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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은 사람도 아니냐"…'지옥의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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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은 사람도 아니냐"…'지옥의 15분'

[현장] 경찰특공대 투입해 연행…"정당한 공무 집행"

불과 15분이 걸리지 않았다. 특공대 투입부터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과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이 차례로 경찰 버스에 태워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였다.

전날 오후부터 시작된 그들의 고공 시위는 이렇게 끝났다. 이 작전의 준비는 기륭전자가 고용한 용역 경비원과 회사 직원으로 구성된 구사대가 맡았고, 경찰은 '공무 집행'이라고 스스로 규정한 이 작전을 집행했다.
▲ 21일 오후 1시 40분, 기륭전자 정문 앞에서 고공 농성을 하던 김소연 분회장이 경찰에 의해 강제 진압된 뒤 "비정규직은 사람도 아니냐"고 울부짖으며 끌려 나갔다. ⓒ프레시안

"비정규직은 사람도 아니냐"며 김소연 분회장이 울부짖으며 끌려 나간 뒤, 건물 3층 높이의 철탑은 구사대에 의해 철거됐고 용역 경비원은 빗자루를 들고 정문 앞을 쓸기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불과 5명도 남지 않은 그 텅 빈 공장 앞에서 무려 20여 분이 넘게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다면 모두가 다 투쟁가가 될 것"이라고 방송을 했다.

강제 해산 위해 소방 굴절차 들어오자 용역·구사대 일제히 환호성

전날 밤을 꼬박 지켜주던 사람도 해가 뜨자 하나 둘 자리를 떴다. 21일 오전부터 서울 금천구 가산동 기륭전자 앞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날부터 경찰은 "자진해서 내려오지 않으면 강제로 해산시키겠다"고 경고했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죽으라면 죽겠다"…기륭, 어디까지 가야 하나)

12시, 드디어 작전이 시작됐다. 용역 경비원과 구사대가 먼저 경찰의 보호 아래 철탑 부근에 매트리스를 깔기 시작했다. 이에 항의하는 조합원 및 시민은 무조건 경찰에 의해 끌려 나왔다.
▲ 12시, 드디어 작전이 시작됐다. 용역 경비원과 구사대가 먼저 경찰의 보호 아래 철탑 부근에 매트리스를 깔기 시작했다. 이에 항의하는 조합원 및 시민은 무조건 경찰에 의해 끌려 나왔다. 경찰에 들려 나가는 기륭전자 이미영 조합원. ⓒ프레시안

이 과정을 지켜보며 임신 6개월의 강화숙 조합원은 그 자리에 철퍼덕 주저앉고 말았다. '혹시 무슨 사고라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에 떨리는 손은 멈출 줄 몰랐고 눈에서는 조용히 눈물이 흘렀다.
▲ 1시 20분 경, 소방 굴절차가 들어왔다. 이를 지켜보던 기륭전자 조합원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냐"며 주먹을 쥐었고, 구사대와 용역 경비원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프레시안

그리고 1시 20분 경, 소방 굴절차가 들어왔다. 이를 지켜보던 기륭전자 조합원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느냐"며 주먹을 쥐었고, 구사대와 용역 경비원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경찰 관계자가 굴절차를 타고 올라가 두 사람에게 자진해서 내려올 것을 권유했지만, 이들은 "그럴 수 없다"고 맞섰다.

김소연 분회장은 "기륭전자는 25일 본사 이전을 앞두고 택지 개발을 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부터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맞섰고, 이상규 위원장도 "비정규직이 죽어가고 있다"고 항의했다.
▲ 경찰 관계자가 굴절차를 타고 올라가 두 사람에게 자진해서 내려올 것을 권유했지만, 이들은 "그럴 수 없다"고 맞섰다. ⓒ프레시안

김소연, "못 내려간다" 기둥 잡고 절규…15분 만에 끝난 강제 해산

끝내 1시 25분, 특공대 대원들이 동시에 철탑에 오르기 시작했다. 15초도 되지 않아 이 위원장과 김 분회장은 특공대 대원에게 진압당해 철탑 아래에서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 오후 1시 25분, 특공대 대원들이 동시에 철탑에 오르기 시작했다. ⓒ프레시안

이상규 위원장이 먼저 강제로 몸이 들려 아래로 내려왔고, 뒤이어 김소연 분회장도 끌려 내려왔다. 94일간 단식 후 채 몸이 회복되지 않은 김소연 분회장은 철탑의 기둥을 손과 발로 휘감은 채 "못 내려간다"고 울부짖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 김소연 분회장은 철탑의 기둥을 손과 발로 휘감은 채 "못 내려간다"고 울부짖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프레시안

김소연 분회장이 경찰 버스에 태워진 것이 1시 40분. 그렇게 특공대까지 동원된 기륭전자 비정규직의 고공 농성 강제 해산 작전은 15분 만에 모두 끝났다.
▲ 특공대까지 동원된 기륭전자 비정규직의 고공 농성 강제 해산 작전은 15분 만에 모두 끝났다. ⓒ프레시안

기륭전자 "저 사람들은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것 아니다"

태풍이 지나간 듯 어수선한 공장 앞에는 회사 관계자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이 관계자는 마이크를 잡고 "저 사람들은 진짜 기륭전자에서 일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며 "취업 교육을 받고 다른 회사 정규직으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관련 기사 : 기륭 이사 "돈 줄 테니 북한으로 가" 막말)

10여 분 동안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계속하던 이 관계자는 뒤이어 지난 15일 기륭전자 측이 일부 언론만 모아놓고 했던 기자 회견문을 고스란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A4 용지 8쪽에 달하는 기자회견문의 요지는 기륭전자 사태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일부 외부 단체들의 개입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 건물 3층 높이의 철탑은 다시 푸른색 점퍼를 입은 '구사대'의 손에 의해 철거됐고 용역 경비원은 빗자루를 들고 정문 앞을 쓸기 시작했다. ⓒ프레시안

이 방송을 듣던 기륭전자분회 윤종희 조합원은 "저렇게 우리랑은 절대 같이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자회사도 아닌 신설 회사에서의 고용을 믿을 수 있겠냐"며 교섭 결렬의 원인을 회사에게 돌렸다.

"정문 밖은 기륭전자 땅도 아닌데 무슨 근거로?"

경찰의 태도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간 있었던 용역 경비원과 노조 조합원의 충돌 과정에서도 경찰은 늘 노조 관계자만 연행했다는 것이다.

이날도 조합원들과 시민들은 "정문 밖은 회사 사유지도 아닌데 강제로 끌어내리는 법적 근거가 뭐냐"며 따지고 들었다. 특히 이날 작전이 용역 경비원과 구사대, 경찰의 합동 작전이었다는 점에서도 이들은 "경찰이 어떻게 일방적으로 회사 편만 들 수 있냐"고 비판했다.

윤종희 조합원은 "경찰이 공무 집행이라고 하는데 구사대와 함께 사기업만 보호해주는 것이 무슨 공무 집행이냐"며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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