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면 : 오락가락 당국자 말-"외환위기와 다르다" 열흘 만에 "그때보다 더 어렵다"
경제학 교과서와 다르게 가는 한국
과거 정부 위기관리는-대통령 탄핵정국서 주가 반등시킨 '성명 500자'
4면 : "당정협의, 되는 일도 없고 리더도 없고…"
5면 : 한국은 "단계적 조치" 뒷북 우려 일본은 "건곤일척" 선제적 대응
6면 : "DJ때는 실력 위주"…"MB는 인연중시"
"인적쇄신 할 거면 당장 하고 안 할 거면 안 한다 선언해야"
사설 : 새 리더십으로 용감하게 국가 위기를 이겨내자
다른 신문이 아니다. 바로 '중앙일보'다. 이 신문이 오늘자에서 쏟아낸 기사들이다.
사실 새로운 내용은 별로 없다. '중앙일보'가 맹성토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리더십은 여러 경제전문가와 언론이 지적했던 문제들을 재정리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강도가 세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리더십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그것을 직접 비교하는 '파격'까지 감행했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면식도 없던 이규성·이헌재 씨를 각각 재정경제부 장관과 금융감독위원장에 임명한 반면 이명박 정부는 "시장보다는 인연을 중시하는" 인사를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 탄핵사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시장에 대한)메시지가 절제됐고, 단호했고, 일관됐"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일사불란한 정부의 메시지 전달 기능이 실종됐다"고 꼬집었다.
단단히 뿔이 났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돌아가는 경제상황이, 대처하는 경제리더십이 갑갑하고 한심해 작심하고 성토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그래서 액면 그대로 이해해도 된다. '중앙일보' 스스로 "분명 위기"라고 규정한 현재의 경제상황을 풀기 위해 경제리더십을 새로 짜자고 제안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된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 일본 미쓰비시종합상사 등이 거액의 달러화를 차입해 달러 가뭄에 시달리는 일본 은행들에 공급한 예를 들면서 대기업 역할론을 주창하고 "지금 한가하게 금산분리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사설 한 구절이 눈에 거슬리지만 덮어도 된다. '불 난 집에서 고구마 구워먹기' 의혹을 야기할 수 있는 구절이지만 흘려도 된다. 사설 이외의 기사에서 금산분리를 끼워넣으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는 점에 비춰 곁가지 주장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해도 된다.
그럼 이건 어떨까? 새 경제리더십 구축이 거부되거나 지지부진하면 어떻게 될까?
'동아일보'는 청와대가 연말 개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중앙일보'는 그조차 부족하다고 하니 묻는 것이다. "일러야 올 연말에나 가동될 인적 쇄신 프로그램을 놓고 '현 상황의 위중함을 모르는 한가한 발상"이라는 한나라당 내부의 비판을 힘주어 전하니 묻는 것이다. 나아가 '조선일보'는 인적 쇄신 요구에 청와대가 "꿈쩍 않는(다)"고 전하기에 묻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엔 답이 없다. 하지만 '조선일보'엔 실마리가 있다. 위중하다는 현 상황의 경제외적인 측면이 '조선일보' 기사에 담겨있다.
"경제상황 악화가 자칫 정권적 차원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자칫 제2의 촛불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 안에서 그런 우려가 퍼지고 있다고 한다. 코스피지수 1000이 붕괴된 지난 24일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전화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교체를 주장하는 전화가 한나라당에 쇄도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민원국이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대외비'로 만들어 당 지도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조합할 수 있다. '조선일보'가 전한 '한나라당의 우려'와 '중앙일보'가 주장한 '지금 당장 교체'를 조합할 수 있다. 그럼 이런 얘기가 된다.
경제상황 악화가 정권적 차원의 위기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차단해야 한다. 경제상황 악화 요인 가운데 정치적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인사 요인을 제거함으로써 경제상황 악화를 세계경제 충격파에 따른 불가항력적 사태로 설명해야 한다.
그러려면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새 경제리더십 구축이 뒷북을 치면, 경제상황 악화가 더 심해졌을 때 인사를 하면 늦는다. 오히려 그런 인사가 이명박 정부의 '뒷북 행정'을, '무능'을 상징하는 요인이 돼 정권적 차원의 위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
이해할 만하다. '중앙일보'가 '지금 당장'을 촉구하는 연유를 헤아릴 만하다.
하지만 어쩌랴. 이명박 정부로서도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경제상황 악화가 일단락되지 않은 게 무엇보다 크다. 경제상황이 '체념'을 야기하든 '희망'을 유발하든 어떻게든 일단락 돼야 인적 쇄신을 강구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경제상황 악화가 계속 진행되면 달리 손 쓸 수가 없다. 새 경제리더십을 구축하려 해도 쉽지가 않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20여일이 소모된다. 새 장관을 내정하고 국회 청문회를 거치는 데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의 행정공백을 어찌할 것인가.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다. 장관 청문회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MB노믹스의 성토장이 될 가능성을 막을 수 없다.
굳은 결심으로 이런 난관에 맞선다 해도 그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행정공백이 자칫 '뒷북 조치'로 이어지면, 새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칫 청문회에서 말실수를 하면 그 여파가 고스란히 시장에 미치고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명박 정부로선 강구할 비책이 없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현재로선 정치적 지지층의 비판과 이반이 나타나더라도 어쩔 수가 없다. 정치적 지지층은 고사하고 집권 여당마저 중앙당사에 내걸었던 현수막(이명박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경제 반드시 살리겠습니다'란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을 내리는데도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경향신문 기사 참조). 정치적 측면만 놓고 보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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