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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다이어트에 성공한다고? 꿈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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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다이어트에 성공한다고? 꿈 깨!"

[화제의 책] 지나 콜라타 <사상 최고의 다이어트>

오늘도 누군가의 성공적인 다이어트 사례가 TV 전파를 탄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날씬한 허리와 함께 몸무게가 큼직하게 적힌 광고가 사방에서 번쩍인다. 어제는 친구가, 오늘은 직장 동료가 새로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고 선언한다.

현대인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다이어트. 사람들은 누구나 다이어트가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난 뒤에 찾아올 '밝은 미래'를 위해 또 다시 시작하고, 끝내 버텨 목표치를 이뤄내려 한다.

그런데 만약 다이어트가 대다수에게는 달성할 수 없는 과업이라는 것이 과학으로 증명된다면 어떨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완벽한 다이어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그 목표는 이루기 불가능한 것이라면?

1971년부터 <사이언스>, <뉴욕타임스>에서 과학 전문 기자로 활약해온 지나 콜라타는 다이어트를 꿈꾸는 이들이 '헛된 희망 증후군'에 걸렸다고 단언한다. 그가 새로 펴낸 책 <사상 최고의 다이어트 : 왜 모든 다이어트는 실패하는가?>(김지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는 그가 지난 20년간 취재한 끝에 내린 이 '불편한 결론'을 담고 있다. 그는 <헬스의 거짓말>(사이언스북 펴냄)이라는 전작으로도 국내에 잘 알려졌다. (☞관련 기사 : '몸짱' 열풍의 배후…거짓 정보 퍼뜨리는 '몸 산업')

그의 결론은 정말 사실일까? 지난 23일 세계여성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만났다.

"결과는 늘 전적으로 예측 가능했다"
▲ 지난 23일 세계여성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지나 콜라타. ⓒ사이언스북스

"펜실베이니아 연구의 다이어트 참가자들보다 결심이 굳건한 사람들이 또 있었을까. 이 사람들은 2년짜리 프로그램에 온전히 헌신했다. 식사 일기를 썼다. 운동을 했다. 먹도록 유혹하는 생각들과 느낌들과 상황들을 피하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다이어트 참가자들이 몇 번이고 되풀이해 겪는 바대로, 대다수는 그토록 고통스럽게 감량한 살을 거의 전부 다시 찌우는 결과를 맞았다."

콜라타 기자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당시 미국을 휩쓸고 있던 다이어트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황제 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저탄소화물 다이어트, 앳킨스다이어트였다.

미국의 비만 연구자들은 앳킨스다이어트가 정말 합리적인 요법인지 밝히기 위해 대대적인 실험에 착수했다. 300여 명이 앳킨스다이어트와 저칼로리 다이어트로 나뉘어져 2년 동안 실험에 참가했다. 체중 감량의 결과를 보여주기에 모자라지 않을 기간이었다.

지나 콜라타는 이 임상 시험을 처음부터 지켜보면서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그는 자신도 처음에는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희망을 품었다고 했다. 첫 6개월간 사람들이 몸무게를 확확 떨어뜨렸을 때, 그는 어쩌면 이 사람들이 꿈을 이룰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가 알고 있던 다른 수많은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였다.

"사실 결과는 늘 전적으로 예측 가능했다. 참가자들은 결국 자기들이 먹는 음식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얻게 되고, 한끼 분량과 칼로리에 대해 더 민감하게 인식하게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운동을 시작하고 덕분에 더 건강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다수는 결코 연구를 시작할 때 정한 목표, 영구적이고 실질적인 체중 감량을 달성하지 못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연구는 지속된다. 연구는 몇 번이고 되풀이된다."

