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경질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언론계 인사도 그렇다.
'연합뉴스'의 최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에 최규철 전 동아일보 논설주간을 내정했다고 한다. 신문유통원장에 임은순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을 내정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언론특보를 지낸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또 다시 언론계에 '낙하산 투하'하려고 한단다.
이로써 분명해졌다. YTN사태의 해법은 없다. 청와대가 물러설 가능성은 없다.
100일 넘게 싸우고 있다. YTN 사원들이 이명박 후보 방송특보를 지낸 구본홍 씨를 사퇴시키기 위해 투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YTN 사원만이 아니라 언론계와 학계·시민사회단체가 모두 나서 '낙하산 사퇴'를 외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또 다시 낙하산 투하를 준비하고 있다. 이게 뭘 뜻하겠는가. 귓등으로도 들을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구본홍 사퇴'는 말할 것도 없고 '낙하산' 주장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 뜻을 공공연히 천명한 것이다.
사실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구본홍 씨를 두고 '낙하산'이라고 비난하는 데 대해 청와대가 그랬다. 그는 '낙하산'이 아니라 '방송전문가'라고 했다.
청와대의 인식이 이러니 구본홍 씨를 상대로 자진사퇴를 권유하는 일은 기대할 수 없다. 유능한 '방송전문가'가 사원들의 '억지 주장'에 밀려 사퇴하면 인사를 한 사람의 체면이 구겨지고 인사 원칙이 흐트러진다.
청와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구본홍 씨가 알아서 물러나는 일도 기대할 수 없다. 청와대가 판박이 인사를 내놓으며 의지를 추스르고 있지 않은가. '방송전문가'가 무릎 꿇으면 '뉴스전문가'와 '신문전문가'에 도미노 영향을 준다. 하나의 선례가 되고 하나의 기준이 된다. 구본홍 씨는 물러나지 못한다. 본인이 그렇게 하고 싶어도 청와대가 뜯어말릴 판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니 비로소 보인다. YTN사원이 왜 지구전을 펴는지 그 이유를 알만하다.
질긴 쪽이 이기게 돼 있다. 힘 대 힘의 대결구도로 치달을수록 성패는 지구력에서 갈리게 돼 있다. 끝까지 버티는 쪽이 이기게 돼 있다. YTN 사원은 지금 그 길을 가고 있다. 파업투쟁을 아껴둔 채 이른바 게릴라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질기게 싸우기 위해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럼 청와대는 어떨까? YTN사원의 게릴라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배수진을 치고 있다. 퇴로를 닫은 채 방어에 전념하고 있다. 상대가 지치기만을 기다리면서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위험하다. 배수진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격퇴 비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세력을 일거에 내칠 수 있는 반전의 비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밀린다. 밀려서 물에 빠지게 된다.
청와대와 구본홍 씨는 그 비책을 갖고 있을까? 한 번 썼다가 반발만 산 사원 징계 방법 말고 다른 비책을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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