나 하나?

알지 못하고 떠들기만 했고 그것을 정치적 수사(修辭)로만 '전용(轉用)' 했을 뿐,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고 파악할 역량이란 애초에 이들에겐 없었다.

김대중, 노무현, 그 10년 동안 뭘 잃어버렸다는데? 경제? 어떤 방식의, 누구의 경제? 김대중, 노무현이 나라를 망쳤다고? 어떻게 무엇을 망쳤는데?

'빨갱이 타령'이나 '김정일한테 퍼줬다'는 얘기만으로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잃어버린 10년'이란 실체가 너무나 박약하다.

오늘의 경제현실을 초래한 근 원인을 따지자면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패착에 근인이 있지만 현실경제를 그르친 경제문제를 과거정권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이명박 집단과 한나라당의 과오가 이미 너무 큰 원인이다.

결국, 김대중 노무현 시대의 잃어버린 10년이란 우리 사회에 실질적이고 광범위한 민주주의 착근에 실패를 했다는 사실이고, IMF 이후 시장 만능주의로 내달리면서 국가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역할들과 경제 권력의 전횡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역할들을 방기하고

사회복지와 민생, 공동체 존립의 공공적 가치들, 특히 노동의 가치를 내팽개쳐온 지난 10년이 '잃어버린 것'들이고

이런 결과의 반사와 반동으로 어부지리 집권한 정권이 이명박 집단이며 이 집단의 반인간성과 무도덕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렇다. 김대중 노무현의 지난 10년은 철저하게 '잃어버린 시간이고 잃어버린 기회'다.

다시, 뭘 잃어버렸을까? 이명박 집단이 말하는 것들 이상,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다고 나는 본다.

그게 과연 뭘까? 지고 새도록 깡통 귀족의 권력 놀음,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약속을 파기하는 등, 사회존립의 원칙을 스스로 뭉개고

금권력의 근친으로 사회 양극화로 내달린 지난 10년, 국가의 공동체 근간(根幹)과 기간(基幹)의 동력원(動力源)을 되돌아보고 준비해야 하는 지난 10년, 시간과 기회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극점에서 기괴한 이명박 집단의 등장을 초래한 현실은 도저히 용서받기 어렵다.

OECD 가입 국가 중에 최고 자살률 1위는 관념이나 숫자만이 아니다. 벌써부터 닥친 현실이었다. 서민과 중산층이 내려앉는데 '부자들 가슴에 쇠말뚝을 박는 건 괜찮은가'라는 궤변을 국정감사에서 내뱉는 강만수란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한 이명박은 9조 원 이상을 퍼부어 부동산 건설 회사를 살리면 자살률이 저절로 떨어진다고 믿고 있는 걸까.

아이들 손을 붙잡고 지하철로 뛰어드는 절망에 빠진 사람들, 그 사람들을 아파트 건설업자들이 과연 살려낼 수 있을까 말이다.

이 정부는 누구의 정부인가? 무엇을 위한 정부인가? 지금 시민들은 시시각각 국가권력의 파행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꼼꼼하게 예민하게 바짝 주시하고 있다.

(☞바로 가기 : 필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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