그저 덜 먹고 더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 지나 콜라타. ⓒ사이언스북스

콜라타는 책에서 그간 미국 전역에서 뜨고 또 졌던 수많은 다이어트와 비만 연구의 역사를 추적했다.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했던 식초 다이어트를 비롯해 '오래 씹기' 다이어트, 저단백 다이어트, 펜펜 다이어트, 런(LEARN) 저칼로리 다이어트, 그리고 렙틴과 PYY 주사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영구적이고 실질적인 체중 감량이 가능한 성공의 예는 없었다. 아직까지 보편성을 지닌 유일한 예는 '수술'뿐이었다.

그러나 콜라타는 다이어트가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자기 몸이 허락하지 않는 체중까지 내려가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사람마다 각각 다른 체중의 범위가 있는데 그 이하로 내려가려고 하기 때문에 실패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연구 사례를 소개했다.

"정상체중을 갖고 있는 피실험자들이 자기 체중보다 25%를 줄이는 실험을 했다. 결과는 그들의 신진대사가 마치 지나치게 굶주린 사람과 같아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체중으로 돌아갈 때까지 끊임없이 먹어댔다. 과체중인 피실험자와 똑같은 실험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신진대사는 마찬가지로 느려졌고, 다시 체중이 돌아올 때까지 허기가 졌다.살을 일부러 찌울 때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뚱뚱해진 실험 참가자들은 연구가 끝난 뒤 곧 정상 체중으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현재 과체중 또는 비만 인구가 전체 인구 중 64%에 달하는 미국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상황에서 그저 덜 먹고 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소용이 있을까?

"우리는 더 무거워진 신인류가 되어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콜라타는 책에서 최근 몇몇 과학자들이 내놓은 흥미로운 가정을 소개했다. 즉 인간이 최근 체중이 증가하게 된 기원은 현재 상황, 의지력, 또는 군것질이나 급하게 먹는 사회적 관심과는 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 우리는 새로운, 더 무거워진 인류가 되어가는 중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비만이 현대인의 식생활과도 연관돼 있다는 객관적인 과학적 뒷받침은 거의 없다고 했다. 누구도 현대인이 옛날보다 더 뚱뚱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지만, 모두가 이전보다 활동을 덜 한다거나 비만인이 더 많이 먹는다는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비만인들의 사망 위험이 늘었다는 통계도 없다.

콜라타는 "이것은 뭔가 미묘한 것, 생애 초기의 영양 증진, 또는 생애 초기의 발병 감소 같은 현상의 효과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의학적 재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경고의 외침을 건강 데이터가 뒷받침하지 않는데, 어쩌면 사회도 뚱뚱한 사람들에 대한 괴롭힘을 자제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지적한다.

과학과 문화의 간극은 메울 수 없는 것일까?
▲ <사상 최고의 다이어트: 왜 모든 다이어트는 실패하는가?>(지나 콜라타 지음, 김지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프레시안

결국 다이어트는 불가능한 체중과 몸매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마케팅과 자본주의 문화의 산물이라고 봐야 하는 것일까. 콜라타는 다이어트를 '헛된 희망의 심리학'으로 표현한 토론토 대학교의 심리학자 피터 허먼의 말을 소개했다.

"다이어트가 실패할 경우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충분히 애쓰지 않았다고 결론내리는 것이다. 그리고 다이어트가 조직되어 있는 방식이 그것을 강화한다. 개시 단계에서 힘을 받았을 때는 체중이 빠지지만 나중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선택지는 이전의 다이어트 방법이 전부 원리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다. 대다수 다이어트 책들이 이런 전술을 쓴다. 그리고 신진대사율이니 하는 말도 안 되는 다른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다음 다이어트를 택한다. 그러면 자신에게 '이번에는 다를 거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절대로 다를 리가 없다."


콜라타는 과학과 인간의 문화, 혹은 인식 사이의 간극에 대한 질문에 거품이 꺼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다이어트 시장을 화장품과 비교해 답하기도 했다. 그는 "화장품 회사는 늘 이번 제품은 정말 완벽한 효과를 가진다고 선전한다"며 "사람들은 그런 효과가 거의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화장품을 계속 사는 것처럼 다이어트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도 시장은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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